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라마유루] 이제는 평범해진 풍경

2014. 8. 4. 18:01Cycling/Indianepal



여기를 먼저 여행했다면 '우와'하며 감탄하고 계속 연이어 '우와우와'를 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마날리에서 레를 넘어오는 구간에서 감탄사를 남발했는지(남발할 만도 했지) 더이상 입에서 탄성이 나오는 구간은 없었다. 눈 쌓이지 않은 산 봉우리를 보니 눈없는 산은 산처럼 보이지 않아서 였을까. 심심한 마음도 많이 있었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했고, 풍경마저 이러저러 평범해졌다. 평범해졌지만 둔해졌지만 [마날리-레]구간에서는 쉽사리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봉우리(이제는 더이상 산도 아닌가) 2개를 넘고서는 멈춘 작은 마을 사스풀(Saspul). 텃밭 주변에는 꽃들이 참 많다. 해바라기도 있고













근대? 할무니 어기 근대 맞죠잉?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머물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가격을 물어보던 우기가 말한다. '주인집 딸내미가 귀여운디요?'  하늘이 꾸물꾸물하는 모습도 보였고, 그래 우기야! 여기서 머물자. 나는 하늘이 꾸물꾸물 해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코 딸내미때문에 결정한 것 아니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와 첫째 딸내미가 배춧잎을 손질하고 있었고, 우기와 나는 계속해서 흥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춤추면 100루피 깎아주시죠?'하고 바보춤을 보여주었더니 단번에 첫째 딸내미가 100루피를 깎아준다. '뭐 이런 바보가 있냐'하며 한참을 웃었던 첫째 딸내미가 예쁘다. 













어제는 정말 하늘이 꾸물꾸물 했는데.....밤사이 비는 안왔다.


























'오빠~ 짜이 한 잔 하세요'

어흥어흥


























무를 채 썰어서 소금으로 간을 한 속을 밀가루 반죽 2개 사이에 넣고 프라이팬에 구웠다. 맛은 뭐 그냥저냥. 내 옆에 앉은 큰 딸내미 먹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고추장을 위에 발라 먹더라. 공대를 다니는 이 친구는 손님들에게 방명록을 쓰도록 권하는데, 인도인에게만 권하지 않는단다. 하하. 이름은 아돌. 페이스북 메세지로 자꾸 돌아오라고, 보고싶다고 한다. 이제와 '후회'하지만 여기 숙소에서 이틀 사흘 더 지냈었으면 어땠을까. 에휴













레에서도 충분히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레를 벗어난 조그마한 마을에서 오래 지내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운데 일본인 친구 '유마'는 사흘 전 부터 여기 사스풀에 있었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길게 길게 먹고는 느지막히 헤어진다. 


























매일매일 자전거 여행자를 만난다. 길거리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데 만난 자전거여행자들. 70세 백발 할아버지와 우리 아부지 어무이 나이대의 60대 중후반의 노?부부. 4,000미터 넘는 산을 넘어왔고, 5,300미터 산을 넘어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간단다. 여행하는데 있어 나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겨우 서른, 마흔인데 '안돼 안돼'하며 설레설레 하며 경계를 짓기 좋아하는 한국사람들. 변명을 자꾸 만들지 말지어라.









































































할무이~ 아몬드 한 봉지 주이소~ 잔돈을 찾고 있는 라다크 할무이.
























역시 눈 없는 산을 보는 것은 이제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사실 나는 등산하면 겨울산 밖에 안간다. 썰매를 타고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지.












마을을 많이 지나치기에 채소 구하기가 쉽다. 오랜만에 캠핑 샐러드. 재료는 토마토, 양파, 순무, 아몬드, 땅콩. 희한하게 아몬드에 향신료가 묻혀있는지 먹는 내내 썩 개운치않은 인도 마살라 향이 풀풀 났다.  












오늘은 살구 나무 아래서 캠핑. 이날 살구를 50개 넘게 따 먹었는데 다음날 똥 누러 화장실을 네 번이나 다녀왔다. 변비가 있다면 살구가 드셔보세요. 건강한 똥을 하루 네 번 버리고 오기 참 어려운 일인데. 그랜드 슬램일세. 사다나 경현누님, 살구씨 보내달라고 해서 제가 열심히 먹었는데 먹다보니 많이 못먹었어요. ;; 












이제 라마유루로 가는 평범한? 길




































점심즈음에 라마유루(Lamayuru)를 도착한다. 산 정상에 있는 절에는 한 때 500명이 넘는 승려가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30여명 안팍의 승려들만 살고 있다고 한다. 전기공급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만 된다. 숙소 침대에 누워 있으면 11시에 자동으로 방 안에 불이 꺼지니 좋다. 어두워 질수록 칠흑같은 어두움, 두려움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안경을 잃어버려서 밤하늘에 인사하는 별들에게 카메라 초점을 맞출 수가 없다. 이후로 그냥 별사진은 내 눈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며칠동안 밤마다 별구경 참 많이 했다. 



























부서진 길을 메꾸는 작업에 동원되는 마을사람들. 아기를 업고 일터에 나가는 엄마의 모습도 보인다. 













이 표지판을 보면 내친구 오일영이 생각 많이 너더라. 일영아 네 이름이 두개나 있다. 일영오.







































내 자전거 짐에 변화가 생겼다. 혹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4,100m 언저리 되는 포투 라(Fotu La). 5,000m 되는 놈들을 두어번 지나니 4,000m 정도는 그냥 저냥 평범해지는 건가. 엊그제 5,600m를 다녀온 우기는 요딴데서 사진 남길 필요도 없다는 둥 코웃음을 친다.  포투라를 넘어서면 더이상 라다크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오후내내 봉우리 하나를 더 올랐다. 그렇게 우기와의 자전거 여행도 서서히 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