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ing/Indianepal
-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 그대들은 어느 행성에서 온 사람이오?Cycling/Indianepal 2014. 8. 5. 13:46
카슈미르. 내가 발 딛고 있는 카슈미르 여행이 서서히 마무리된다. 몇 해 전 '자전거 타고 꼭 오리라' 하며 마음 속에 품었던 곳이었는데 막상 벗어나려고 하니, 끝내려고 하니 마음속이 허전해 지는 것 같다. 그럼 이제 집에 가도 되지 않겠어? 와보고 싶었던 곳 신나게 자전거 탔응께 집에 갈만도 한데. 자 이제 새로이 무엇을 하고 싶으냐? 어디를 가고 싶으냐? 속으로 물어봐도 돌아오는 시원한 대답은 없다.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 자꾸만 집에 가는 상상을 펼쳐본다. 곧 여행할 이란, 터키 쪽의 여행은 안중에도 없고, 내년 여름 집에 돌아갈 때 어디어디를 들러 누구누구를 만나며 집에 돌아갈지 망상만 늘어난다. 일본을 들러 갈까. 한국 같이 들어가려는 레아를 꼬드겨 일본에서 자전거 여행을 해볼까 등등 아주 소설을..
-
[레-라마유루] 이제는 평범해진 풍경Cycling/Indianepal 2014. 8. 4. 18:01
여기를 먼저 여행했다면 '우와'하며 감탄하고 계속 연이어 '우와우와'를 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마날리에서 레를 넘어오는 구간에서 감탄사를 남발했는지(남발할 만도 했지) 더이상 입에서 탄성이 나오는 구간은 없었다. 눈 쌓이지 않은 산 봉우리를 보니 눈없는 산은 산처럼 보이지 않아서 였을까. 심심한 마음도 많이 있었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했고, 풍경마저 이러저러 평범해졌다. 평범해졌지만 둔해졌지만 [마날리-레]구간에서는 쉽사리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봉우리(이제는 더이상 산도 아닌가) 2개를 넘고서는 멈춘 작은 마을 사스풀(Saspul). 텃밭 주변에는 꽃들이 참 많다. 해바라기도 있고 근대? 할무니 어기 근대 맞죠잉?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머물게 되었다. 게스트..
-
[라다크 가는 길2] 극기훈련과 여행 사이Cycling/Indianepal 2014. 7. 13. 18:58
극기훈련이야 이게? 여행이야? 지난 태국 북부, 라오스를 거쳐 베트남을 지나는 3주간의 산행길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렇게 힘들게 힘들게 애간장 태우면서 '여행'하는 것이 나중에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여행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그저 어느 경치 좋은 곳에 느긋하게 쉬면서 책보는 일상 또는 햇살 받으며 마른 빨래 걷는 일상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는데, 자전거 타고 5,000m가 넘는 산을 두 개를 넘고나니 할 말이 없어진다. 특히, 마지막 5,300m짜리 탕랑라를 올라섰을 때에는 기쁨, 성취감 보다는 '아이고, 밍규 참 고생많다'라는 생각밖에 나질 않더라. 차타고, 버스 타고, 오토바이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잠시 내려 사진 한 장씩 찍고 가는 풍경만 게슴츠레 쳐다보고만 있다. 저리 편히 올라들와서 사진찍고..
-
[라다크 가는 길1] 생애 최고의 자전거 길~Cycling/Indianepal 2014. 7. 12. 17:59
몇 해 전 뭉게구름처럼 두루뭉실허게 자전거 여행 꿈으로 부풀어 있을 적, 자전거여행자 웹사이트에서 본 몇 장의 사진. 그들은 신혼여행으로 네팔, 인도, 파키스탄을 지나는 부부, 자전거를 타는 부부였다.(링크:클릭) 사진을 보는 순간 '아, 여기 가야겠다!'라는 결심을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버렸다. 그 곳이 여기 라다크 지역이었다. 그 때의 순간 결심이 헛되지 않고, 무모하지 않았다는 것, 잘했어!!라는 생각은 직접 와서 자전거 페달을 밟아보니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 매일매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맥들을 보면서 한없이 넋이 나갔다. 눈쌓인 겨울과 때로는 싸늘한 가을, 꽃이 핀 곳에서는 봄이 왔나? 착각을 한다. 보통 레(Leh)를 댕겨오는 여행자들을 보니 오토바이를 사서 댕겨오는 사람들, 그리고 ..
-
그리운 5월의 네팔, 그리고 찾아온 무더위Cycling/Indianepal 2014. 6. 11. 18:22
지난 5월은 어제 있었던 순간, 어제 만났던 이들까지도 오랜 기억처럼 그리워진다. 모두가 함께 있었던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있다보면, 그 모두 함께 했던 기억이 추억이 되어 그리워진다. 5월, 다시 돌아온 포카라가 그러하다. 연이 닿았던 사람들 - 10여 년 전 '롤링스톤즈'라는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한 기억이 있는데 그 시절 그 낡은 지하실 클럽을 운영했다는 준영이형, 바라나시에서 우연히 만나고 룸비니 한국절에서 오묘하게 마주친 인연, 사진찍는 오린지와 한솔, 룸비니에서 처음 만난 대학교 후배 현정이, 산을 같이 올랐던 우기와 브라질 청년 다니엘로, 그리고 함께한 젊은 유럽친구들. 백숙 한 끼 같이 했던 토토/래빗 부부, 약속하지 않아도 언제나 스치는 인연 연극인 기훈행님과 용감한 여인 민선씨. 그 중..
-
[안나푸르나 걷기3] 히말라야에서 자전거 타기!!Cycling/Indianepal 2014. 5. 26. 18:46
빠~~빱바답디야~ 트랙킹 열한번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오늘은 말이야 5,416m의 토롱라(Throng-la)를 넘어야하는 날이다. 마음 단디 먹고 출발해야 한다. 어제 내렸던 눈으로 또 고양이 세수를 하고 싸게싸게 짐을 꾸렸다. 어제 내렸던 눈이 정말 환상적인 세상을 보여준다. 얼음의 나라에 온 것 같다. 빠샤!!! 마음 속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걷는다. 보드득 보드득 눈 밟아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우기와 다니엘로는 저만치 모습을 감추었고, 나보다 한 참을 늦게 출발한 유럽친구들이 나를 앞질러 올라간다. 그 뒤에 따라오는 프랑스 아낙네 두 친구 마저 내 등 뒤에서 보득보드득 소리를 낸다. '어린 여자 친구들에게도 밀리는구나!!' 속으로 타박하며 길을 잠시..
-
[안나푸르나 걷기2]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틸리쵸(Tilicho)를 넘어서Cycling/Indianepal 2014. 5. 26. 11:45
브라가(Bhraka)에서 아침나절 쉬고는 점심먹고 20분 거리인 마낭(Manang)에서 하루 묵었다.심하지는 않지만 머리가 여전히 멍~하다. 나는 약을 일절 먹지 않는 편이라(6년 되어가는듯)이번에도 무모하게 비상약 한 알 챙겨오지 않았다.내 몸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내 몸이 얼마나 허약해 빠졌는지발가벗은 채로 알고 싶었다. 여전히 고산병에 좋다는 마늘수프만 후룩후룩 마시고 있다.멍하다. 트랙킹 일곱째 날. 마낭은 돌담으로 쌓여진 집들이 아기자기하다. 옛 고을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예전에 네팔 국왕은 가난해 보이는 마낭 사람들에게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일 할 수 있도록 취업비자를 쉽게 내어주었단다. 그 때 돈을 많이 번 마낭 사람들이 돌아와서는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 마낭에는 맛..
-
[안나푸르나 걷기1] 고요한 피상(Pisang), 그리고 얼음호수(Ice Lake)까지Cycling/Indianepal 2014. 5. 25. 15:44
내 생애 히말라야에 왔다. 눈 앞이다. 여행 전 '어디가고 싶은데?'하면 막연하게 '히말라야가 보고 싶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네팔행 비행기 값을 줄테니 중국만은 뛰어 넘으면(피해가면) 안되겠냐는 가족의 제안도 받았었다. 그 때 비행기 값을 받고 중국으로 갔었어야 했는데. 거두절미하고, 걷기 첫 날, 포카라(Pokhara)에서 베시사하르(Besishahar)까지 버스, 그리고 이어지는 덜컹덜컹 지프로 1,900고지 다라빠니(Dharapani)까지 올랐다. 너무 덜컹거려서 치질 생기는 줄 알았다. 트랙킹 둘째날.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는 밤에도 계속 되었고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나무가 많은 곳이라 아침공기가 유난히도 개운했던 아침. 아직 본격적인 트랙킹을 시작하지 않아서 느껴지는 개운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