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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나시] 먼지의 도시 바라나시, 탈출하자!
    Cycling/Indianepal 2014. 4. 27. 13:29




    바라나시에 지낸지 3주가 되어간다. 보통 한 곳에 끈덕지게 지내보는 맛으로 여행하고 있는데, 여기 바라나시는 조금 버겁다. 길 위에서 만나는 인도인들을 더이상 믿을 수 없었고, 믿기도 싫었고, 이야기 조차 섞기 싫었다. 관광객은 그냥 돈! 온갖 앞뒤 맞지 않는 거짓말에 지친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인사하는데 받아줄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이 많이 지쳤다. 인도에 다시 오겠냐고? 아니! 나는 다시 오지 않겠어. 








    버스를 타고 온 대가는 처참했다. 힘든 것 즐겨한다는 우기도 박살난 자전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단다. 중간에 갈아탄 버스에 똑같이 지붕 위에 올리고 큰 도시를 빠져나갈 때 낮아보였던 철교를 지나는데, 우려할 틈도 없이 소리가 났고 철교 밑에 부딪힌 우기의 자전거는 심하게 파손되었다. 이상하게도 우기와 내 자전거는 같은 크기, 같은 자전거였고, 심지어 나는 패니어를 붙인 상태로 누워 있었는데, 우기의 자전거만 손해 봤다. 버스 타고 온 대가가 너무 크다. 










    버스를 '같이' 타고 온 대가도 컸다.

    책상에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진 카메라.

    다행히 필터만 손상이 갔고, 모든 작동은 정상이었다. 


    또 사기꾼 인도인들이 달라붙기 마련.

    길거리에서 망고주스를 마시던 나는 

    어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어느 수상한 수리점에 이르렀다.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휘어진 필터는 손으로 빼기 불가능했다.


    아저씨가 말하길

    "2시간 후에 오소. 가격은 1,500루피(약 3만원)요."


    2시간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으라고?

    고작 필터 빼는데 3만원이라고?

    에이~ 이 사기꾼아!


    다행히 유능한 수리사를 찾아

    단 5분만에 수리,  단돈 200루피(3,600원)에 

    필터를 빼낼 수 있었다.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맛있는 음식도, 시원한 맥주도 없었고, 감동 받을 만한 멋진 풍광도 없었다. 몇몇 만난 한국 사람들은 여기 음식이 그리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좀처럼 만족스럽지 못하다. 남인도 도싸만 울부짖고 있다. 







     


    숙소 밖을 나가는 순간 어지러운 도로 풍경은 역겹기 그지 없다. 걷고 싶지도 않았고, 그 무엇보다 빵빵 거리는 오토바이, 자동차들을 곁에 두고 있기 정말 싫었다. 이게 사람 사는 곳이냐? 정말? 항상 복잡한 도심을 가면 드는 생각이 있다. 먼지내고 매연 만드는 자동차를 멈추게 하려면 석유가 바닥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걸까. 괴물 자동차.










    이런 투덜거림이 열흘이 넘어가고 있다. 아마 내 투덜거림을 하루종일 듣고 있는 우기에게도 미안하다. 추스려야지, 일어나야지 다짐하는데, 오늘은 또 무엇을 먹으며 살아야할까 하는 원초적인 물음을 던지면 또 다시 한숨이 나온다. 사진은 강변에 있는 화장터. 24시간동안 태워지고, 24시간 내내 죽은 시체들이 골목 곳곳을 휘젖고 날라 다닌다. 처음에 오~했다가 이제는 뭐~하며 무덤덤하다. 








    화장터는 두 종류가 있다. 1,000루피 미만의 돈만 내면 '전기'로 40분만에 태워지는데 남는 것 하나 없이 모두 없어진단다. 6,000~7,000루피 가격의 장작 값을 치르면 3시간 정도 불에 태워질 수 있다. 돈이 많이 들지만 모두들 장작불에 태워지길 원한다. 태워지고 남는 것은 남자의 경우 가슴뼈가 남고, 여자의 경우는 골반뼈가 남는다. 남은 유골은 갠지스강에 뿌려진다. 


    신화에서 유래하는 이 화장터는 라이터, 성냥으로 불을 피우지 않는다. 사진속에 (작지만) 계단에 앉은 사람들 뒤로 보이는 숯불이 일년 내내, 수년 내내 꺼지지 않고 켜져있고, 그 불을 이용해 화장을 시작한다. 시와신의 부인이 어머님으로 부터 받은 귀걸이를 이 곳에서 잃어버렸고 그 슬픈 마음-그 뜨거움이 마치 사람을 잃었을 때의 마음과 똑같다 하여 이 곳은 항상 뜨거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불이 생겼고, 그 불로써 화장을 한다. 



















     



















































































    길거리 다니다 보면 남자들의 공중 화장실을 쉽게 볼 수 있다. 강 옆에 있는 화장실. 하수도 체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굳이 걱정안해도 모든 오물은 강물로 그냥 보내어 질 것이 분명하겠지. 신들을 그렇게 경배하면서 강은 계속 더럽게 만들고, 쓰레기 매일 버리는 우리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회용품의 사용은 인도 뿐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일상화되어 있지 않은가. 인도 길거리 음식을 먹다보면 은박지 그릇에 받게 된다. 먹은 음식이 맛있어 한 개를 더 시키고 먹었던 은박지 그릇에 도로 받으려 하면 손을 저어가며 버리라고 한다. '괜찮다, 또 먹을 수 있잖여??' 라고 호통쳐도 더욱 강하게 반대한다. 결국 새 은박 그릇에 음식을 받고, 전에 쓰던 은박 그릇은 바닥에 버려진다. 새 그릇에 음식을 받아야 한다는 문화일 수도 있고. 선재라 불리는 인도 사나이도 '강물은 신성한 것이니 강에 쓰레기 버리지 마' 얘기 하면서 페트병을 강가 바로 옆 계단에 던진다. 
























    갠지스 강을 흘려주는 시와신에게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올리는 인도사람들. 이 예식을 앞에서 이끄는 젊은 남정네들이 있는데 모두 '브라만'이다.  인도 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브라만'인지 알 수 있단다. 사두(수행자)들 역시 브라만 사람들만 될 수 있단다.  


























































































































    아, 쓰레기


    쓰레기 뒤져서 먹을 것을 찾는 소.

    그 소에서 짠 우유로 만드는 라씨(Lassi)

    라씨는 인도인들이 즐겨 마시는 요거트.


    아, 나는 라씨 그만 먹을래.












































    항상 발랄하고 들떠있는 여행기를 남기는데, 이번 바라나시는 투정부리는 초등학생처럼, 학교 가기 싫어 배 아픈척 부여잡은 내 어린시절 같다. 바라나시에 보내달라고 적고서는 바라나시를 언제 탈출 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어이없을 정도로 장사하는 상인들 이야기도 많은데, 여기에 다 나열하는 것은 내 누워서 침 뱉는 것 같아서 투정부리는 글은 그만 써야지 싶다. 꿀밤 때려주고 싶은 사람들만큼 친절한 사람들도 많이 있기 마련이다. 밍규리 그만 정신 차려! (나 맥주좀 주소)












    대금 청년 우기의 따블라 교습소. 바라나시에는 장사치 음악교실이 대부분이다. 너나 나나 내 아부지, 내 할아부지가 유명하고 손꼽히는 음악가셨다 하며 선전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아 또 글이 왜 삐딱해지냐고!!!) 심지어, 1시간 교습이면 아이폰으로 타이머 켜 놓고 교습하는 곳이 대부분이란다. 그 와중에 우기가 찾은 '다따 그루지의 따블라 교습소'은 가정집에서 이루어지고 하루 1시간을 하던, 10시간을 하던 150루피만 내면 된다.  






















    다따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자신의 제자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오래된 사진첩, 그리고 손글씨로 써내려간 방명록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나를 감싸며 감동케 한다. 사진은 역시 잘 찍어 남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는 '인화'해서 오래도록 간직될 수 있고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 제일이다. 아마 이 것 때문에 일기를 더 열심히 쓴 것 같고, 사진기도 숙소에 두고 돌아다닌 것 같다. 사진은 희미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진 한 장! 사진 한 장이면 족하다.  








    두서너번 방명록을 뒤적거리다 어머!!! 용팔이가 있다. 입술이 두터운 것 보고, 어라! 이름을 보니 용팔이!!!! 용팔이도 10년 전 여기에 다녀왔다. 사진을 잘 찍는 용팔이는 '공격대' 시절 어설픈 스튜디오 촬영을 찍어준 적이 있었고, 우리 '공격대'는 용팔이의 결혼식 때 모든 악기를 날라가며 축가를 연주해주었다. 그런, 용팔이를 여기서 만나니 어찌나 신기하고 반가웠던지, 따블라 수업에 관심없었던 나를 내일부터 당장 따블라 수업을 받게 만들었다. 








    숙소 바로 앞, 매일 일요일 아침은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시작한다.  오늘이 토요일잉께 내일도 듣는다. 그러면 세번째 듣는 아이들 목소리.




















    아이들 골목 크리켓 리그 '메달'

    박스 골판지로 만드니 모두다 금메달이다. 

























































    우리 숙소 골목에서 항상 기도 하시는 아저씨. 인사성도 어찌나 밝으신지 내가 합장하며 간략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면 아직도 아저씨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저 뒤에 해골은 자신의 스승들 해골이고, 저 두개골에 술을 따라 마신다. 오...강심장.








    우기랑 한창 즐겨 먹었던 에그롤(Egg roll). 길거리에서 20루피면 맛있는 에그롤을 먹을 수 있었고 이 두 친구가 열성적으로 만드는 에그롤을 즐겨 먹었다. 역시 숙소를 바로 앞에 이 두 친구가 함께 살고 있다.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 재료를 준비하고 저녁 6시부터 장사를 시작한다. 짐작컨데, 하루는 맛있다고 욕심부려 에그롤을 3개 먹고, 10루피하는 볶음면을 한 그릇 배불리 먹었다. 아마 면이 문제였는지 지금 5일째 설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싸다나!!! 사다나 포레스트에서 만난 인연들이 계속 이어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음악가 페트릭(오른쪽에서 두번째). 그리고 악셀(왼쪽)과 레다(오른쪽)은 바라나시 병원 병실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스웨덴 청년 악셀은 버스기사의 졸음 운전으로 버스가 전복되었단다. 악셀은 자기 배낭을 버스 앞 쪽에 두었고, 옆에 앉을까 망설이다 좁은 공간 때문에 버스 뒷 좌석에 앉았다고 했다. 버스가 사고 난 후 살펴보니 앞 쪽에 앉았던 사람들은 팔을 잃은 사람도 있고, 다리를 잃은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자신은 허리만 삐끗했으니 정말 행운이라 했다. 모로코 낭만 청년 레다는 달리는 기차에서 몸을 던졌다는데, 가히 상상히 안간다. 얼굴과 팔다리 여기저기에 찰과상을 입었다.  악셀은 오늘 스웨덴으로 비행기로 후송되고, 레다는 퇴원 후 오늘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로 한다.


    스웨덴으로 날라가는 악셀은 덴마크에서 의사가 넘어와 바라나시에서 개인 경비행기로 델리까지 보내지고, 델리에서 스웨덴까지 의사가 동행하며 돌아간다. 역시 스웨덴의 의료체계는 하늘을 찌르는구나. 악셀이 지불한 돈은 0원. (물론 의료보험으로)


     










    악셀의 인도 여행 재미있는 에피소드!


    긴 드래드 머리에 빡빡이 머리인 악셀.

    내가 봐도 정말 소화하기 힘든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큰 키, 깡마름, 높은 콧대로 자연스레 소화된다.


    어느 시골 마을 결혼식에 얼떨결에 발을 들인 악셀.

    그의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본 인도인들은 

    그가 사두(수행자)인줄 알고,

    곁에 붙어 다니며 기도하고 사진을 찍어단다. 



    악셀의 멋있는 화이어 저글링 사진은 아래 포스팅 중간에 있다.

    http://mingyulee.tistory.com/192









































    확트인 풍광이 좀 필요하다. 맑은 공기가 필요했고, 잔잔한 일상이 필요했다. 허나, 숙소를 벗어나 북적거리는 인도 거리를 거닐기가 정말 힘들었다. 인도의 거리는 그야말로... 아, 단 1초라도 발을 붙이기가 싫다. 


    먼지가 쌓여가고 있는 숙소 안 침대와 책상, 그리고 내 자전거와 짐들. 먼지도 먼지 나름이라고 길거리에서 나부끼는 온갖 매연과 소똥들이 뒤섞인 먼지를 생각하니 창문에서 불어오는 아침 공기가 역겹게 느껴지기는 내 살아 생전 처음이었다. 그리고 가로수 하나 보기 힘든 도심에서 밤에 시원하게 잠을 자고자 하는 것은 허망한 한 여름 밤의 꿈이니라. 


    계속 투덜거리는 힘빠지는 글을 써서 미안한 마음뿐. 이제 인도 좀 벗어나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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