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트빌리시-쿠타이시] 요즘 캠핑이 유행이라매? 그럼 조지아 한 번 와봐와봐

2014. 10. 14. 22:56Cycling/europe



우중충한 날씨에 아르메니아-조지아 국경을 넘었다. 시골, 그리고 국경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한 몫 더하는지 분위기가 음산허다. 이제 비자 같은 종이짝에 쓰인 날짜 따위 걱정않고 살 수 있는 조지아에 왔다. 조지아 체류기간이 무려 360일!!! 360일!!!!??? 엥?? 360일!이다. 허허. 살 판 났네. 허나, 아쉽게도 올해 9월부터 90일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90일도 나라크기에 비하면 철철 넘치는 시간아닌가!  










요즘 캠핑이 대세라면서!? 그렇담 한 번 조지아 한 번 오지 않겠는가. 눈에서 녹는 물이 강물 따라 흘러 내려오는 곳 옆, 잔디밭 총총히 있는 들판에서 하루종일 햇빛에 바짝 마른 나무 모아서 불피우면 추운 몸이 사르르르릇 녹는다. 원없이 캠핑해서 행복한 조지아!        




















처음 만난 주유소 옆 구멍가게에 파는 것이라고는 맥주 몇 병과 통조림 뿐. 맥주 서너병 사고 뒤돌아서는데 주인 아저씨가 소금에 절여진 고등어 한 마리 넣어준다. 등푸른 고등어를 먹게 될 줄이야. 내 자전거에 꽂혀 댕기는 케밥용 연장? 작대기?를 처음 사용해본다. 










다음 날, 날이 맑다. 오늘 오후에는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할 수 있겠다!! 계속 덜컹거렸데 이제야 조금 차분한? 포장길을 달린다. 










조지아 돈 1라리에 우리돈 600원 수준. 사과 얼마냐고 물어보니 한 양동이에 손가락으로 셋을 가리킨다. 엥? 그럼 1,800원에 사과 한 양동이? 사과가 20개 정도 들어있었는데 3리라? 할무니, 시골 인심이라 그런거죠잉?




















자두와 사과만 샀는데 배, 포도, 감까지 준다. 할무니, 시골 인심 죽지 않았네요잉~ 고마부요잉~ 인도 채식 공동체 '사다나 포레스트'에서 처음 들었던 푸룻테리언(Friutarian)- 채식하는 사람이 베지테리언, 과일만 먹는 종을 일러 푸룻테리언이라고 하더라. (우리나라 같이 과일값 비싼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아침겸 점심으로 사과와 자두로 배를 두둑히 채웠다. 흐미 배부른 것.




















아싸! 트빌리쉬 도착! 숙소만 들어가면 닷새고 열흘이고 주구장창 퍼질러 쉬는 습성은 여기 트빌리시에서도 계속 되었다. 여기서는 일주일 머물렀다. 


















































아이고, 세련도 허다. 




















예레반에서 놓친 공연- 연극, 발레, 음악회 등등 못보고 넘어와서 트빌리시에서는 고품격? 음악회를 보려고 아둥바둥 했던 것 같다. 여기는 티켓부스 같아 보이지만 사실 하얀 설탕 흩뿌린 조그마한 도넛을 파는 가게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이유가 분명 있을터.








































쨔잔! 음악회 보러 왔다!! 중학교 시절 수행평가라는 놈이 얼씬거렸는데, 그놈의 수행평가 때문에 음악시간 억지로 찾아가 봤던 오페라 '돈줘봤니' 이후로 언 15년만에 음악회하는 공연장을 찾았다. 그리고 클래식 공연하면 따분한 생각에 애써 보러 댕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공연 '보러'댕기는 객체가 되는 것도 어색했다. 그래도 유럽이라고 2층 좌석은 8자리씩 방으로 경계를 나누어 두었다. 오~ 좀 있어 보이잖여! 음악회 감상비는 3,600원. 더 싼 가격은 2,400원짜리도 있다.  




















독일에서 넘어온 첼리스트의 연주가 함께 했던 음악회. 안경이 없어 여성 첼리스트의 회색머리가 원래 저런 회색머리인지 아니 나이들어 희끗해진 것인지도 구분이 힘들다. 아이고 분해. 가느다란 비올라 소리에 온몸의 털이 삐죽삐죽 서는 것도 잠시 클래식 음악은 나에게는 조금 따분한 음악이 아닐 수 없다. 참, 교양없기는. 










다음날은 연극. 오른쪽에 영어 자막이 나왔는데 안경이 없어 도무지 읽혀지지가 않는다. 노래도 MR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정 네명의 출연자만 계속 나오고, 의외로 스케일 작은 연극에 졸음이 솔솔. 참, 교양없기도 허지. 보통 극이 끝나면 출연자들이 줄줄 나왔다 들어갔다 인사하고 들어가고 또나와서 또하고, 한 명씩 하다가 또 다같이 손잡고 다시 인사하고 관객들은 계속 박수치는데, 그것마저도 어설프게 무대의 막이 척!하니 내려갔다.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  










숙소 옆 값싼 조지아 음식들. 카챠푸리! 빵 안에서는 짭짤한 치즈가 가득 들어있다. 맥주 안주로 제격이요!










트빌리시에서는 뭐 슝슝 지내면서 편히 지내다 떠난다. 

떠나기 전 자전거여행객 티브군을 통해 소개받은 데이비드 아저씨를 만나

맛있게 얻어먹고, 즐겁게 맥주 마시고 그 다음날 짐을 꾸려 떠났다. 

데이비드님, 고맙습니다.










어이쿠! 우리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 시멘트 빌딩 도심보다 탁트인 풀밭이 좋다. 나만 그렇지 않잖아?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다 오후들어 해가 구름을 제치고 나왔다. 요리하고 있는데 양떼들이 어슬렁 어슬렁.


















































양치기 하는 꼬마가 어린 친구, 말그대로 양치기소년이었는데 우산 하나 들고 양들을 이리로 저리로 잘도 몬다. 우리가 있어 일부러 우리쪽으로 양들을 몰았던 것 아닌지 몰라.










헉!!!!! 으악! 이게 무슨 일이야!










제빵용 틀을 단돈 5,000원에 사서 3인분 볶음요리를 담당했던 팬이 운명을 다했다. 어흥 밥을 또 얹혀 볶아야하는데, 그냥 덮밥으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요리는 보호색이었던가.






























미안해 아톰. 내가 포토샵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글씨 쓰는 것 밖에 몰라. 아이고, 찌뿌둥허다. 




















아웅~ 귀여워.




















아웅~ 귀여워 2










본더가 사과 사려고 길 옆 트럭으로 자전거를 돌렸는데, 아저씨가 그냥 가져갈 수 있는 만큼 다 가져가란다. 오홍~ 조지아 시골 인심은 끝이 없구만! 아무래도 쥬스용으로 가공하는 사과를 포대로 받아가는 트럭인 것 같다. 가방 속 빈공간에 가득가득 넣었다.  










아, 평생 할 캠핑 너희들 만나 다 한다. 한국가서 안해도 될 것 같아. 










군침 흘리지 마세요!




















이 것좀 받아가~ 봉지 있어? 봉지를 받아간 아저씨가 울긋불긋 포도 한 뭉치 사주더니만, 모자랐는지 청포도 4꼭지마저 넣어준다. 아이고, 과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 조지아가 제격인듯. 시골 인심 포에바~ 










워메 워메, 자네 설산 아닌가? 워메워메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아따 또 나무모아 불 피우는 캠핑.










버섯 2라리, 긍꼐 1,200원에 한 봉다리 가득. 아따 조지아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네 그려. 










이 날 저녁은 이상하게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날이다. 보통 아침되면 고요해지기 마련인데, 아침까지도 강한 바람이 불더라. 요상시렵게.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외로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새벽 4시까지 잠이 안오더라. '아이쿠 꿈이었네?'하며 또 다시 잠이 깨어버려 힘들게 잠들었던 잠도 달아났다. 아이고야;;;










본더와 나의 합작품 ;;










워메?! 2년간 쓰던 패니어가 똑허니 부러졌다. 아스팔트가 자동차 무게에 눌려 움푹 올라온 곳을 미쳐 못보고 지나쳤는데 덜컹하면서 충격을 받았나보다. 한 짝도 꾸역꾸역 갖고 댕기는데, 다른 한 쪽 마저 부러지니, '아, 인자 가방 하나 사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저 뒤 뻘건 보름씨 패니어 아니었다면 정말 구질구질 거지같이 다녔을 것 같다. 


시방 답답혀서 나 가방 새초롬히 사고 출발할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