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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오르빌] 채식한다고 눈총 주지 마라!!
    Cycling/Indianepal 2014. 3. 23. 19:40


    언제부터인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몇몇 먹을거리 화두 중에 '채식'이 있었고, 건강, 환경, 동물 보호 등의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채식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나도 고기 먹는 횟수를 줄이고자 


    "어무니, 저 인자 고기 좀 안먹어 볼라요'


    하며 어머니께 부탁을 해보지만 그 날 저녁 어김없이 돼지고기 반찬이 자연스레 올려진다. 젓가락을 끝내 고기반찬으로 움직이지 않으려 하지만 '고기 묵고 힘내야' 한다는 어른들의 압박?과 함께 아들내미 귀한 고기 반찬 맥이려는 어무이 성의를 끝내 무시 못해 결국 몇 점 짚어 먹곤 했다.


    어디 집에서 뿐인가.


    회사 일 끝나고 회식 자리가 펼쳐지면 삼겹살을 시작으로, 2차는 치맥이 기본 아니었던가. 어느 누구도 '오늘 회식은 녹색 풀떼기 먹으러 가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것보다 풀떼기라고 무시당하는 채식 식당마저 찾기가 힘든 대한민국 아니었던가. 회식자리에서 '나 고기 안무요'라고 하면 이해는 커녕 까다로운 사람으로 찍히는 대한민국 아니었던가. 






     내가 있는 여기, 인도 남동쪽 오르빌(Auroville)에 있는 사다나 포레스트(Sadhana Forest)는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비건(Vegan) 커뮤니티다. 생전 채식에 대한 관심만 있었을 뿐 실천을 못했는데, 한 달 동안 채식으로 생활 할 수 있는 곳이다. 

    채식=풀떼기?라고 폄하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내가 한 달 동안 사다나에서 먹은 채식과 오르빌 근방의 채식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인도는 채식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번 찬찬히 드셔볼텐가???






    위의 나열된 사진은 사다나에서 주로 먹은 음식들이다. 아침에는 주로 파파야와 파인애플, 코코넛, 그리고 죽, 또는 도싸. 참고로 태국에서 밍밍했던 파파야가 인도에 오니 새콤달콤해졌다. 파파야 중독되었다.  









    치즈가 없는 피자를 상상이나 해보았던가? "피자=두텁고 쫄깃한 치즈의 향연"이 아니었더냐. 하루는 이딸리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하루종일 화덕 근처에서 주섬주섬 치즈없는 피자를 만들었다. 사진 속 멋진이는 기타를 잘쳤던 죠르죠, 이딸리아 청년이다. 















    폭신한 도우를 손바닥으로 피고 토마토 소스를 두르고 감자, 버섯, 가지, 양파, 옥수수가 전부. 만들면서도 치즈가 없는데??하며 아쉬움 반, 기대도 없었는데 이게 웬걸!!?!?! 평생 먹어본 피자 중에 가장 맛있는 피자를 맛보았다. 저 위 모포 아래 덮혀진 도우가 무려 200개는 되었을 듯. 밤늦도록 뜨신 화덕에서 바로 나온 피자를 먹느라 정신없었다. 사진도 잊은채.







    역시 치즈없는 비건(Vegan) 피자. 오르빌에서 가장 맛이 좋은 피자집- 탄토(Tanto); 몇몇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인도에서 가장 맛있게 피자를 굽는 집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느끼한 피자맛에 길들여진 나에겐 큰 충격을 주었던 피자. 


















    채식한다고 어디 치즈의 식감을 버릴 수 있겠는가?! 밝고 옅은 연두빛이 도는 비건 치즈. 느끼한 캐쉬넛으로 만든 치즈다. 맛은 오르빌 비지터 센터에 온다면 맛볼 수 있다. 어것도 어마어마한 컬쳐쇼크!!! 

















    탄토 식당에서 디져트로 먹은 티라미수!! 오오!!









    사다나에서 먹는 음식이 조금 물린다면 자전거로 15분 거리에 있는 채식 식당. 남인도 음식인 파로타, 도싸를 실컷 먹은 곳이다. 









    이것이 도싸!!! 도싸!!! 역시 비건음식. 인도음식은 난, 탄두리 치킨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다 북인도 음식이었다. 난 이제 북쪽으로 가니 도싸를 보기 힘들다. 오늘 저녁에 또 달려야지!!  









    사다나 포레스트에 1년 째 살고 있는 리누나! 사다나의 부엌 일을 책임지고 있다. 누나에게서 빚어진 음식들은 모두의 입맛을 행복하게 한다. 이 날은 특별히 내 생일을 챙겨주는 누나. 참 고마웠다. 









    씨에로(Cielo) - 갖은 야채들과 캐쉬넛 치즈가 들어있다. 생긴 것은 꼭 피자 2판을 겹쳐 놓았다. 생일 점심으로 먹고, 어제 다시 먹었는데, 리누나가 만들어준 씨에로가 훨씬 상큼하고 맛있었다. 








    바나나 케익, 초코렛 케잌, 그 아래엔 당근 케잌. 







    나와 생일이 같은 아나. 네덜란드에서 넘어온 아나는 사다나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Vegan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내생애 처음으로 Vegan 음식으로 생일잔치를 벌였다. 생일 축하한다, 밍규리!







    우기는 치킨과 치즈를 얹은 피자.







    점심 시간에 먹을 수 있는 탈리(Tali). 왼쪽 하얀색 요거트 빼고 모두 Vegan.


    채식 

    1주일 : 나의 배 속은 부글거림을 시작으로 방귀가 계속 나오고 닷새동안 설사만 했다. 좋은 신호라 속으로 생각했다. 

    2주일건강한 변이 순풍순풍 나오는 행복함?과 깨끗함을 동시에 맛보는 한 주였다. 

    3주음식이 입에 맞는다. 폭식! 그리고 서서히 사다나를 벗어나 인근 채식 식당의 음식들을 맛보기 시작한다. 또다시 폭식! 아마도 피자를 이 때 부터 엄청 먹었다. 폭식! 속이 다시 부글부글

    4주적게 먹어야지, 적게 먹어야지 결심하지만 남인도에 며칠 못있을 조급함이 또다시 나를 식당으로 인도한다. 또다시 폭식, 막판 스퍼트! 오늘 저녁은 식당에서 도싸?!






    옛날에는 고기 반찬 먹기가 힘들었다는데, 요즘은 아니지 않던가. 돈으로 간단히 교환되는 육류는 집에서든 식당에서든 쉽사리 먹을 수 있는 세상 아닌던가. 내가 염려하는 것은 너무 빈번하게 소비되고, 섭취되는 육식문화- 그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괴되고 있는 자연을 무시하고, 덮어두는 시스템이 아닐까. 오늘 치킨 한 마리 시켜 먹는 당신이라면, 고 놈의 닭이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누구의 손을 거쳐 왔는지, 또 그 닭은 무얼 먹고 살았는지 모르지 않는가. 알 필요도 없을 뿐더러 피곤하다. 음식은 그냥 맛있으면 되는데! 


    그렇기에 건강상, 환경상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최소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들을 의식하며 살아가고, 아니 투쟁?하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 밥상머리에서 비아냥 받으며 눈총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가까운 미래에 채식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면 고기, 생선이 없는 채식 제삿상이 나오지 않을까. 그 때 되면 채식에 대한 생각들이 변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나도 사다나에 와서 비건 음식들을 먹었다고 쉽사리 채식주의자가 되어야겠다는 장담을 못한다. 나중에 가족이 생기면, 부엌이 생기니 그 때는 고기 먹는 횟수를 점점 줄여봐야 하지 않겠나. 시골집 생기면 텃밭도 따라 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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