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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바투파핫] 비와도 간다!!!
    Cycling/seasia 2013. 2. 7. 18:52


    바투 파핫(Batu Pahat)에 머무는 닷새동안 빗방울 한 번 보이지 않더니,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비가 주르륵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은 자전거 안타고 '쉬자'하고 습관처럼 몸이 말을 걸지만, 오늘은 비가 와도 가야돼!! 비가와도 싱가폴 국경인 조호바루(Johor Bahru)에 저녁 7시까지 가야해. 비가와도 오늘은 간다. 








    도심을 벗어나, 오늘 가야할 조호 바루의 거리를 발견한다. 134km! 비가 조금 소강 상태이지만, 하루 종일 주르륵 내린다. 오늘은 비가와도 가야해. 7시, 아니 6시 반까지는 꼭 도착을 해야해. 비가 와도 간다.!!! 기필코!








    어라!? 이거 만만치 않게 내린다. 가정집 마당의 차고 지붕에 몸을 숨기고는 비가 멈추길 기다려본다. 하지만, 그치지 않는다. 아직 90km가 넘게 남았는데, 시간은 정오를 향해가고 있다. 마음이 급하다. 이렇게 비 그치기를 마냥 기다리다가는 제 시간에 도착을 못하겠어.








    결국 우의 껴입고, 긴바지를 벗고 반바지 갈아 입고, 양말도 벚고, 맨발!!! 맨발에 저 고무 슬리퍼를 신고 땀이 나버리면서 습진이 한동안 고생했다. 그래서 나는 반드시 양말을 신어야 된다. 오늘은 과감히 양말까지 벗었다. 아우!!! 가야해. 마음이 급해. 늦으면 안돼. 방수 안되는 뒷 패니어의 모든 짐은 김장 비닐로 모두 감쌌다. 



    왜 이렇게 마음 조급한겨?






    말라카에서 만났던 나디아를 만나기로 했거든!!! 어머나!!! 반나절 내내 강한 비를 맞으며, 약속 장소에 넉넉한 시각에 도착한다. 그녀는 싱가폴 여행 중이었고, 이틀 뒤에 싱가폴 공항에서 마카오로 넘어간다. 난 지금 여권이 없기 때문에 싱가폴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알고는, 그녀는 싱가폴 여정을 마다하고 다시 말레이시아로 넘어와 주었다. 그녀의 싱가폴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약속장소까지 운전해주고는 나에게 인계(?)해주었는데, 나를 상당히 질투하는 눈초리였다. 여하튼 다시 만났다!







    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 네이버 까페에서 공동구매한 방수 패니어도 이 날은 역부족이었다. 방수천을 뚫을만큼 많은 비를 맞았다는 증거. 살짝 젖은 텐트와 내용물들을 온통 다시 말린다. 하루종일 비 맞았더니, 옷에서건 몸에서건 악취가 풀풀 날린다. 








    바투파핫에서 같이 지냈던 Evane의 친구네 집에 이틀 머물렀다. MC와 Fellicia! 오는 4월에 결혼식 빵바레를 올린다. 급작스런 손님을 맞이해주어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나 빼고 세 명이서 중국어로 이야기하니, 어느 때에 내가 말을 걸어야할지 모르는 멍멍한 상황이 조금 있었지만, 이제 슬슬 중국인들의 대화 내용이 아주 아주 아주 조금 귀에 들어온다. 영어, 중국어 막 섞여 나온다. 


    싱가폴의 국경 도시인 조흐바루의 사람들은 환율이 비교적 높은 싱가폴로 출근한다. MC 역시 의학계에 몸을 담고 있고, 매일 매일 해외로 일하러 왔다 갔다 하는 일꾼이다.  







    나디아와 함께 '버스'타고 시내 구경 하는 달콤한 상상을 했으나, 이 도시는 대중교통이 열악하단다.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이 중국남방대학교의 학생들 역시 전부 자동차로 통학할 정도니. 도심까지는 15km를 가야하는데, 못할 짓이었다. 더운 한 낮 나디아를 자전거 뒷자석에 태우고는 대학교 캠퍼스를 유유히 찾아왔는데. 엄청 덥다. 15분 자전거 타고는 온통 땀으로 젖었다. MC네 집에서 이틀밤을 보내고는 새벽 6시에 나디아는 MC와 함께 싱가폴로 떠났다. 아- 빈자리가 너무 크다. 








    동쪽 해안을 따라 올라가려던 일정은 비가 계속와서 보류하고는 다시 바투파핫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넘어오려던 소중한 후배가 못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는 혼란에 빠져있다. 아이고! 한 참 남쪽으로 내려왔건만, 이제 어떡한담. 아직도 내 계획은 미궁 속.








    첸돌(Cendol)! 1링깃(350원)밖에 안한다. 인디안 아저씨의 오른쪽 새끼 손가락 포지션이 눈에 들어온다. 코코넛은 아무래도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속이 부글부글 거리는 것을 보면 첸돌도 많이 먹으면 안된다. 
















    나의 호스트 에반(Evane)의 친구들을 잔뜩 만났다.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타이완까지 각 지방의 '중국' 훠궈(샤브샤브)를 접해본 결과, 맛도 각기 다르고, 주문 방식도 데각각이다. 오늘의 훠궈는 메뉴판이 없고, 점원이 모든 야채, 버섯, 고기 쟁반을 몽땅 가져오니 먹고싶은 것을 고르면 된다. 쟁반이 휘어질 정도다. 뭐니뭐니 해도 훠궈는 베이징에서 먹던 훠궈가 가장 맛있었다. 중국은 맛과 얼큰함이라면,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깔끔함으로 승부.








    말레이시아에 사는 중국인들은 30%정도라지만, 여기가 중국인지 대만인지 모를정도로 중국인들을 줄곧 만나고 있다. 그렇다! 새해 연휴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은 무려 일주일 내내 쉰다. 중국인이 아닌 말레이와 인디안은 2-3일 정도의 휴일, 회사 사장님이 중국인이라면 그 회사에서 일하는 말레이, 인디안도 몽땅 같이 쉴 수 있다고 한다. 위 사진의 이름은 유쎵(Yusheng). 새해 복을 기리면서 먹는다.







    "새해 결혼 하고, 애 순풍순풍 잘 낳자! 돈도 많이 벌어~" 외치고는 서로의 젖가락으로 마구 섞는다. 이날 저녁은 모두 유부녀 언니들과 함께 했다. 나의 호스트 'Evane'만이 아직 미혼이다. 좋은 사람 만나 알콩달콩 살아가길 바라요.








    유쎵의 맛은 굉장히 시큼. 적가락 몇 번 오가고는 식감이 영...오른쪽의 예쁜 언니 때문에 엄청 긴장?하면서 먹었다. 알고보니 5살/3살 아들을 둔 86년생 동생이었다. 어머나!  










    바투파핫- 조호바루를 오고 가는 길, 말라카 해협의 중심부에서 내륙으로 들어오는 좁다라한 운하가 몇군데 보인다. 이 운하를 통해 얼마나 많은 상인들이 오고 갔을까. 























    말레이시아의 운전자들은 침착하지만, 자전거 여행객에게 할애된 도로는 없었다. 가끔씩 오토바이 길이 있는 곳이 있지만, 20% 미만이었다. 뒤에서 빵빵 거리는 사람들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으허헉~ 여지껏 본 로드킬 중에서 보존? 상태가 95%에 가깝다. 자전거 발 길을 돌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첸돌을 팔던 아줌마가 나에게 말을 거는 순간, 나는 기겁해 놀라 자빠졌다. 하하하. 이 뱀은 어떻게 죽은겨?! 그러고 보니 이번 해는 뱀의 해였어.







    길 위에서 수많은 응원을 받으니, 마라톤 선수가 트랙을 달리면서 길거리 관중들의 박수를 받는 기분이 이런걸까.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는 하교하는 친구들을 사진을 얼른 담고는 출발하려는 찰나, 저 들 중 수근수근 내기를 한 모양이다. 한 소녀가 나를 향해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았지만, 나는 '빠이~'하고는 내 갈 길을 갔다. 길 건너던 소녀는 당황하고, 소녀 뒤로 보이는 나머지 친구들이 전부 키득키득 입을 가리면서 웃는다. 미안해, 연애는 밀당이 중요하다고 했어. 








    말레이시아에 더 있을까. 그냥 북쪽으로 빨리 올라갈까. 빨리 가기에는 동쪽 해안, 뜨랑까누를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조'에게 연락하고는 일정을 조금 앞당겨 보았다. 아직 친구들의 일정을 모르니, 나도 어찌해야 할지 갈팡질팡이다. 말레이시아 이 후의 일정도 다이나믹하게 대폭!!! 수정되었다. 계획이 없어서 그럴까. 계획이 없으니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다. 이래도 정말 될까 싶을 정도로....


    다시 뜨거운 도로 위, 텐트 생활, 나그네 생활이 두려운지, 이틀 동안 푹 쉬고 있다. 자꾸 약해지는 느낌이다. 내일은 무작정 동쪽으로 산을 넘어간다. 복잡한 생각들은 자전거 안장에 앉아 슬슬 정리해보기로 하고!! 나는 또 출근한다!! 


    아, 설 연휴들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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