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나가르로 가는 길] 그대들은 어느 행성에서 온 사람이오?

카슈미르. 내가 발 딛고 있는 카슈미르 여행이 서서히 마무리된다. 몇 해 전 '자전거 타고 꼭 오리라' 하며 마음 속에 품었던 곳이었는데 막상 벗어나려고 하니, 끝내려고 하니 마음속이 허전해 지는 것 같다. 그럼 이제 집에 가도 되지 않겠어? 와보고 싶었던 곳 신나게 자전거 탔응께 집에 갈만도 한데. 

자 이제 새로이 무엇을 하고 싶으냐? 어디를 가고 싶으냐? 

속으로 물어봐도 돌아오는 시원한 대답은 없다.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 자꾸만 집에 가는 상상을 펼쳐본다. 곧 여행할 이란, 터키 쪽의 여행은 안중에도 없고, 내년 여름 집에 돌아갈 때 어디어디를 들러 누구누구를 만나며 집에 돌아갈지 망상만 늘어난다. 일본을 들러 갈까. 한국 같이 들어가려는 레아를 꼬드겨 일본에서 자전거 여행을 해볼까 등등 아주 소설을 쓰고 앉아있다. 뭐 그래도 상상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 이런 갖가지 망상 없이는 맞바람 부는 언덕을 올라갈 엄두가 안난다.

정상을 지나 황량하디 황량한 벌거숭이 산들이늘어져 있다. 겨울에는 분명 눈이 있을터. 눈 녹아 생긴 물 길을 훤히 다 보여준다. 아이고 을매나 챙피할꼬.

나무가 많아 잔디밭 위에 깔끔한 캠핑이 이어질 줄 알았건만. 평평한 곳은 모두 밀밭이고, 거친 땅 뿐이었으니. 오늘 참 힘들게 찾은 모래, 자갈밭 위 캠핑. 내 텐트는 노란색. 저녁 든든히 먹고 텐트에 누워 방충망을 제외하고 문을 활짝 열어 젖히면!!!! 열면!!!! 천장에 수많은 별들이 쏟아진다. 이날 여지껏 봤던 별똥별 중 가장 밝은 별똥별을 봤다. 정말 누군가 대포 쏜 줄 알았다. 그렇게 띄엄띄엄 잠 깨면서 게슴츠레 별들을 보며 잠 들었다. 

무슬림 무슬림

식당이 없어 조그마한 구멍가게에서 우유와 과자로 배를 불려본다. 자네는 어디 행성에서 온 사람이유? 생김새가 스탄스탄 중앙아시아 사람들 같아. 오묘한 느낌.

카르길(Kargil). 이 마을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군사지역이라 총 맞는다고 한다. 이정표를 잘 살펴 동서남북 잘 보고 서쪽으로 가야한다. 카르길에서는 점심 한 끼만 먹고 따나기로 한다. 이제 복잡한 마을은 싫다. 여기 그래도 인도다. 방심말자.

온 동네방네 무슬림만 보이는 마을.

자네들은 어디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유?? 

언어가 점점 달나라로 가고 있다. 

카르길을 지나면서 꼬박 이틀 동안 아니 사흘 동안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심하게 경사진 곳은 아니었지만 눈 뜨면 '아, 오늘 또 올라가야해?'하며 한 숨 쉬며 하루를 시작한다. 봉우리 이름 또한 괴팍하다. 조지라! (Zoji la) 

어렵사리 구한 캠핑장소. 역시나 잔디밭이 아닌 흙모래 위에 집을 세웠다. 바로 옆에 낭떠러지로 내려가면 인더스강과 만나는 드라스 강이 흐른다. 바위에 부딪히는 물소리가 박력있다. 며칠간 빈대에 심하게 물리면서 매일매일 몸을 씻고 자는데, 오늘은 요 아래 드라스 강물에 맨몸으로 들어가 씻었다. 빈대 이눔아! 어데 숨어있는겨?! 시방. 

보리? 밀? 밀밭 맞죠잉. 

드라스(Dras). 마을이어도 큰 기대는 금물. 딱히 구미를 당기게 하는 식당은 없다. 결국 빵집에서 후질근한 빵과 우유로 배를 채웠다. 여기는 인도. 점점 후질근해진다. 

소학교 하교 시간인가보다. 녹색 교복?을 입고 쫄랑쫄랑 걸어다니는 아이들 보면 녹색이라 그런가, 파키스탄? 느낌을 물씬 풍긴다. 몸집만한 가방을 메고 있응께 닌자 거북이들 같기도 하고. 쫄랑쫄랑.

?!!!?

자네는 어디 행성에서 왔는가?

나 로리타 아닙니다.

애들이 왜이리 다들 예쁘지?!

두근두근

또다시 만난 조그마한 마을 구멍가게에서 우기가 한참을 서있다. 백숙 한 마리 해먹자고 선언?했던 우기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던가. 닭 한 마리 190루피. 3,500원 정도 하는 가격. 우리 한국은 닭 껍질을 남겨두기에 뜨신물에 담갔다가 털을 뽑잖여. 근디 여기 인도인들은 닭껍질을 단숨에 버려버린다. 닭 목을 따고 피를 뺀 뒤, 가죽을 홀라당 뱃겨버린다. 3초만에 벌어진 상황. 아이고 을매나 아플꼬. 

우기는 사진 촬영 삼매경.

전 날 캠핑장소는 적당히 찾은 듯 싶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었던지. 결국 나는 텐트 뼈대치는 것을 생략하고 텐트를 덮고?! 잤다. 견고하게 텐트를 친 우기는 밤새 부는 바람 때문에 불안불안해서 선잠을 잤단다. 나도 새벽 2시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 

너희는 어느 행성에서 온 아이들이니? 어라?! 심지어 여자아이였구나?

평지 같지만 맞바람이 엄청 부는 약간의 오르막.

조지라!!!!! 조지라에 도착했다. 더이상 오르막은 없다. 더이상 산은 없다.인자 스리나가르까지 무려 90km 내리막이다. 으허허허허허허!! 90km 내리막!!!

흠, 근데 저기 먼지가 폴폴 나는 것이 워째 심상치가 않은데? 건조한 날씨에 먼지가 바람에 날리는 건가 생각했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밀린 자동차들이 올라면서 만들어내는 먼지에 경악한다. 여지껏 자전거 타며 지나온 길 중 여기가 최악중에 최악의 길. 정말 생지옥이었다.

내 얼굴과 몸은 온통 먼지 투성이. 중국도 댕겨 와봤지만 교통의 혼잡함과 시끄러움은 여기 인도가 더 심하다. 중국인들은 정말 양반이었다. 

그사이 우기를 기다렸는데

우기가 내 얼굴보고 막~웃는다.

참네, 우기 자네도 똑같햐!

광부가 따로 없네.

이제 점점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는 길.

카슈미르 자전거 여행 일정 중 마지막 캠핑. 6개월 함께 지낸 우기와의 마지막 캠핑. 그렇게 우린 스리나가르에 도착해 자전거 여행을 끝냈다. 점점 인도다워지는 도심 풍경에(여기 인도잖어) 나는 또다시 평정심을 찾기 힘들어지고 결국 스리나가르에서 8일동안 숙소방을 지키면서 쉬었다. 숙소 밖만 나갔다하면 지옥이었응께. 몇몇 아니 다수의 인도인들, 정말 한 숨 나오고 두주먹 불끈 쥐어지는 상황이 한둘이 아닌데 굳이 여기에 열거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 같아서 그만 두어야지. 스리나가르에서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레에 더 있을걸, 예쁜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나흘 더 지낼걸.

ⓐ 분홍색 점은 역시 머문 장소. 라마유루에서 이틀 묵었응께 9일만에 스리나가르에 도착한다.

ⓑ 예쁜 딸내미들이 있는 곳. 사스풀(Saspul). 혹, 레(Leh)에 머무는 것이 꺼려진다면 사스폴에 초입 오른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머무는 것을 권한다. 풀베고 농사짓는 라닥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숙소 이름이 아마 알치뷰? (Alchi view?) 

ⓒ 라마유루(Lamayuru)를 올라가는 오르막 경사가 은근히 힘들더라. 갑자기 급경사. 

ⓓ 가는 곳 마다 먹을거리 걱정은 없었다. 단, 맛있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 함정. 나한테 인도 음식점 가자고 하지마. 아오~!

ⓔ 조지라(Zoji la)를 내려가는 10여km 길은 역사상 길이 남을 최악의 길. 먼지, 절벽, 트럭!!! 

ⓕ 도로의 90%이상 포장이 잘 되어있다. 후년, 내후년에는 모두 포장된 길이 되지 않을까. 

ⓖ 기억에 남는 곳, 아쉬웠던 곳은 사스풀(Saspul)밖에 없는겐가. 우리 예쁜 딸내미들. 훌쩍

나 이제 인도 떠나요!! 아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