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깜뽕짬] 누가누가 느린 자전거 여행자인가!?

2014. 1. 12. 01:51Cycling/seasia


요!


본드와 아톰과 함께 있을 때에는 

연말 연시를 서로 외롭게 보내지 않고 (그러고 보니 둘은 부부잖아)

의지하며 지내기 위한 일종의 

송년회와 신년회라고 하자!








서로 누가 가장 느리고, 게으른 자전거 여행자인지 

은근슬쩍 경쟁하면서 자전거를 탔다.


아톰과는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눈치를 봤던 것 같은데... 








이들과 함께한 23일동안

얼마나 빨리 달려는지 살펴볼까?


산수, 과학 과목에는 관심이 없어서 (재능이 없어서)

이런 숫자와 관련된 놀이는 즐겨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속도계도 없다.

근데 이번에는 오기가 생겼다. 








태국 국경 - 포이펫 - 씨엠립까지 157km.








프놈펜 - 스쿤(Skun) - 깜뽕짬 (Kampong Cham)까지 142km.


    142

+   157      

     299 km


299 km / 23일 = 13 km / 1일


하루평균 13km! 


볼수록 흐뭇한 수치(羞恥)가 아닐 수 없다.

괜찮다, 괜찮다. 

정말 잘 놀았다.







그리 널널히 달리더니만, 콸콸 맥주 주량도 늘렸더니만

날 두고 먼저 북쪽으로 향하는 본드와 톰! 


엥?


내 여행기에 등장하자 마자

곧바로 이들의 마지막 이별 사진을 보이다니.


이들보다 조금 부지런히 여행기를 올리는데

이 둘의 소식을 먼저 챙기려 했던 분들에게는 조금 황당할 수도 있다.

지금 본드와 톰의 블로그에는 내가 도배가 되고 있는 상황에...ㅎㅎ (나 잘 나온 사진들만 올려)


본드의 오두막과 톰의 알백이 카메라로 인해

산더미처럼 쌓인 사진들을 어찌 정리해야 하지 몰라서

정말 '거두절미'하는 여행기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본드, 톰의 이야기는 아래  몽땅 다시 시작된다. 

걱정들 마시고~






 





본드, 톰은 캄보디아 국경 포이펫만 구경하려 했는데

프놈펜, 씨엠립, 그리고 여기 깜뽕짬까지 함께 했다. 

고마웠다. 외로운 내가 참 힘이 되었다. 


라오스로 향하는 본드와 톰의 마지막 등 모습.








서로 내일 계획이 없다.

(없다는 표현보다 융통성 있는 여행자라 해야겠다, 난 나름의 계획이 있다. 본드도 있고)


없는 계획이라면 

그 때 그 때 처한 상황에

정말로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상상력이 순발력으로, 그리고 결단력으로 

이어지는 감각이 크게 발달한다. 


서로 비슷한거지?


먼지 가득한 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은 생각도 안했는데

해버렸다.





 



먼지 가득해 먼지를 피하려 차 안에 타고 싶었다.

허나, 트럭 짐 칸에서 똑같이 먼지를 홀라당 뒤짚어썼다.

심지어 이동거리는 6 km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별 수 없이

먼짓길을 내달렸다.

프놈펜을 벗어나는 길.








씨엠립으로 이어지는 길.

프놈펜도 그렇고, 큰 도시에 가까워 질수록

도로 형편이 더 나빠진다. 








낮잠을 처음 자본다는 본드톰 부부.

낮잠이 얼마나 달콤한데~

















한창 추수철인 시골.

도로에는 쌀포대를 가득 싣은 

경운기가 털털 소리를 내며 달린다. 


속도가 제법 빠른 경운기 잡고 7-8 km를 이동했다. 

뒤에 있을 본드, 톰은 보이지도 않는다. 










































포이펫을 벗어난 첫 날, 

반대편 아시아 사람으로 보이는 자전거 여행객을 마주했다. 


그의 첫 마디는?


'베가본더님?' 했고, 나에게는

'밍규리님?' 했다.


정말 반가웠다. 


8월 부터 중국에서 시작했다는 응훠.

어? 나도 8월부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응훠는 2013년 8월.

나는 2012년 8월.

 







맥주와 저녁밥을 사주겠다고 꼬시니 

금새, 정말 쉽게 넘어간다. 쉬운남자~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응훠는 

속이 타들어 갔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정미소로 향했다. 
















자전거 타는 (미친)사람들 참 많다.

응훠는 애인이 있으니

저 사진 속에 나만 솔로였다. 







이들과 해가 지기 전 도착한 곳은

2MB가 무턱대고 지어놓아서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한국-캄보디아 정미소에 왔다. 


포이펫에서 뵌 신부님의 소개로 

하루 신세를 질 수 있었다. 










당분간 홀로 지내고 계신 사장님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포이펫에서 일주일동안 한식을 먹었는데

오늘도 한식은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위 넷은 모두 나이가 동갑.

길 위에서 한국인, 동갑내기 자전거 여행객을 만날 확률은?


서로 하룻밤의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밤 새벽 늦게까지 여행기를 쓰느라

이 날 밤에 일찍 잠들어버려 더 아쉽다. 








이튿날, 또다시 든든한 한식으로 배를 든든히 했다. 

응훠는 어제 왔다 갔다했던 길을 또 가로질러 태국으로 향했다. 

응훠의 여행이야기는 아래 주소에 담겨 있다. 

blog.naver.com/fzr750r


응훠! 화이팅!















연말이다. 


새해는 프놈펜에서 보내게 되었다. 

이런 맥주 사진이 한 두장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샹쥬언니가 아직도 동남아에 있다.

본격적으로 여행할 생각인지

시장에서 커다란 배낭 하나 샀다. 

징허다.








본드와 톰이 지난해 캄보디아 여행할 적 만났던

멋쟁이 '사오'를 만나 새해 카운트다운을 함께 한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맷'과 '힝낌'을 2년만에 다시 만났다. 









맷과 힝낌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2011년 여름, 짧은 여름휴가를 이용해

일본 자전거여행을 할 때 만났던 친구들이다. 


그 당시 여행기는 조잡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http://mingyulee.tistory.com/90


신기하다.

정말 만났다.


만난다 약속한 친구들을

정말 만나러 갔다. 

이렇게 약속한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들 긴장들 해야겠어~







맷과 힝낌의 작은 배려.

우리를 태우고는 프놈펜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고마운 맷과 힝낌. 


Thank  you sooooooooooo much, Mat and Hing Kim~ 

See you in hell.



























또 다시 프놈펜을 벗어나는 길  (사진이 뒤죽박죽)

본드가 이 사진을 마음에 들어하더라.

나는 몰랐는데, 가만히 보면 소를 모는 아이가

본드에게 인사를 한다. 


'캄뽀찌아, 만만치 않지?'








하루종일 먼지를 뒤짚어 쓰고는

스쿤(Skun)에 도착해허름한 숙소를 잡았다. 

숙소 역시 먼지로 가득하다. 

비포장 도로가 겨우 30m 떨어진 곳이다. 


헌데, 하루이틀 머무는 손님들보다

여기서 살고 있는 가족도 많이 있다. 

먼지 많은 길에 차가 없으면 괜찮을텐데....

이렇게 된거 얼른 포장도로가 되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



















어제 먼지바람으로 고생을 해서 

오늘은 온갖 준비- 그래봤자 마스크 쓰고, 어제 입은 옷 그대로 입는 것 정도의 준비를 했다. 

먼지가 많은 줄 알았는데, 어라?! 오늘은 먼지 하나 없다.

갓 길도 친절히 나있다. 








으따~ 시원한겨~









깜뽕짬에서 하루, 이틀 지내다 가겠네?
























신기하게도 본드, 톰은 아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들이 호주 여행할 적 만난 피터, 샐리 부부를 만났다. 

깜뽕짬에서! 시골? 마을, 한적한 마을에서 말이다. 


이틀 먼저 도착한 중년부부는 무척 유쾌했고,

에너지가 넘치는 부부였다. 


에너지 넘치는 부부에게

한적한 마을에 뭐 할 것이 있어 며칠씩 머물까

하는 질문을 속으로 던졌는데,


나는 벌써 8일이 넘게 

여기 깜뽕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쉬려는 핑계를 대자면,

연말의 과음?으로 인해 

약해진 몸을 놓치지 않고는

감기가 걸려버렸다. 


하루, 하루 더 쉬어보자면서

감기를 이기려는 척을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완벽하지 않지만

콧물도, 기침도 많이 없어졌다. 

내일이면 다 낫겠지?


















깜뽕짬에서 볼거리가 뭐냐고 물으면

사진에 보이는 대나무 다리가 아닐까.


우기 때 잠겨버리면 대부분이 망가진다.

그리하여 끈임없는 보수 작업이 이어진다.

내가 첫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때에도 

다리를 고치고 있었고,

사람들, 오도바이 행렬을 싣은 나룻배가

메콩강을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심심헌데, 놀러가봐야지?????









































섬 안에 유쾌한 곳을 발견하고는 

본드와 톰, 그리고 나는

다음날, 모든 짐을 숙소에서 빼 옮겼다. 








사실, 좀 무섭고, 멀미난다.

통행료는 왕복 $1.










외딴 섬, 그리고 메콩강이 보이는 곳을 보더니

본드 왈,


'난 내일 여기서 꼼짝 않고 있을거야'


저 곳이 바로 그 곳이다. 

정말로 본드와 톰은 저기에서 

이틀 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놀라운 인내심과 게으름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이튿날 떠나기로 되어있던 본드와 톰이

이 장소를 발견하고는 며칠 더 지내게 되었다. 

덕분에 며칠 더 같이 지내게 되어 기뻤다. 으헝헝


부족한 비타민 섭취 중~


































 본드! 톰!?

너희 인자 정말 가는겨?









 본드와 톰과 만난 첫 날도 치맥.

오늘 마지막 날도 치맥으로 마무리.


아쉽게도 이날 몸이 안좋아

맥주도 못마시고, 닭다리 하나도 못 먹었다.

못먹은 치맥은 나중에 또 같이 먹으리라. 


그래서

다음날 분노의 치맥질을 했다. 

닭다리 3개나 먹었다.









 본드와 톰과 그래도 2주일 넘게 지내다 보니,

그리고 프놈펜에서 부터는 한 방 살림을 하다 보니

서로 행동 하나 하나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아톰과의 잔반 처리 눈치 싸움?이었다. 


나도 한 먹성하는 노총각이다.

보통 밥 세 그릇은 뭐 껌처럼 먹는데, 뭐.ㅎ

(이래서 장가 가겠나;;)

어쨌든!! 끙


식사가 마칠 때 즈음

맛있는 반찬거리가 한 두개 남으면

아톰의 밥그릇과 몸짓을 확인해야 한다. 

 

통상 내가 남은 음식을 다 먹어버린다.

음식 남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그러는데,

아톰도 똑같이 훈련이 되어 있었다!!!


내가 몇 번 멈칫하고 내 먹성을 아톰에게 양보하면

시간이 지나면 모든 음식이 아톰 입으로 들어간다.

본드가 남긴 고기, 밥. 다 들어간다!!


이 사실을 확인한 뒤로

나는 한 젓가락, 한 숟가락 물러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적게 먹은 것 결코 아니다.


본드의 여행기에서 읽었던 아톰의 먹성을

식탁에서 몸소 체험한 시간들이었다. 


결론은, 나도 먹성 좋은 여자가 좋다는 결론!!!!

ㅎㅎ
















말도 안된다는 표정의 아톰!

사실이 아니야!라는 표정을 짓는 아톰!

이미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의 아톰.


그대들, 잘 가시게~

네팔에서 보는겨~

앋이오쓰~














본드가 떠난 자리는 밤수형이 대체되었다. 

본드와 톰과 함께 같은 도로 위를 달렸을 밤수형.

근데, 아쉽게도 마주치질 못했다. 



















내가 그토록 노래를 불렀던 캠프화이어는

본드, 톰이 떠난 날, 기어코 불을 붙였다.



연기가 바람을 타고 

내 안부를 전해 주었으리라.


내 어디에 있든

봉화 피워

소식을 전하겠네.


본드, 톰 안뇽~




난, 이제 서쪽으로!!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