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가는 길2] 극기훈련과 여행 사이

2014. 7. 13. 18:58Cycling/Indianepal



극기훈련이야 이게? 여행이야? 


지난 태국 북부, 라오스를 거쳐 베트남을 지나는 3주간의 산행길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렇게 힘들게 힘들게 애간장 태우면서 '여행'하는 것이 나중에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여행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그저 어느 경치 좋은 곳에 느긋하게 쉬면서 책보는 일상 또는 햇살 받으며 마른 빨래 걷는 일상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는데, 자전거 타고 5,000m가 넘는 산을 두 개를 넘고나니 할 말이 없어진다.


특히, 마지막 5,300m짜리 탕랑라를 올라섰을 때에는 기쁨, 성취감 보다는 '아이고, 밍규 참 고생많다'라는 생각밖에 나질 않더라. 차타고, 버스 타고, 오토바이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잠시 내려 사진 한 장씩 찍고 가는 풍경만 게슴츠레 쳐다보고만 있다. 저리 편히 올라들와서 사진찍고 가는데. 아이고, 힘들다. 또다시 동생 우기 앞에서 막내티를 풀풀 내고 있다. 투덜투덜


그래도 레 가는 길은 우리나라와 풍경이 비스무레한 동남아 지역과는 비교불가!! 훨씬 웅장하고 거칠고 크다. 큰 산맥만큼이나 내려갈 때 훨씬 커다란 위안을 받는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폐활량 강화 훈련을 하는 건지, 체력단련 하는 건지 아리송할 적이 많지만 풍경이 자꾸 나에게 진정하라 속삭이잖아! 내가 가는 만큼 얻을지어라. 그러니 오늘도 산에 올라가보자.


이번에도 멍~하니 바라보는 멋진 풍경을 수두루루루루루룩 붙여놓는다. 멍~































































































































































































































































































































































































































































































































































































































































레를 40여 km를 남겨두고는 한국인 교수님과 동행하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맞바람이 심하게 불어 오늘저녁까지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전거 위 무거운 짐을 덜어 주셨다. 가벼워진 자전거는 맞바람도 이겨내더라. 우기와 내가 뭐가 기특하다고 레에서 먼저 떠나시기 전까지 나흘밤을 재워주고, 한국음식들 요리해주신다. 정말로 고마운 교수님, 어머님, 아버님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인사 드린다. 














































































레는 한창 축제기간이다. 달라이 라마 아저씨가 와서 강연도 하고 여러 유명한 티벳 불교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 믿음은 개인적인 선택이고 그보다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실천하는 것이 진짜라 생각하기에 종교 모임, 행사에 그저 시큰둥하다. 그저 행사장을 왔다갔다 하는 라다크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주름살 쭈글쭈글 흰머리 길게 늘어졌는데 그 머리 양갈래로 땋아서 허리춤에 서로 묶어놓은 아줌니들, 할머니들 옷차림이 이색적이다. 그 땋은 양갈래 머리가 귀엽다. 만화에 나오는 할매마냥. 


레에서는 그저 푸~욱 쉰다. 달이 꽉 차서 보름달도 환하게 비추고, 조용한 숙소 그리고 개울가인듯 수로를 따라 물소리가 밤새 귀를 간지럽힌다. 차분하고 좋다. 푸~욱 쉬었다가 이제 또다른 멋진 곳을 향할 준비를 한다. 아, 여기 정말 좋은 곳이야~


자전거 갖고 올 준비 여적 안되었는가? 

내 이리 고상하믄서 사진 많이 찍어놨는디 말여~

한 분 찬찬히 생각혀봐~ 









ⓐ 빨간 점이 캠핑한 장소. 키롱(Keylong)에서 두 밤, 그리 셈하며 가면 14일만에 레(Leh)에 도착한다. 한 분 세보슈~

   

ⓑ 사실 마날리 전 심라(Simla)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까묵고 안 넣었다. 닷새 동안 비맞았던 기억 밖에 없었기에 마날리부터 끼워넣자. 야, 사진 좋다~하며 감탄했다가 레 오늘 길 사진들 보고 모두 자취를 감추게 해부렀다.


ⓒ 로탕패스를 넘으면 다 내려갈 때까정 포장마차 하나 없다. 로탕패스 1km를 못미쳐 라면과 오믈렛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으니 출출하면 여기서 먹고 넘어가자. 정말 여기서 안먹고 내려가면 저녁 전까지 꼬박 굶게 된다.


ⓓ 가장 힘들었던 곳은 두번째 봉우리-바랄라차라(Baralacha La)!! 산을 감고 돌아도 또 길이 꼬여있고, 그 길 감고 돌아도 또 꼬인 길이 계속 나온다. 길이 자꾸 놀려서 환장하는 줄 알았다. 아침 9시부터 저녁6시까지 8시간 넘게 오르막을 올랐었다. 정말 배고파 아사하는 줄 알았다. 


ⓔ 키롱(Keylong) 이후 탕랑라(Tanglang La)까지 마을은 없고 3개월 반짝 여는 천막 식당들이 군데군데 있다. 다행히 식량걱정 없이 다닐 수 있으니 며칠치 식량을 무식하게, 무겁게 사재기하며 댕기지 않아도 된다. 물가는 정가에 +5루피 더 붙인다. 물은 1리터에 25-35루피. 원래는 20루피.


ⓕ 탕랑라를 올라가다 보면 산기슭에서 물이 흘러내려 도로를 덮는 곳이 있다. 정확히 정상이 10km남았다는 표지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줄기를 따라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서 캠핑하는 것을 권한다. 참고로 5,000m고지. 가장 춥게 잔 날이었다. 이 곳 전후로 가파른 산 길이라 마땅히 캠핑할 곳이 없다. 다음날도 물론 별 무리없이 정상을 올라갈 수 있다. 신기하게도 아침에는 물줄기가 사라지고 없다. 


ⓖ 탕랑라를 넘으면 슬슬 라닥 사람들, 마을들이 아기자기 하게 보인다. 물가도 정가로 돌아온다. 


ⓗ 어느 곳이 가장 좋았나? 14일동안 매일매일 새로운 풍경덕분에 14일 모두 좋았다. 빠르지 않게, 씨게 달리지 않으면 된다. 풍경 정말 환장합디다. 


아, 이래도 안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