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걷기1] 고요한 피상(Pisang), 그리고 얼음호수(Ice Lake)까지

2014. 5. 25. 15:44Cycling/Indianepal




내 생애 히말라야에 왔다. 눈 앞이다. 여행 전 '어디가고 싶은데?'하면 막연하게 '히말라야가 보고 싶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네팔행 비행기 값을 줄테니 중국만은 뛰어 넘으면(피해가면) 안되겠냐는 가족의 제안도 받았었다. 그 때 비행기 값을 받고 중국으로 갔었어야 했는데. 거두절미하고, 걷기 첫 날, 포카라(Pokhara)에서 베시사하르(Besishahar)까지 버스, 그리고 이어지는 덜컹덜컹 지프로 1,900고지 다라빠니(Dharapani)까지 올랐다. 너무 덜컹거려서 치질 생기는 줄 알았다.











트랙킹 둘째날.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는 밤에도 계속 되었고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나무가 많은 곳이라 아침공기가 유난히도 개운했던 아침. 아직 본격적인 트랙킹을 시작하지 않아서 느껴지는 개운함이었다. 











'아따 쉬울것 같지? 맘 단디 묵어'











트랙킹 동행을 소개하자면 대금들고 온 우기, 디쥬리브를 들고 온 브라질 친구 다니엘로, 어제 지프에서 같이 내린 프랑스 친구 아노, 그리고 가끔씩 같이 걷게 되는 네팔 사람들. 아노는 이틀을 같이 보내고 속력을 더 내어 먼저 훌러덩 떠나갔다.  












































중간에 들은 얘기지만 네팔에서 '산'은 적어도 5,000미터 정도 되야 산 이름을 붙여준단다. 그 이하의 산들은 이름도 없단다. 이 날 구경하고 밟은 산은 그냥 땅 일뿐. 












































트랙킹 초반에는 구름이 많이 끼어있어 '아, 너무 늦게 왔나'싶어 우울했다. 우기(몬순)가 생각보다 일찍 다가오고 있다.  

































네팔에서, 더군다나 안나프루나 트랙킹 코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경우의 수는?

이날 오후 뒤좇아오던 학교 후배 하나를 만났다. 오! 오! 뜻밖의 인연! 

네팔어가 능숙한 하나의 정보통으로 오늘 멈춘 참외(Chame)에서 열리는 축제에 가보았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활쏘기 축제 현장이다. 여자, 남자대장군을 그려 넣은 표적에 가장 멋드러진 곳?에 화살을 꽃은 궁수를 뽑고, 그에 걸맞는 대접-돈, 음식을 건네준다. 이 아저씨가 첫 번째 주인공.









































































갑자기 사람들이 '와우~'하는 함성과 함께 또 다른 궁수 챔피언이 태어났다. 당신이 일등이여~ 일등이여~ 목마를 태우고는 어디론가 몰고가더니 목에 나무며, 천을 둘러싼다. 아저씨 횡재혔네~













어데 맞췄길래 다들 그려? 동네 사람들이 다 모였다.













장군 목을 땄구먼! 허무야~













전 챔피언 당신도 일루와!! 두명의 궁수에게 모든 마을 사람들이 존경의 표시로 돈과 음식, 술을 나누어 주더라. 이후엔 집집마다 음식을 준비해와서 동네 남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같이 먹었다. 외부인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주지 않아 먹을거리 앞에서 쭈뼛쭈뼛 주변인 행세를 하다 참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초대받지 않은 잔치에 있는 기분이 이런 것이였어. 간신히 간신히 만두와 과자 몇 조각을 얻어먹었는데, 만두는 상당히 맛있었다. 오홍!!













트랙킹 셋째날. 오늘은 피상(Pisang)까지 가는 일정. 피상은 아랫동네(Lower Pisang)와 윗동네(Upper Pisang)가 있는데 윗동네-Upper Pisang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동네가 예쁘다. 업퍼피상(Upper Pisang)은 3,400m 고지 될듯하다. 













겨울을 잘 버틴 보리가 잘 자라고 있네.




















































































업퍼피상(Upper Pisang)에 도착. 마을 분위기가 아랫동네랑은 사뭇 다르다.
























'아따 아줌니, 손 안시러부러라?' 눈이 녹아 내려 흐르는 개울물을 끌어서 물을 사용한다. 언제나 차고 시리다. 내가 좋아하는 시림.

































숙소에서 보이는 안나푸르나 2 (7,937m). 학교 후배 하나와 함께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동안에는 구름에 가려 있더니 늦은 오후가 되면서 그 모습을 살며시 보여준다. 






















으헝헝~












































트랙킹 넷째날. 새벽 5시에 눈을 뜨고 6시에 아침식사를 먹고 부리나케 출발한다. 오후에 구름으로 가려진 봉우리들은 이른 새벽에는 구름없이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눈 뜨자마자 일어나 봉우리를 확인하는 일이 이제는 몸에 익었다.






















오늘은 마낭(Manang)까지 가려는 계획. 피상을 벗어나면 가파른 경사가 시작된다. 열 걸음 천천히 갔다 숨 한 번 몰아쉬고, 또다시 다섯 걸음 천천히 올랐다 숨 두 번 몰아쉰다. 안나푸루나 2봉이 계속 우리를 지켜본다. 






















그리고 지나는 Green Lake. 햇살을 받은 호숫물이 데워지고 호숫가 주변에는 소 두 마리와 송아지 두 마리가 조용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 새소리도 들리지 아니하였고 바람 소리 조차 입을 다문채 그야말로 고요함만이 있다. 풀 밟는 발자국 소리도 조심조심. 살금살금. 평온평온. 차분차분.











앗, 어느새 구름이 ;;; 숨은 소 한마리 찾기.






















힘쎈 바람에 등줄기에 젖은 땀도 얼른 식는다. 슝슝~ 








































































20분만 더 걸으면 마낭(Manang)까지 도착하는데, 브라가(Bhraka)에서 멈추었다. 점심을 먹다가 식당 아저씨가 얼음호수(Ice Lake)를 다녀오란다. 다니엘로도 OK, 우기도 OK! 나만 안간다 할 수 없어 아이스 레이크와 가까운? 브라가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계획에도 없던, 지도에도 없던 곳을 갑자기 가게되네. 브라가의 고도는 3,480m. 머리가 살짝 찌른다. 숙소에 오자마자 씻고 바로 낮잠을 잤고, 자고나면 머리가 좀 괜찮겠지 했는데 여전히 무거워. 고산증에 좋다는 마늘수프만 연달아 시켜 먹고 이튿날 몸이 괜찮으면 Ice Lake에 가기로 다짐한다. 하루 쉬었으면.... 












트랙킹 닷새째. 어라? 풍경이 조금 변했다. 어제 내린 비가 높은 곳에서는 눈으로 변해 쌓여있다. 우리 어무이 흰머리처럼 허옇다. 머리는 여전히 무겁지만 올라갈만 하다. 까짓것 가보자!! Ice Lake의 고도는 4,200m(어느 간판에는 4,600m??) 참고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의 고도가 4,130m. 가운데 보이는 우리 숙소. 지금보니 경치 참 멋져잉~ 











'형씨~ 머리는 좀 괜찮누?'











브라질 젊은이 다니엘로는 네팔와서 살아생전 처음 눈을 봤단다. 아직까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직접 본적이 없어 눈이 마냥 신기하단다. 나도 여름나라만 1년 넘게 다녀서 2년만에 눈을 밟아본다. 입에서 허연 김이 나오니 기분이 좋다. 











그래! 나에게 겨울이 필요했다. 반갑다 눈아~ 메리 크리스마스~ 











사진 한 방 찰칵! 배낭은 숙소에 두고 와서 몸이 가볍다. 











아마 안나푸르나 4 또는 3? 











숨은 우기 찾기











야호~ 소리도 못 낼 만큼 압도되는 느낌






















어머!? 산 위에 사람들이 모여있다.'동충하초'를 캐는 사람들. 한자 그대로 겨울에는 벌레, 여름에는 풀이되는 건강 보양식이라나 뭐라나. 한 번 이렇게 올라오면 2개월동안 열심히 채취해서 내려간다. 엄청난 돈벌이가 된단다. 











'사는게 다 그렇지, 고상시려워도 먹고 살아야제' 











한국에서 왔다니 다들 반갑게 반겨주신다.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 가끔 한국어 솜씨를 뽐내는 분들도 있다. 

































아이스 레이크! 네 이놈 어딨는거냐?! 











찾았다! 짜쟌! 예상을 뒤엎고 호수 주변에는 모기 같은 날파리들이 수 억마리 날라다니고 있다. 고도 4,000m 중반을 넘는 곳에 올라오니 속이 매스껍다. 심각할 정도는 아닌데, 머리도 무겁고 아무래도 고산증이 설레설레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언덕배기에 올라 디쥬리브를 부는 다니엘로가 내려올 때 까지 한 시간 정도 윙윙 거리는 날파리 때를 곁에 두고 호수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동안 햇빛이 눈을 좀 녹였다. 호수 주위에 있던 눈이 금새 사라지네. 내려가기 전에 사진 한 방 잊지 말아야지! 어이구~ 머리야~. 이 날 뜻하지 않은 눈발에 얼굴이 모조리 타버렸다. 우기가 네팔 사람 되었다고 놀린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광대뼈는 갈색으로 타있다. 광대뼈만....











내려오는 길. 사진 좀 찍어봐봐 하는지 구름이 살짝 비켜준다. 내려오는 것도 힘들어 그냥 내려가려는데 사진 찍으라고 하나보다, 정말로. 숙소에 간신히 내려가(참 멀었다) 낮잠을 잤고, 또 잤다. 












트랙킹 엿새째. 오늘은 쉬는 날. 역시 흰 눈 덮힌 산을 앞에두고 마시는 핫쵸코와 초코케잌. 아하~ 이 맛 알랑가 몰라. 이제부터는 하이얗게 눈덮힌 설산을 곁에 두고 묵묵히 걸어가는 일정만 남아있다. 오늘 편히 쉬면서 몸 좀 추스려야 쓰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