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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북부] 카스피해 넘어 아르메니아로~
    Cycling/middleeast 2014. 9. 20. 20:57




    파미르를 넘어온 본더와 아톰은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특히, 자전거에서 내리지 아니하고 언덕길을 꾸역꾸역 오르는 아톰을 보면 '철의 여인'이 탄생했음에 희열을 느낀다. 복잡디 복잡한 테헤란을 벗어나고 북쪽 챨루스(Chalos)를 향해 산으로 산으로 들어간다. 허나, 이를 어쩌나 (또 강조하지만)  눈 없는 산은 이제 그저 언덕처럼 보이거늘....언덕이라 무시?한다해서 내가 슝슝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에헴 

































    첫 캠핑, 이 친구들과도 처음으로 하는 캠핑. 아저씨게 캠핑 허락을 받고 힘들게 계단으로 모든 짐을 풀었는데 무료가 아니란다!! 머리 속이 하얘진다. 본더가 능글스럽게 다가가 주인아저씨께 어렵지 않게 공짜 캠핑을 허락 받는다. 카스피 해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개울따라 이어져 있는데, 장사하는 식당들이 많다. 모든 식당이 자시 대문으로만 개울에 들어 올 수 있게 만들어 물가 근처에 접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휴양림 분위기가 풀풀 났다. 











    캠핑할 적 맛있는 요리 많이 해먹자고 서로 다짐했다.


    내가 지금 프라이팬, 냄비 하나, 양은냄비까지 

    3개를 갖고 댕긴다. 내가 말이다. 말도 안 돼.


    유럽 친구들을 많이 만난 본더와 아톰도 자극 받았나보다.

    첫 술 부터 물가에서 잡힌 생선을 요리 할 줄이야.

    낚시하던 이란 친구가 흔쾌히 선사해준 민물고기.











    흠....겨울이 오는 동유럽에서 설산을 오래토록 봐야겠다. 흠.....

































    역시 이어지는 캠핑. 오늘은 감자 조림, 하얀밥 + 숭늉, 정체모를 찌개까지 이만하면 진수성찬?






















    토마토를 넣는 조리법은 우기에게 전수받은 비법. 본더, 아톰은 긴가민가하더니 새콤하게 잘 먹었다. 라면은 사리로 얹은 것. 

































    산을 올랐으니 이젠 정신없이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갓 길도 없고 울퉁불통한 곳도 제법 있어 경치를 구경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분노의 레이스!!! 


    내리막에서 내 스스로의 안전을 찾으려 차선 중앙으로 슝슝 내려오고 있는데 뒷 차가 '빵~~' 거린다. 이럴 때는 나도 어느정도의 속도가 있으니 당신이 알아서 추월해가도 좋잖아!?하며 심술을 부려본다. 몇 초 뒤 이 운전자가 나에게 바싹 붙어 추월하는 것 아닌가. 어쭈!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그 차 뒤꽁무니를 바짝 추격해가며 (앞에도 3-4대의 차량이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기에) 세우라고, 멈추라고 온갖 욕과 소리, 손짓해가며 발광했다. 그렇게 2-3km내려갔다. 잡혀만 봐라.


    급커브를 만난 차 앞을 추월해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에 소리라도 질러야, 멱살이라도 잡아야 내 성미가 풀릴 것 같았다. 차 안에는 남자 운전사와 여성, 아이까지 한 가족이 탄 모양새다. 유리창문도 굳게 올려 닫아두고는 온 가족이 얼어있는 분위기였는데 기껏 내가 따라잡았는데 옆으로 휑~ 차를 돌리더니 도망가더라. 던질 것이 필요했는데.... 물통이라도 차 유리에 콱 던져 버릴껄. 분함이 쉽게 풀리질 않는다. 알라에게 그대 가족들 쫄쫄 굶으며 살으라, 아사 하라고 기도하노라. 아이고, 분해.


    제발 자전거타는 사람들에게 빵빵 거리지 않았음 좋겠다.   













    분함을 케밥으로 승화시키자. 허나, 이를 어쩌나 맥주가 없네. 어머, 내 양말이 좀 부끄럽네. 방콕 병찬이가 준 양말인데 벌써 운명을 다했다. 











    분하면 모든 접시를 다 비울 수 있다! 사실 분하지 않아도 다 먹어치우잖아.

































    해발고도 0m의 고온다습. 카스피 해. 뭐, 그냥 흔히 보는 바다와 별 다를 바 없었다. 바다를 앞에 두고 바다구경은 차 안에서만 했다. 











    오늘은 웜샤워 호스트 무하마드 아저씨를 만났다. 그냥 좀, 아니 많이 괴짜인 아저씨. 친절이 과할 수도 있고, 애정표현이 그럴 수도 있고. 이런 이란사람도 있는 반면 왼쪽의 이란 친구는 우리가 무하마드 아저씨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 아저씨와 서로 전화하고 아저씨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이란에 맥주가 있더라!!!! 우리집에 오면 맥주가 있다는 말에 '에이 그거 무알콜 맥주 아니야?' 서너번 되물었는데 아니란다!! 정말이야??? 맥주로 우리를 자기 집으로 초대한 알리와 모나 커플. 그리고 그 아래 집 사는 쌀림. 첫 한 모금을 들이키고, 총 몇병의 맥주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내가 다 마셔버릴 수 있었기에 그들을 배려해 몇 병이 있느냐고 물어봐야만 했다. 12병 있단다. 그리고 알리는 발효중인 맥주 말통을 들어 보여준다. 맥주 12병은 하루밤에 끝나버렸다. 다음날부터는 발효 덜 된 시큼한 과일주 같은 맥주만 마셨다.  












    캠핑카로 이란 구석구석을 모두 여행한 알리, 모나. 2박 3일동안 우리가 거덜낸 맥주를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친절히 대해준 다정다감한 부부. 그들은 여전히 여행중이다. 그들과 헤어지고는 아랫집 쌀림집에서 또 신세를 진다.











    쌀림은 우리를 우리 자전거가 있는 무하마드 아저씨네까지 배웅해주었다. 무하마드 아저씨는 착한 쌀림에게 자기 손님인데 왜 네가 돌보느냐. 나는 그저 자전거만 맡아준 격이네?? 비아냥 거린다. 아저씨가 좀 주책이시네요. 뭐, 몇가지 방정맞는 행동이 몇 개 더 있다. 버스 시간표를 자기에게 안물어봤다면서 쌀림에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같이 있는 쌀림에게 버스시간표를 물었던 것인데 말이다. 하여튼 모하마드 아저씨 좀 알 수 없다.  























































    마란드(Marand)에 가면 유명한 웜샤워 호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흉흉하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그 호스트집으로 안내해준다는 소문 정도였다. 산 위에서 저멀리 바라본 마란드는 의외로 큰 동네여서 '에이, 여기서 그 아저씨를 만나기 힘들겠어'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게 마을 입구를 들어가는 사거리를 하나 두개 지나니 우리를 잡고 이야기를 건내는 아저씨. 이 아저씨가 그 아저씨다. 우리 오는 걸 어찌 알았는지 길 한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자신의 슈퍼마켓으로 안내하고는 아이스크림 주시고, 그동안 자신을 피해?가지 못했던 400여명의 자전거 여행자 사진을 보여준다. 그 사진첩에는 한국 동갑내기부부, 두둥실님, 용밧드, 그리고 하늘에 있는 나비두나님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진의 오른쪽 위 선반에는 나비두나님의 사진이 항상 올려져 있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음씨 고운 아저씨. 











    방금 전까지 와이셔츠 입었던 아저씨는

    우리를 만나더니 웜샤워 티셔츠로 갈아 입으셨다.

    매일 20km 마라톤을 즐기는 아저씨.


    내가 만난 이란사람 중 가장 따뜻했다.

     











    아저씨네 슈퍼마켓에서 무려 30%할인된 가격으로 저녁거리를 잔뜩 사왔다. 풍요 속 빈곤이던가. 먹을 것은 많은데 라면스프가 없다고 징징대는 본더. 






















    간식?으로 먹는 라면











    아저씨는 우리를 캠핑장소로 안내해 주고는 저녁 9시에 우리 먹을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오셨다. 그리고 아저씨 친구분은 다음날 아침 갓 구운 빵을 사들고 우리 캠핑 장소로 또 찾아와주었다. 아, 눈물나게 따뜻한 이란 사람들. 


































































    아제르바이잔과 국경도시인 졸퐈(Jolfa)를 지나

    이제는 국경을 바로 마주보며 아르메니아로 향한다.
























































    오늘 마침 추석이다. 드넓은 초원 위에서 여유있는 캠핑











    나는 요즘 캠핑장소에 도착하면 불피울 나무를 주어모으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 불피우는 재미로 캠핑한다. 내 옷은 숯 냄새로 가득하다. 











    나무하는 일은 남자의 원초적 본능일지도 몰라. 야생을 깨우라 그대여!












































    강 하나 사이를 두고 국경이 나누어져 있어 강가에서 쉽사리 텐트치기가 쉽지 않네. 군인이 오더니 다음 마을까지 가서 호텔에 묵던지 안쪽으로 들어가란다. 이미 다음 마을까지 가기에는 늦었고, 깊숙한 과수원 밭에 몰래 들어와 잠자리를 펼 수 밖에 없었다.  몰래몰래 캠핑. 보름달이 여적지 밝은 밤이었다.  











    텐트 펴기 전 바닥에 울퉁불퉁한 것은 없는지 항상 신발 벗고 확인해야 좋다. 그런 모습이 신기한지 본더 아톰 부부는 매번 누워있는 나를 찍어준다.  











    이제 이란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 어서 빨리 아르메니아로 가자!!!












































    이란에서의 한 달.


    친절한 사람도 많았고, 괴롭히는 사람도 무척 많았다. 특히, 시골동네 공원에 한 번 갔다가 어린 남자들 무리 20여명, 그 중 대여섯명에게 팔을 붙잡혀가며 끌려갈 뻔 했던 적도 있다. 놀자는 표현이 좀 격했다. 그들도 악의는 분명 없었는데 외국인, 그중에 동양인을 깔보는 느낌을 받을 때는 화도 많이 났었다. 동양인에 대한 비하는 주로 중국인으로 함축되는데(도대체 그 중국인들 정체가 뭐냐?!앙? 어땠길래)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중국도 이들처럼 예의없지 않았다. 인도를 거쳐 쭈욱~여행하면서 중국인은 참 양반이라는 생각이 굳어진다. 











    자! 그럼 이제부터 맥주 마실 준비 되셨는가?!!!! 한 달 가까이 맥주없이 자전거를 탔다니! 아르메니아에 넘어오자마자 맥주를 꺼내들었다. 


    어라!? 여행 2년만에 유럽에 도착했다! 장~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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