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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 따뜻한 도시, 젱저우Cycling/chinataiwan 2012. 10. 17. 13:04
비행기와 함께 내소식 전하기 시작합니다. 꼬깃꼬깃 낡고, 오래된 종이 냄새 묻어있는 회색 종이에 며칠에 걸쳐 써내려간 편지글 봉투에 담아, 또다시 꼬깃꼬깃 낡아져버린 봉투를 풀로 붙였습니다. 일단 한 통은 부모님께 갈 확률이 높겠고, 나머지 2통은 어디로 갈지 받아보는 분들은 알겠지요?
소림사학교를 지나 어렵사리 구한 숙소를 떠나 아침을 해결합니다. 어라? 빠오쯔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북쪽에서 샨시지방을 내려오면서 빠오쯔가 만두마냥 작아졌었는데, 다시금 커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빠오쯔의 크기를 확인하고 주문을 할 수 있었기에 적당히? 4개를 시켜 먹습니다. 1개에 5마오!(한화 88원)
졍죠에 출발하기 직전, 든든히 간식거리를 가방에 담았습니다. 2년 정도 과자를 끊었다가, 중국와서 과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슈퍼마켓에서 파는 '오레오'를 요즘 즐겨 먹고 있죠. 한국에서 68-69kg을 오갔던 제 체중이 지금은 73kg이 되었습니다. 하하; 매일 푸짐한 만찬에 맥주를 두어달 섭취, 그리고 과자도 먹으니, 그리고 기름진 중국음식 덕인가 봅니다.
자전거 인구가 상당합니다. 전기오토바이도 많이 즐겨타는 중국인들이죠.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면 차보다 앞서 가는 이륜차행렬입니다. 좁은 간격때문에 조심조심 다녀야합니다.
웜샤워를 통해 만난 미스터 왕선생님! 머리가 희끗희끗한데도 여전히 자전거여행을 꿈꾸며 살고 계십니다. 유럽 알프스 산맥을 횡단을 준비하고 계시죠.
아하하;; 철새이름을 정확히 기억 못하겠습니다. 이 날 저녁 큰 새 한 마리 끓이셨습니다.
미스터 왕 선생님은 졍죠우의 할아버지 자전거 모임의 회장입니다. 나이 지긋한 분들끼리 모여 자전거 여행을 다니고, 정기적으로 자전거 잡지를 발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그 잡지 속 러시아 여행기.
거의 매일 이렇게 먹고, 마시고 있습니다. 제가 손으로 붙잡고 있는 것은 독일에서 넘어온 맥주! 장농 속에 숨겨놓은 귀한 맥주를 손님이 오면 흔쾌히 내 놓으셨습니다. 아이고야~ 내일은 시안링의 매형을 만나기로 합니다.
시안링의 매형을 만나고, 또 그들의 친구들과 함께 서툰 운전실력으로 안양에 갔습니다. 안양에서 또다시 한참을 이동하고 나서 잠을 청했더니, 다음날 아침 또다시 멋진 풍경이 나를 반깁니다. 전 날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곳이....이 험준한 바위산에 둘러 쌓여 있어 이 곳의 집 지붕은 모두 돌로 얹혀져 있는 풍경.
맨왼쪽이 시안링의 매형. 28살! 무려 저보다 어린데도, 결혼도 했고;;; 부럽습니다. 3일동안 호텔방 재워주고, 밥사주고, 밥사주고, 밥사주고, 밥사주고, 밥사주고, 입장료 내주고, 운전해주고, 기름값에, 밥사주고, 밥사주고;;;; 3박 4일동안 30여만원은 족히 썼을겁니다.
황허의 남쪽이라하여 허난(화남)지방, 한국의 강남/강북과 같이 허난/허베이를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황허 문명의 발상지로 이 쪽 사람들의 중국문화 자존심은 대단합니다. 모두들(제가 만난 허난 지방 출신 사람들) 중국 문화가 여기 허난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사진은 카이펑 시내.
시안링의 매형과 그의 아버지와 함께 카이펑에서 길거리 음식의 끝판왕을 만났습니다. 헉! 양의 뇌입니다요. 두부와 맛이 흡사하나 아...제 뇌에서 먹기 힘들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어, 차마 다 먹지 못했습니다. 손톱만큼 먹고 시안링의 매형에게 넘겨주었는데, 단 5초만에 꿀꺽!
튀긴 아이스크림에, 월남쌈에, 국수에, 양뇌까지 먹고 일어났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한 자리 차지하고, 게, 우렁이, 곱창꼬치까지...역시 어른과 자리를 함께 하면 일본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중국인들도 난징대학살로 인하여 일본에 대한 감정이 한국인과 비슷할겁니다. 제가 만약 일본인이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젱져우를 떠나기 하루 전, 시츄안 지방의 건설 회사 사람들을 만나 또다시 체중을 불릴 만찬에 초대됩니다. 제 오른편 줄무늬 셔츠의 또다른 미스터 왕씨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자전거 애호가입니다. 아..체중 체중..
중국 사람들 희한하면서 재미있습니다. 제가 여행객이라 그럴까요? 젱저우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가령 값 비싼 차를 보관했다가 저에게 대접한다든지, 돈에 상관없이 값 비싼 호텔을 잡아주고, 거한 식사 대접에 그저 서슴치 않게 저에게 베풀고 있습니다. 단지, 값비싼 것들을 대접받아 기분이 묘한 것은 아니지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습니다. 한국 오면 연락해 하며... 진짜 다시 만날 수 있겠죠? 함께 한 순간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일... '사람 참 따뜻하구나'는 것을 새삼 느끼는 저녁이었습니다.
엇! 문제의 상한 두부. 냄새도 고약, 냄새만 맡고 먹지 않았습니다. 이거 먹고 제 입에서 상한 두부 냄새 날까봐 못먹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미스터 왕씨의 집엣 티벳맥주와 보이차와 함께 새벽 3시까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런 대접, 만원이고, 십만원이고 아깝지 않습니다. 제 지갑에 고이 보관 되었던 한국 돈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중국인들 모두 티벳, 라싸를 여행하고픈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안링은 라싸까지 오토바이 여행을 한다고 합니다. 중국에 왔는데 라싸를 건너뛰고 가야하는 제 일정도 조금 아쉽군요. 라싸와 윈난 지방은 난중에 한 번 들려보도록 하지요. 오토바이도 좋겠군요.
자전거에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마이크 자전거와 제 자전거가 한 번 충돌하는 바람에 마이크는 넘어졌고, 제 자전거는 물받이가 휘고, 휠이 휘었던 것 같습니다. 전 날 자전거 시장을 찾아 약해진 스포크(바큇살)을 교체했는데 여전히 휠은 휘어있고 해서 또다시 미스터 왕씨의 도움을 받아 메리다 자전거포를 들러 단단히 수리를 받습니다.
두 번이나 자전거포를 들러 스포크를 교체하고 림 조정을 받았는데 모두들 돈을 안받습니다. 중국인들 참 재밌고, 좋습니다.
이제 그리운 젱죠우를 떠납니다. 아래로 아래로 추위를 피해 내려갑니다. 중간에 들린 공연은 참 재미있습니다. 허름한 무대조명과 허름한 무대 때문에 바람이 불면 조명이고, 커튼이 춤을 춥니다. 하하하 ;;
젱저우를 떠나 10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어제밤 내린 비 덕분에 먼지바람은 그나마 잠잠하지만, 그대신 진흙탕 길이 우리를 안내합니다. 오프로드를 꽤 좋아합니다만, 이렇게 많은 짐들과 함께 가는 것이 그리 호락치 않습니다.
시안링이 오늘은 자전거를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려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시안링과 헤어지게 되고, 또다시 마이크와 단둘이 여행을 시작합니다. 아마 25일 남은 중국 체류기간 때문에 마이크는 저보다 서둘러 대만으로 향할듯 합니다. 저는 60여일 안되게 남아 있는 중국 체류기간을 거의 다 쓰면서 대만을 넘어갈 예정이기에, 조만간 마이크와도 잠시 헤어져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시원하니 요즘은 어릴적 운동회가 생각이 많이 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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