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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르비아] 언어가 안통해도 편한 자리, 사람들
    Cycling/europe 2015. 5. 24. 23:40



    어느 곳을 여행하든 '이 곳이 참 마음에 들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몇가지 요인. 웅장한 풍경,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그 몇몇 요인 중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저런 것 말고 굳이 따지자면 안락한 게스트하우스 정도?, 아 음식이 있구나) 사람 마음이란게 좀 간사하다.살짝 둘러본 곳에서 이상한 사람들 만났다고 그 지역, 그 나라 싸잡아서 모두다 싫어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지 않는다. 나도 물론 그러니까 말이다. 핵심은 이상한 놈들을 얼마나 자주 보느냐. 결국 운에 달렸다. 이상한 놈들 만나면 그냥 (속으로 저주하고) 훌훌 빨리 잊는게 상책이다. 


    세르비아를 넘어와서 사람들이 조금 무뚝뚝해 보였는데 산골짜기 시골 점방에 모인 아저씨들의 호의에 '세르비아 사람들 친절하구마잉'하며 입꼬리가 귀까지 걸린다. 결코 공짜 맥주와 과자를 스스럼 없이 나누어 주어서가 아니다. 한국어로 말이 통한다 한들 불편한 자리가 있는 반면, 영어 한마디 없이 손짓, 몸짓으로만 이야기해도 유쾌한 자리. 바로 사진 속 상황이다. 



























    불가리아 국경 근처에서 캠핑을 하려 했건만, 어라?! 마음에 준비가 안되었는데 새로운 나라가 앞에 와있다. 한 나라가 사나흘만에 바뀌면서 이제는 좀 적응이 된다. 













    비가 내린다. 

    비 피해 얼른 텐트치고 

    마굿간에서 저녁준비


























    어젯밤 소낙비, 그렇게 시원하게 내리는 소낙비를 본 적이 언제였던가. 반 년 만에 보는 시원한 소낙비다. 덕분에? 내 텐트 바닥이 다 젖은 채로 수건 말려가며 잘도 잤다. 아침엔 다행히 비가 그쳤다.


























    나는 부부사이 껴서 하는 전문여행자. 커플사이에 이렇게 오래 여행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본더의 제안에 너무 쉽게 넘어갔나. 보름이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또 눈치없게 부부사이에 끼어서 여행하고 있다. (ⓒ아톰사진) 













    ⓒ 아톰사진













    세르비아 정육점에 구워주는 달고기+베이컨말이. ⓒ 아톰사진







































    보름이와 헤어지고 셋이 되니 날씨도 을씨년스러운 것이 예전 조지아를 갓 넘어올 때 같다. 스산한 기운도 잠시~


























    유쾌한 동네 아저씨들에 둘러쌓여 한참을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우린 한국에서 왔고, 어디어디 지나 왔는 둥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반복해도 재밌다 오늘은.







































     













    오늘은 좀 거하게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탕진 캠핑이라고 들어는 봤나? 쇠고기 사서 사골스프 넣고 중국식품점에서 산 쌀국시 불려 괴기국좀 끓였는데, 여태 묵은 캠핑 음식 중 맛이 아조 좋았구만.













    파송송













    아따 이리 맛있는거 맨날 자랑질혀서 좀 미안혀유~ 그런데 맛있는 걸 어쩌겠어. 세르비아 맥주 350원부터 시작한다. 오늘은 좀 사치좀 부려 500원짜리 맥주 사왔다. 아까 공짜로 받은 술이 너무 많아 500원이 그 500원이 아니네.


























    본더 표정 확대하면 건물 창문 표정과 같을듯.




















































    큰 도시 하나를 지나 저녁거리, 500원짜리 맥주 든든히 사고 이제는 잘 곳을 찾아야 하는데 도시근교라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차분함도 모른채 조바심이 스멀스멀 나온다. 그래도 혼자 아니니 그 조바심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이 넓은 땅에 우리 등 붙일 곳이 설마 없을라고!


























    여기 밖에 없다. 더이상 해가 보이지 않을테니 여기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밀밭 지푸라기 위 구석탱이에 자리를 잡았다. 휴~ 여기저기 자리 알아보느라 본더도 고생이 많다. 













    드넓은 평야에 혹시 몰라서 위장. 다행이 아무런 인기척 없이 하루를 또 마감한다.  







































    오늘도 언덕길이 시작되는구만요~ 세르비아 땅덩어리가 제법 넓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끄트머리만 훑고 남쪽 조그마한 나라 코소보로 향한다. 본더아톰은 후에 또 세르비아를 지나겠지만, 나는 이게 세르비아 마지막이다. 싼 맥주에 인심좋은 사람들 덕에 3박 4일이 짧게만 느껴진다. 맥주 350원의 충격이 아직도 크게 작용한다.  


























    철의 여인, 아톰


























    오후 다섯시를 넘고서야 산 정상에 있는 국경을 통과했다. 지붕 기와색도 똑같고 벽돌집 허름한 회색빛도 똑같다. 구 유고슬라비아의 나라 모습들을 여전히 함께 갖고 있는지도 모르지. 












    오늘도 해가 뉘엿뉘엿~ 적당한 곳에 올라 배고픈 배 부여잡고 언덕 위로 무거운 자전거를 올린다. 이제 자리 깔고 밥 해묵고 자야하는데 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선다.'아따!? 경찰인가?' 우린 서로 못본척 하려했건만, 차에서 내린 검은 항공잠바의 아저씨는 우리를 유심히 쳐다본다. 













    '내 저 아래 사는 사람인디, 니들 뭐하나 궁금해서 와버렸어. 너네 괜찮다면 우리집서 자도 되는데, 마음대로 좋을대로 혀~'


    언덕 위에 딱 한 채 지어진 아저씨 집. 운이 좋았다. 아저씬 주말에만 잠깐 잠깐 여기 오는데 인자 잠가불고 집에 가려는데 우리를 본 것이다. 세르비아에서 친절한 사람들 때문에 마음 한 구석 잔잔한데, 코소보에 넘어오자마자 30분만에 좋은 인연을 만났다.   
























    아따 우리 또 집 생겨부렸어~













    집을 혼자 짓고 있는터라 안은 정리가 덜 된듯했지만 산 정상이었고, 부탄가스도 떨어져 저녁을 어찌 먹어야할지 고민이었는데 부엌까지 성큼 내어주신다. 덕분에 방 안의 따스한 온기를 감싸고 잘 수 있었고, 하루종일 오르막을 올라 배가 홀쭉해진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었다. 아, 근데 이런 날 맥주를 못샀네;;













    허기를 달랠 분노의 요리 시작

    양 조절 따위 없다.














    있는 재료 탕진! 고치장 풀고, 라면스프좀 넣고, 참치 한 캔 따불고, 남은 쌀국수 넣고, 건김치 넣고, 우동 스프도 넣고, 마카로니도 살짝코롬 넣어 쟈글쟈글 끓인다. 아, 맨날 맛있는 것 해먹고 자랑하는 것 같아 좀 송구스럽습네다. 아, 근데 어쩌겠어~ 밥 해묵는게 하루 중 제일 큰 낙이다.













    식량 부족해도 내일 먹을 것 까지 남겨놓지 않는다. 탕진 탕진!!! 소멸 소멸!


























    올라온 만큼 내려간다~ 내려가자~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 도착. 설마, 저 언덕 위를 가겠어? 했다가













    오르막 경사가 예전 종오형네 집을 오르던 신림 골목이구먼.













    도시에 왔응께













    쉬어야지?


    관광은 뒷전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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