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방비엥] 게임기 없는 세상의 아이들~

2013. 12. 12. 16:38Cycling/seasia


방비엥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냐고?


강 따라 카약을 타고 내려온 시간보다

자전거 타며 동네방네 거닐었던 시간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학교 점심시간

잔디밭에서 맨발로 축구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과 노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행복하다.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머니에 돌돌 말아 들어가는 고무줄 하나.

주머니 속에 숨어 볼록 튀어나오는 구슬 두어개.


게임기, 손 전화기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다.

나도 국민학교 시절에 이렇게 놀았겠지? 하며 

아이들 뛰노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본다. 





































꼬리물기는 이렇게 시작해서









운동장 구석구석을 

기차처럼 돌아다닌다.

아이들이 달라 붙는다.

병아리 같이 귀여워.









학교에 도착한 시각을 보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어라? 주말도 아닌데 이른시각에 학교가 텅텅 비어있다.

알고보니, 친구들 모두 집에 돌아가 점심먹고 오는 시간이었다. 


한 두어명 모이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백 명 넘게 모였다.

  

삼촌이 자전거 태워줄께잉~
















































애들 축구하네? 내가 또 놀아주지 않을 수 없잖여?

친구들의 축구경기에는 편이 없다. 

골대에 공을 차 넣을뿐. 그리고 문지기만 바뀐다. 









너덜너덜한 나의 고무신을 벗어던지고 

'에라이~ 나도 맨발이여!'

같이 맨발로 축구하니 뭐랄까,

서로 더 가까워진 동네 삼촌된 듯.


















내가 저 멀리서 공을 차서 골대에 집어 넣으니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난 뒤로 나동그라지면서 환호했고,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 손바닥을 마주친다.


사실, 나의 학창시절 축구실력은

수비수만 줄곧 해왔다. 

공을 잘 다루지도 잘 못다루지도 않았다.















































축구는 여전히 하고, 잠깐 이마에 땀을 훔치는 동안

나무 그늘에서 쪼르르 앉아 있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샹주누나는 그늘에서 아이들과 쌔쌔쌔 구경하더라.


















이렇게 아이들에게 빈틈 보이면 쫓기기 마련이다. 

고생한다 샹주누나.








나도 인자 그늘에서 땀 식혀야지.

라오스는 지금 한국의 초가을 날씨같다. 

낮은 강한 햇빛으로 뜨겁지만, 

습하지 않아 그늘에서는 서늘하기까지 하다. 









아~ 새침떼기~














































나무에 걸린 투박한 종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조르르르르 교실을 들어간다. 

군것질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습관이 있는 아이들이지만,

선생님이 시켰는지 운동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 


너희들 공부할테니 삼촌도 인자 갈란다잉.


















방비엥에서는 동네 마실용 자전거, 그리고 MTB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투박하지 않게 동네 마실용 자전거를 빌릴까 했는데

이렇게 클래식한 자전거를 빌려서 기분이 좋다. (가격도 동일)



















볕이 좋은 방비엥에서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좋다. 

저리 맨몸으로 선텐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요 자리는 내가 밤에 맥주 한 두병 홀짝 마시는

낭만적인 자리이기도 하다. 








한 번은 강가에 맥주들고 가서  

누군가 피우다 만 장작이 한참 뜨거운 불씨를 발견한다.

추운 밤바람을 잘 녹여주는 불이 있어

한참을 앉았다 가는 행운도 누렸다. 

















슝~ 슝~~ 바람부는 소리에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창문 열고 밖을 보면 풍선을 탄 사람들이

정말 코 앞에서 날라가고 있다. 

난 빤스만 입고 있었는데... 



















방비엥에서 만난 재미진 친구들.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만난 토모야(일본)와 이바나(호주).

이 둘은 버스에서 만나 같은 숙소를 잡고 있었고,

이바나는 내일 떠나는 몸이었다.

허나, 무슨 꼬임에 넘어갔는지 우리와 하루 더 놀고 가게 되었다. 

참, 맥주 이틀동안 많이 마셨다. 








토모야, 이바나, 그리고 샹주누나까지

블루라군에 툭툭타고 넘어갔다. 

우기에 갔던 사람들은 똥물 색깔을 보고 실망했다지만

요즘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물색이 정말 예쁘다.


블루라군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다! 이! 빙! 














샹주누나의 아이폰 사진. 조금 과한 포토샵이지만

사실 이렇게 보이기도 한다. 가끔



























수영 못한다했던 토모야를 

끌고 올라가 떨어뜨렸다.

수영 못한다던 녀석이

물질 잘 하면서 물에서 나오더라.

이노무시끼!


저래 보여도 토모야는 

일본 펑크밴드 키타리스트다.
















라오스의 바게뜨는 루앙프라방이 으뜸이었고,

가격대비 푸짐해보이는 바게뜨는 방비엥이었다. 

기름진 치킨이 들어가지 않는 바게뜨를 시키면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10,000킵이 한국돈 1,300원 정도.


아침마다 꼬박 챙겨 먹었다.

맛은 그래도 루앙프라방 달라마켓 옆집이 짱.









침이 꼴깍!









의외로 널널해진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까 고민하다

결국엔 반나절짜리 카약을 즐겼는데....

방비엥에서는 튜빙이 재밌다고 하더라. 

정말 심심한 카약은 방비엥에서 비추천합니다.

아, 라닥 어드벤쳐가 생각나네.








이건 뭐, 급류도 없고 말이지.

2시간 동안 뜨거운 햇빛에 다리만 데이고는 돌아왔다.

옆에 보이는 멋진 산들을 노젖지 아니하고

한량처럼 바라볼 뿐.








여전히 잠잠한 물살. 흠...










아니! 저런 좁다란 나무 다리를 거침없이 달리는 소녀가 있었으니.

심지어 울타리도 없다. 









싸바이디~








































매일 저녁마다 노을을 즐기는 방비엥.









이제 비엔티엔으로 돌아가야한다. 

오늘 저녁 밤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돌아가는 

샹주누나를 배웅해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주인 잃고 쉬고 있는

내 자전거도 찾아야지.


그렇게 우리 둘은 덜컹거리는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

맨발로 같이 뛰놀던 아이들을 머릿속에 깊게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