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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고핑] 이것이 정글북?
    Cycling/seasia 2013. 3. 19. 17:53


    드디어 드디어~ 말레이시아를 떠나 태국 국경을 한 참 넘어 푸켓 섬 어느 한가한 해변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습니다. 라고 적어야 할 시기인데...... (정말 이렇게 적고 싶다만)








    그렇다. 나는 '아직도' 말레이시아에 있고, 쿠알라룸프에서 겨우 180여 km 떨어진 고핑(Gopeng)에 발이 묶인다. 심지어 이포(Ipoh)에서 18 km 떨어진 곳이다. 나 정말 태국을 가긴 하는걸까? 말레이시아에는 1월 17일에 도착해 꼬박 두 달을 채웠다. 












    쿠알라룸프 조의 집에 두고온 내 짐들을 챙기고는 2-3일만 머물고 떠나려 했는데, 역시나 주말까지 일주일을 머물게 되었다. 지난번에 들린 건팅 하이랜드(Genting Highland)에 오도바이를 타고 질주! 사실 노을을 보러 올라갔는데, 소나기도 맞고, 구름이 많아 커피 한 잔씩 마시고 내려왔다.  









    조의 오도바이. 러시안 미녀들을 태우고 질주하는 그 들. 남자에게 허락된 오도바이 뒷 자석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차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조의 집에 오래 머물게 된 배경은 바로 이 놈의 마라톤! 생전 관심도 없었던 마라톤 대회에 갑작스레 참석하게 되었다. 21 km 하프마라톤. 적어도 2주 정도 준비 기간을 두고 몸을 다졌어야 했는데, 이틀 전 40여 분 '조깅'만 했을 뿐.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는 마라톤 출발점에 가까스로 도착하자 마자 준비운동도 못한채 뜀박질을 시작했다. 


    나의 목표는 일단 쉼없이 완주하는 것! 평소 10분 넘게 뛰어본적이 없었는데, 이날 무려 2시간 18분 30초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물론, 물 마실 때 잠깐 걷고, 초반 신발끈 한 번 묶은 것을 제외하면-이 때 같이 뛰던 조를 잃어버렸다) 마지막 8 km를 남기고서는 무릎통증이 심해 쉬었다 가면 또다시 달리기 힘들 것 같아 느릿느릿 뛰었다. 무릎이 아파 예쁜 아가씨들을 좇아 갈 수가 없었다. (이런!) 여차저차! 쉼없이 21 km 하프 마라톤 완주!!!












    마라톤 후유증이 상당하다. 일요일 새벽에 시작한 마라톤은 오전 8시즈음 마무리 되었고, 집에 오자마자 하루종일 뻗어 잤고, 이튿날도 절룩거리며 걸었다. 아마, 이튿날 저녁에 근육 좀 풀릴까 싶어 배드민턴을 과격하게 했는데, 이걸 어쩌나, 또다시 절름발이가 되어 돌아다닌다. 사진은 조의 집에서 같이 지냈던 러시안 미녀 둘. 아침인사가 항상 빤쓰차림에 헐렁한 '작은' 옷들만 걸쳐서 당황도 잠시, 익숙하게 나도 빤스만 입고 인사 받아준다. 야나와 발베리나는 지금 인도네시아 여행 중.










    뜀박질 근육과 자전거 근육이 다르긴 다르다. 라고 생각하고 자전거에 몸을 싣고 태국으로 향하는 길. 너무 피곤하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찾은 식당에서 또다시 선물들을 가득 받았다. 식당 한 켠 '대장금'을 보는 부부는 4잔이나 마신 레몬티 가격을 깎아주었고, 한국에서 왔다면서 반가워하는 옆 집 슈퍼 아저씨는 생수 한 통을 공짜로 주신다. 우쿠렐레로 노래 한 곡 들려줘야 했었는데, 몸에 기력이 없다. 우쿨렐레를 가리키며 관심을 보인 슈퍼집 아들래미에게 '나 잘 못해요'라고 이야기하며 보여주기를 거절했었는데, 미안했다. 











    해가 아직도 중천인데, 고속도로 휴게소에 발을 멈추고는 해지기를 기다린다. 더이상 움직이기 힘든가보다. 수도시설에, 화장실, 그리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으니 이만한 캠핑장소는 A급. 이런 곳 또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 하루밤 머문다. 









    3월이 되면서 말레이시아 하늘도 파래졌다. 그 많던 구름들이 사라졌다. 바로, 장마가 갔다는 뜻. 햇빛을 가려줄 구름이 없어져 나는 아쉽지만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담을 수 있어 좋다. 오늘의 목표지점은 이포(Ipoh. 아침에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조그마한 동네 고핑(Gopeng)에 도착. 오늘 만나기로 한 호스트는 히잡을 두른 젊은 무슬림 여자친구, 자자(Jaja). 여느 카우치 서핑처럼 적당히 밥 먹고, 적당히 쉬고, 적당히 관광하고 3-4일 지내다 떠나겠지 했는데...... 











    나를 차에 태우고는 정글 속으로,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 











    오 마 이 갇!!! 내가 래프팅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적당히 밥만 먹고, 편히 자고, 며칠 지낼 것 같은 내 예상이 180도 뒤엎어졌다. 일단!!! 나도 래프팅 즐기자!!!!









    오늘 나의 미션은 재미있게 래프팅 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 일행들 보다 앞서 출발하게 되고, 사진을 찍은 뒤 맨 꼴찌로 다시 앞질러 간다. 결혼식장에서 사진사가 모든 일정을 휘잡는 것 처럼, 오늘은 내 카메라 위치에 따라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일단, 시원~시원한 사진들 보자!










    나와 같은 미션을 받은 또 다른 찍사.


















































    나는 노 없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이 배, 저 배 옮겨타고 다녔다. 그 중 나를 즐겁게 맞이해주던 일행들. 다른 배에 올라탔다가 모두 묵언수행을 하는 듯 해서, 다시 이 배에 올라타곤 했다. 



























    좀 더 가파른 강을 갈망했는지, 래프팅이 조금은 지루해보여서 나는 카약에 몸을 뉘었다. 큰 바위를 향해 곤두박질 할 때마다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래프팅을 타던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나는 곧장 내려갔다. 











    나와 같이 지내고 있는 라닥 어드벤쳐의 일꾼들. 손님도 아니고, 직원도 아닌 신분으로 사진을 찍고서는, 모든 손님들을 올려보내고는 강가따라 한 참을 더 내려갔다.  











    일부러 전복 되기. 








    라자브룩 나비 (Rajah Brook Butterfly). 땅에 미네랄을 공급해주는 고마운 나비다. 이 나비를 보기 위해 트렉킹 프로그램도 따로 있을 정도다. 래프팅 사진 찍으러 올라간 바위에서 우연히 발견했으니, 나는 트랙킹 안해도 된다. 행운!










    라닥 어드벤쳐 사장님, 로이! 나와 동갑. 자연속에서 단순하게 살고 있는 이들을 보면, 나도 한 없이 느슨해지는 삶에 익숙해져만 간다. 로이는 나를 항상 '오빠?'라고 부른다. 소녀시대 윤아?를 미래 부인으로 맞이하려 한다. 










    여기 고핑 정글에는 9개의 리조트가 있고, 프리랜서처럼 일하며 머릿수 많은 손님들이 있는 리조트에 왔다 갔다 하며, 래프팅도 하고, 폭포수도 타고, 동굴 탐험 등등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이들 모두 하나같이 기타를 잘 친다. 그 중 왼손잡이들도 가끔 있다.  










    코드를 모두 거꾸로 잡고 있다. 왼손잡이 사람 중 이렇게 치는 사람이 많은가? 싶었는데









    여기 또 있다. 흑인 레게 필(feel) 가득한 우리의 '알만'. 그가 보트 위에서 노 젓는 모습은 영락없는 '잭 스패로우'다. 모두들 그를 '잭 스패로우'라고 부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 종일 수다 떨고, 가끔 심심하면 노래부르고, 담배도 피우고, 배구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의 호스트 자자(핑크색 히잡). 내일 모레 태국-라오스-중국까지 배낭여행을 떠나는 그녀를 위해 모두들 무사 귀환을 위한 기도를 함께 드리는 날이다. 딱히 계획이 없었던 나에게 북쪽으로 올라가는 자자의 일정에 함께 하기로 했었다. 자전거는 물론, 대만으로 보내놓고는 50여일간 그녀와 배낭여행을 하기로 했었는데, 너무 빨리 중국을 가려하는 그녀의 일정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중국으로 서둘러 들어가 버리면 나홀로 30여일을 홀로 자전거도 없이 방황하게 되는데, 그게 두려웠고 싫었다. 결국, 나는 자전거 타고 태국 올라가기로 한다. 원점이다. 










    단정해진 로이와 그의 동료 아집.









    기도를 마친 뒤에는 맛있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 밤 10시가 훌쩍 지난 시각. 배가 무척 고프다. 










    나와 같은 카우치서핑 게스트가 둘이나 더 있다. 캐나다에서 넘어온 초콜렛. 모로코에서 넘어온 라시드. 라시드는 이 곳 홈페이지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물론, 자원봉사로 말이다. 나도 도와줄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사진찍은 결과물로 이 곳 브로셔를 작업해줬다. 아직도 포스터 작업, 로고 작업이 2-3개 더 남아있다.










    정글 속 아이스크림 장수. 파키스탄에서 넘어온 아저씨다. 유일한 배달 음식?










    다들 박쥐들 처럼 해먹에서 더위를 식히고, 밤에는 잠도 잔다. 










    '알만'이 고기잡으러 간단다. 직접 만든 쇠창살 한 개 들고, 물가로 가자~ 으허허~ 여기 너무 재밌는 곳이야!! 


















    물고기는 무슨. 물이 너무 흐려서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저멀리 바위에 누워 있는 우리의 잭 스패로우. 










    집에 가는 길, 시원한 폭포에 데려다 주었다. 여기는 줄타고 폭포를 내려오는 장소.








    여기가 그들의 사무실?이니 이보다 더 좋은 사무실이 있을까?










    저녁 5시가 되면 모든 일꾼들이 이 곳으로 배구하러 몰려든다. 나도 얼떨결에 첫 날 도착하자 마자 합류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매일 매일 배구하는 낙으로 지낸다. 나에게 배구하는 시간은 숫자공부하는 시간. 뚜어 띠가!  2:3!



















    내가 지내고 있는 건물이 오른쪽에 보인다. 모기가 많아, 벌레가 많아, 개미도 많아 텐트를 치고 잔다. 새벽 아침에 풀벌레 소리 가득 들으면서 잠이 깨니, 이보다 평온한 곳은 없으리라. 내가 이곳을 못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날 더웅께, 물 놀이나 가자.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겼던 '켄'은 한국말 발음이 이들 중 가장 좋다. '오빠, 괜찮아?'하며 인사하는 켄과 오늘은 낚시하러 강가에 나왔다. 나는 이들 따라 계곡 트렉킹.









    낚시만 생각하면 지루하게 앉아 기나긴 기다림을 참아야하는 것을 어린 나이에는 견뎌내기 참 힘들었다. 그래서 낚시에 큰 관심이 없었다. 낚시를 애써 하지 않아도, 돈 주고 생선을 사먹으면 그만이었고, 그마저도 싫어 생선 먹기를 꺼려햇다. 여기서 이들과 직접 그물 낚시 하니,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일단 좋았고. '역시 남자는 사냥꾼'이라는 명제 속에, 원초적인 감각이 살아나는 듯하기도 하다. 농사를 짓던, 사냥을 하던 내 먹을거리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날을 꿈 꾸어 본다. 











    오예~ 빙고!!!! 오른쪽은 디자이너 '아리프' 나와 같이 팜플렛, 브로셔 작업을 같이 나누어 했다. 그는 중동 과일을 수입해 쿠알라룸프에서 먹을거리 장사를 하고 있다. 그가 머문 5일 동안 맛있는 음식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 다시 그가 돌아오니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오늘의 수확물. 하하하









    그리곤 저녁에는 당연히~ 하하. 나 이렇게 사는 것이 적성인 것 같아. 왜 진작 이렇게 살지 않았지?











    아리프가 요리한 우비까유(Ubikayu).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머문 이 곳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본군에게 모든 식량을 빼앗기고 만다. 먹을 것이라곤 이 우비까유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얀 것은 코코넛을 갈은 것, 달콤한 시럽을 뿌려 같이 먹는다. 맛 있 다!!!!!











    여기 지내면서 손으로 먹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잘 먹는 방법은 저 엄지손가락을 밀어주는 것이 핵심.  









    남은 코코넛 가루와 설탕을 버무려 돌돌 말아 먹는다. 아, 이름을 까먹었다. 역시 달달한 음식.


























    이건 라닥 어드벤쳐 사장, 로이가 요리해준 점심식사. 내가 여지껏 먹어 본 말레이시아 음식 중 1등!!!! 아오! 또 먹고 싶다.  










    고핑 한적한 길목에서 팔고 있는 첸돌(Cendol) 장수 아저씨. 






























    여전히 한가로운 일상. 철물점에 자주 드나들던 로이는 철물점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오래된 자전거를 싼 값에 사왔다. 고핑 마을에는 골동품 같은 자전거를 1,000 RM (35만원 정도) 팔고 있는데, 로이는 저 자전거를 무려 300 RM(10만원)에 샀다. 100년은 훨씬 되어보여 허접해보이지만, 'Made in England'!!!!! 













    지난 5일 동안 싱가포르에서 많은 손님들이 왔다. 

    여기는 시원한 폭포수 위. 저 줄타고 내려가야 한다.  












    말레이시아에선 학부형들이 자녀들 위험한 활동 하기를 꺼려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중학생이 되면 '반드시' 이런 아웃도어 스포츠를 해야한단다.

    결국, 이곳의 주요 고객들 또한 싱가포르에서 오는 학생들.













    공짜 래프팅을 무려 3번이나 즐기면서 어제 만났던 싱가포르 학생 그룹을 우연찮게 또 만나게 되었다.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으니, 이들과 함께 동굴 탐험을 가보기로 한다. 


















    이들 일행 중 어제 래프팅하며 나와 첫 눈맞춤과 '안녕하세요'로 인사를 나눈 한나(L). 










    이곳 동굴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동굴. 즐겨보았던 베트맨이 살고 있다는데.






























    난 또 예쁜 선생님을 좇아 다닌다. 





















    그렇지!! 그렇지!! 만들어진 계단만 걷고 나온다면 동굴 탐험이 아니지. 가파른 언덕을 엉덩이 맞대고 썰매타듯 내려온 뒤, 좁다란 구멍 사이를 비짚고 내려간다. 아, 카메라에 후레쉬가 없어서 더이상 사진 찍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제부턴 사진 촬영 금지. 방수되는 가방에 고이 접어 놓고는 나도 기어 기어 탈출한다. 





































    이튿날 싱가포르에 돌아가는 이들. 같이 식사 한 끼도 못했는데,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나를 신기하듯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다. 이들은 내가 머무는 옆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 이 날 밤, 캠프화이어를 하는지 소리지르는 소리가 내 텐트까지 들려왔다. 안녕~








    풀벌레 소리 들으며 일어나는 아침, 자동차 매연도 없고, 그리고 빨래하고 널어두면 금새 말리는 강한 햇빛, 새소리, 개미떼 까지. 키가 큰 나무 때문에 붉은 노을이 그리운 요즘. 정글 속, 자연 속에서 단순하고 평범히 사는 일상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참 힘든가 보다. 애써 단순하고, 평온하게, 때로는 억지를 쓰며 자연인처럼 살려고 아둥바둥 했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정글 속에 사는 이 들 모습을 보니, 내 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나 태국을 못 갈 것 같아. 그냥 여기서 한 달 더 지내고 집에 돌아가도 괜찮을 정도야. 나 정말로 태국은 안간다. 캄보디아도 안가게 되었다. 캄보디아에서 예약한 비행기 표는 오늘 변경할 예정이다. 결국, 말레이시아에서 90일을 채우고 떠나기로 결심했는데, 한 달 동안 정말로 뭐하지?   



    더웅께, 강물에 헤엄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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