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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쉬라즈] 친절한 이란 사람들, 그리고 가족
    Cycling/middleeast 2014. 9. 15. 15:10



    이란 사람들? 친절하다던데.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던 이란. 


    나를 초대해 준 알리 아저씨네 짐을 풀어놓고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나에게 무엇이 보고 싶냐고 그리고 몇군데를 추천해주고 가보란다. 내 자전거는 여전히 박스 안에 있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다. '시장을 가려면 4번 버스를 타고 마지막 정류장까지 가!'라는 말을 듣고 4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라비아 숫자라고는 한 글자도 보이지 않는다. 어리둥절하게 버스 두어대를 보낸 뒤 마침 오는 버스 위에 발을 얹고 시장가는 버스냐고 물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데 그냥 타란다. 서너 정거장을 갔을까, 내 어깨를 툭툭 치는 아저씨? 청년? 일단 따라 내리는데 내 버스비를 대신 내준다. 그리고 택시를 두 번 타더니 (역시 택시비도 다 내준다) 내가 가려고 했던 바킬(Vakil) 시장에 데려다 주고는 몇 군데 안내까지 해준다.


    이란 사람들의 친절이 이런 것이었던가!?! 












































    이란을 들어오기 전에 나 답지 않게 페르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을 3권 사 읽었다. 정말 나답지 않게 말이다. 카펫 문화가 발달한 페르시아.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던 바킬 시장. 한 골목 전체가 카펫만 팔고 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알리 아저씨네 집도, 그리고 이후에 갔던 이란 사람들의 집 바닥은 모두 카펫으로 깔려있었다. 통로, 계단, 작은 빈 공간도 모조리 카펫으로 덮어둔다. 



































    모스크 모스크!

    그림들이 예뻐서

    개인적으로 하얗기만 했던

    인도의 타지마할 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2년 4개월만에 핸드폰이란 것을 손에 넣었다. 혼자 있으니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야심차게, 정말 야심차게 하나 장만했다. 간지나게 녹키아 흑백화면 전화기를 사고 싶었는데 전화기가 작동이 안되어 신제품?으로 이란문자가 빼곡히 적힌 삼성 '칼라'액정 핸드폰을 샀다. 손 전화기 생기니 편해진 듯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신 없기도 하다. 손 전화기 하나 장만하러 가는 길에 들른 쉬라즈 동네 구경. 
























































    쉬라즈의 한 낮 온도는 40도.

    한 낮 햇빛은 뜨겁지만 

    건조하기에

    그늘은 참으로 시원하다.


    40도에도

    하루종일 걸어도

    땀이 안나더라.


    검은 챠도르 두른

    아낙네들은 을메나 더울꼬.


































    알리 아저씨네 같이 초대된 독일인 친구들과 택시를 타고 페르세폴리스를 댕겨왔다. 알리 아저씨가 일하는 시간에는 웬지 집 안에 있기 조금 가시 방석이어서 며칠 동안 정말 관광객처럼 바쁘게 다닌듯 하다. 굳이 관광을 할꺼라면 하루에 한 곳만 가는 곳이 좋다. 여러군데 댕기다보면 지친다. 페르세폴리스가 멋드러지면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야지 하고 갔다가, 1시간만에 되돌아왔다. 흠.... 






















    그늘이라곤 외로이 서있는 기둥 그림자.

    덥다 더워.

































    페르세폴리스는 너무 폐허가 심하게 되어있어서

    '엥 이게 다여?' 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페르세폴리스 때문에 쉬라즈를 오는 것이라면

    안와도 좋다.' 라는 나의 말 때문에

    쉬라즈를 포기한 커플이 둘 있다.











    알리 아저씨네 집에 나흘 밤을 지냈다. 알리 아저씨의 아내, 딸 둘, 누나, 매형, 큰 형, 형수, 그리고 할머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녁시간이 되면 모여서 식사를 함께 한다. 알리 아저씨의 밤 9시 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지만 이른 저녁부터 자정까지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과 식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리집 식구들은 뿔뿔히 흩어져 있어 일 년에 함께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데, 이 집은 매일매일 모인다. 여행 길어지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소중함이 강해진다.  











    현지 집 밥 아니면 입에 넣지도 않는다. 매일 매일 대가족이 모이니 저녁은 푸짐하게 차려진다. 











    감자전!






















    이란식 파스타! 그리고 매끼 '난'이라 불리는 빵을 먹는데, 같은 재료로 만드는 인도 난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또다시 알리 아저씨가 출근. 나도 관광객처럼 바삐 어디론가 가야만 했다. 오늘은 어제 새로 초대된 네덜란드-대만 커플과 함께 버스타고 저멀리 시외로 나간다. 아, 대만...











    갈랏(Gallat)이라 불리는 옛 마을. 4미터 폭포수를 보려고 등산을 오랜만에 했다. 돗자리로 쉽게 쓰는 카펫만 깔면 어디든지 소풍장소가 된다. 이란 사람들이 운전하는 자동차 트렁크에는 카펫이 기본 3-4개는 들어있는 것 같다. 그리고 춤추기 좋아하는 이란 사람들.






















    옛마을이라 역시 허물어진 건물들 뿐이다. 페르세폴리스도 다 부숴져 있었는데 여기도 그러네. 또 덥다.

































    똑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 알리 아저씨 딸내미에게 숫자 읽는 법을 배워 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다.  











    알리 아저씨의 둘째 딸내미의 생일 잔치. '우리 밖에 나가서 먹을거니 옷 입어용'하길래 근사한 정원에서 뷔페 음식이라도 먹나?하며 기대했는데 큰 대로변에 차를 세우더니 트렁크 속 카펫을 꺼내고 온 식구들이 또다시 모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유로 갓 길에 돗자리 핀 상황. 우리말고도 많은 이란 사람들이 도로변에 카펫을 깔고 시샤(물담배)를 즐기고, 음식을 먹더라. 생일잔치는 밤 11시에 시작되었다.  











    오래 지냈기에 사진관에서 가족들 사진을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사진을 받은 알리네 첫째 딸내미가 나에게 식어가던 감정에 불을 부었나보다. 갑자기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두 눈 초롱초롱 뜨며 연거푸 한다. 











    쉬라즈에서 매일 저녁 함께 지냈던 알리네 가족. 매일매일 가족 모이는 모습이 정겹다. 언젠가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직 내 자전거는 박스 안에 있다. 이란에 도착하면 이제 더이상 차 타지 않고 꾸역꾸역 자전거 타고 유럽을 넘어가려 했건만 아직 내 자전거는 박스 안에 고스란히 있다. 내일 아침에는 그 박스 고스란히 들고 버스 타고 이스파한(Isfahan)으로 향한다. 나 자전거 언제 타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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