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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경도착] 북경이 오아시스?
    Cycling/chinataiwan 2012. 9. 9. 01:19

     


    처음에 내 몸에 있었던 겁쟁이 밍규리는 요즘 온데간데 없이 보이질 않습니다. 나무 숲만 있으면 이제는 대충 대충 캠핑하며 지내도 무섭지 않아요. 음식도 맛있고, 내가 가고 싶은 곳 가볼 수 있고, 내 힘 닿는데 까지 가는 것을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여행 초반에 만났던 자전거여행자들이 영구에서 5-7일이면 북경에 도착?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는데, 마이크와 저는 (청더도 들르는 바람에) 20여일만에 북경에 도착해 있습니다. 과연 북경이 오아시스 같은 희망이었을까요?   




    차분하고 깨끗한 청더시에 있는 '피서산장'을 둘러보았습니다. 1703년~1792년 90여년간 3대왕에 걸쳐 지어진 이 곳은 현존하는 왕궁 정원 크기로는 으뜸이랍니다. 인공적인 조형물이 거의 없고,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정원이 만들어졌는데 산, 강, 그리고 평지 지형의 위치와 모습이 중국 지도를 흡사하다고 설명을 합니다. 너무 넓어 확인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 입장료는 120원.

     




    사실 마이크와 저는 그동안 10여일 넘게 반복되는 일상(기상-자전거-밥-자전거-밥-휴식-잠)으로 인해 쉬고 싶었는데 말이죠. 카멜라와 마커스의 배려? 덕분에 5,640,000 평방 미터의 정원을 하릴 없이 걷게 되었죠. 자전거 어행객에게는 역시 자전거가 필요한가 봅니다.




    그래요! 이런 조그마한 그림, 자세하게 묘사된 그림이 있어 저의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현관 출입문 2개를 합친 크기의 화판인데요, 바로 여기에 위에 있는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 살고 있어요.





    1751년, 청나라 시절, "선조들께서 나라의 영원한 안녕과 번영을 빌어주느니라"는 뜻에서 영우사(永佑寺)[a tower of everlasting blessing]라는 이름이 붙은 사원입니다. 



    "나도 이 여행이 영원하길 빈다!" 정말? 



    3시간을 넘게 걸어 걸어 걸은 것 같아요. 다리가 저리고, 마이크와 저에겐 낮잠이 필요했고, 먹을 것이 필요했지요. 식당을 들렀는데, 매우 큐모가 있는 식당이었어요. 시간이 오후 4시라, 식사 시간이 아닌 시간을 피해서 요리사부와 홀써빙부의 주회?가 홀 안에서 한바탕 요란하게 벌어집니다. 


    흰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30여명이 2열 행대로 서서 간간히 박수도 치고, 이리저리 다짐과 맹세?를 복면 복창 합니다. 느낌으로 봐서는 '요리에 최선을 다하자, 위생을 철저히?, 건성건성으로 요리하면 진정한 요리가 안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고의 식당 요리사가 될 수 없을거야'식의 구호를 외치는 눈치였습니다. 


    불꽃놀이만 없었지, 중국은 호텔 앞, 가게 앞에서 아침마다 이런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죠. 때론 단체 율동을 하기도 합니다. 


    아! 저 만두는 반죽이 토마토가 섞여있고, 만두 속 또한 토마토와 계란 후라이가 섞여있어요. 토마토는 중국어로 시홍시!





    청더에서 4일 머물고, 이제는 떠날 시간입니다. 매일 꼬박꼬박 식사 챙겨먹었던 무슬림 식당 친구들과도 헤어져야 합니다.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고 짜이찌엔! 제 옆에 있는 소피아가 마지막 식사인지라 쟁반에 밥을 산더미 같이 쌓아 주었습니다. 청더에서 이틀 밤동안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가 소화가 다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 많은 밥 또 다 먹었습니다. 소피아와 마니 안녕, 그리고 마커스도 안녕!






    어제 비가 와서 과일가게 사장님과 수영장을 못갔었죠! 비 온 뒤 하늘이 참 맑습니다. 중국여행 중 이 날만큼 날씨 좋은 날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저 멀리멀리 있는 산들이 제 눈에 다 들어옵니다. 이제! 베이징으로 갑니다! 212km남았답니다.




    벌써 동유럽으로 점프해 왔다고 해도 속을까요? 청더에서 베이징 가는 길에 참 아름답습니다. 나중에 자전거타고 또 오고 싶은 곳입니다.




    맑은 날씨에 갑자기 구름으로 햇빛이 숨었다 나왔다 힐끔거립니다. 저~~~~멀리 산까지 빼꼼 우리를 처다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있었던 것은 무려 20여km를 페달 밟지 않고 내리막 길이 펼쳐졌기 때문이에요. 야호!



     




    벌써 가을이 오는군요! 


     


    여유있게 텐트도 쳤겠다, iPod으로 기타를 칠 수 밖에 없어요. 7080노래 실컷 불러주고, 아- 기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베이징에 가면 우쿠렐레를 하나 장만할까 합니다. 텐트치고, 밥먹고, 이불펴고 누울라하면 9시도 안되어있죠! 이 무료함을 어찌 달랠까요?


    마이크는 전자책으로 책을 읽다 자거나, 엉성한 하모니카를 연습하다 잠듭니다. 저는 펜으로 하루 일기를 꼬박 쓰다 잠들고, iPod 저장된 친구들 사진들 한참 보다가, 아니면 드럼 스틱연습을 조금 하거나, 책을 좀 뒤적거리다가 10-11시에는 잠이 들어버립니다.


    특히, 이 날은 여러번 많이 깨었습니다. 깨다 자다 꿈꾸다, 또 깨다 자다 꿈꾸기를 5번 반복합니다. 이를 닦는데, 이가 하나씩 숭 숭 빠지는 꿈도 꾸었고(꿈해몽에서 이빠지는 것이 뭐였더라요? ;; 꺠어나서 이가 잘 있나 확인도 하고), 고교동창 친구가 똥차 중고차를 사서 검은연기 풀풀내며 청주대학교를 돌아다녀서 한참을 챙피해했었고, ... 여러번 여러번 꿈을 꾸었어요.


      







    역시 이튿날도 날씨가 쾌청합니다. 이런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죠!








    몽골의 드넓은 초원마냥 완만한 산들이 모여 풍만한 경치를 저에게 선사합니다. 이 날 만큼은 그늘도 없는 곳이지만, 뜨거운 햇빛이 그리 밉지 않은 곳입니다. 여유있게 숨 돌리자고 마이클 불러 세우길 잘 했습니다. 






    사과인줄 알았는데요, 배였습니다. 저한테 다가와 한 조각 건네고, 두 조간 건네더니, 아예 통째로 다 먹으랍니다. 고맙습니데이!






    자전거가 이제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왼쪽 발바닥이 이상한 감촉이 느껴져 확인해보니 나사 2개가 엇갈려 빠져있습니다. 남아있는 나사를 조이고 다시 갈 길을 갑니다. 베이징에서 마이크가 크기가 맞는 나사를 구해 수리를 해주었습니다. 



    북경에 도착하기 50km전 대규모 농장 공원?이 있어 숲속을 찾아 캠핑하고 아침에 북경으로 향합니다. 우리내 찰옥수수와는 크기와 색깔이 크고, 진한데요. 갈무리하는 것을 보아하니 GMO옥수수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에서 벗어납니다. 8월 옥수수를 수확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가을 작기 작물을 심기에, 옥수수단이 다 없어지는데, 중국은 아직까지도 옥수수단이 밭에 그대로 있습니다. 땅덩이 넓어 베어낼 필요가 없는건지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만...





    중국 동즈만역까지 헤매이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덕분이었습니다. 내 뒤를 쫓아와 역시 중국어로 말을 건네지만...20여분 동안 서로 대화 없이 웃음을 주고 받으면서 동행합니다. 이제 드디어 북경에 다왔습니다!






    북경에 온지 이틀이 지난 뒤에야 천안문을 찾았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니요! 우리나라 남대문도 복원공사 중인데요, 여기도 마찬가지이네요. 광장의 넓이에 놀랐지만, 사실 제 뒤의 천안문을 보고 '어라, 예상보다 작네?'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습니다.







    건물을 지나가면 똑같은 사원이 또 나오고, 사원만이 아닌 광장도 또 나오고, 사원 나오고, 광장 나오고,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건물 안에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데, 연예인이 있나 싶을 정도로 사진을 마구 찍습니다. 저렇게 넓은 건물 가운데는 떡 하니 왕의 의자와 단상만이 있습니다.


















    아, 출구를 나왔는데 끝이 아니었다니요! 저 위를 또 올라가보자는 마이크를 두 손 빌며 말렸습니다. 이상하게 자전거 없이 거닐 때면 졸립고, 다리가 평소보다 빨리 피로해지는 것 같습니다. 청더에서도 그랬었죠.




    난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요런 프레임의 자전거를 하난 장만하렵니다. 생활속에 묻어나오는 빈티지는 무척 멋있습니다.



    크디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천안문 광장 옆 자전거 도로입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자전거 도로가 아닐까 싶은데요.



    역시 불가능을 모르는 중국사람들. 비닐봉지에 물고기 반 채워 이동합니다. 어마나!



    베이징은 물가가 상당히 비쌉니다. 천안문에 들르기 전 왕푸징거리, 소위 먹거리 거리를 갔었는데요. (역시 관광지 습성상) 바가지 천국이었고, 맛도 그다지 있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떡 튀김 하나에 시골에서는 1원이면 사먹는 걸, 10-20원을 내야 사먹을 수 있죠. 누가 맛이 좋은 식당을 데려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오늘 저녁은 조나단과 메이칭, 마이크와 함께 훠궈를 먹으러 왔습니다. 이틀통안 집 앞 식당에서 먹다가, 불타는 금요일 오늘은 큰 마음 먹고 훠궈요리를 즐깁니다. 테일러씨? 추천해주신 훠궈 요리 드디어 먹게 됩니다.





    20여일 넘게 타고 다닌 자전거는 카멜레온이 환경에 따라 옷을 바꾸어 입는 것 처럼 중국인들의 생활 속 빈티지한(허름한) 자전거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바였지요. 누구도 좋은 자전거라 생각 안할겁니다. 예~ 


    비자 문제로 조금 골치가 아팠습니다. 준비없이 여행 온 티를 팍팍 내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의 막막함 때문에 북경에서 꼬박 하루를 날려 버린 날도 있습니다. 북경 도착 전 북경에 도착하면 여행이 끝날 것 같다는 상상도 하고, 모든 것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에 젖었는데요. 막상 또 와보니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제 날이 슬슬 서늘해지고, 싸늘해지니 남쪽으로 얼른 얼른 내려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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