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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 그림으로 대화하기Cycling/chinataiwan 2012. 10. 22. 01:18
베이징을 떠나 바오딩을 향하는 길에서 만났던 시안링과 젱조우를 떠나자 마자 작별을 합니다. 여관에 그대로 남아 늦잠을 청하던 시안링이 우리가 떠난 것을 알자마자 전화하고 작별인사를 하러 쓰레빠를 신고 터벅터벅 걸어옵니다. 한참 어린 동생인데, 때론 친구 같았고, 여느땐 형처럼 숙소 잡아주고, 밥도 잘잘 시켜주었지요. 무엇보다 그동안 나와 맥주를 즐겨 마셨던 친구였는데, 이제 더이상 맥주를 함께 마실 친구가 없어졌군요. 집에 가는 길목에 맛있는 밥 사먹으라고 100원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나왔습니다. 형으로써 해줄 수 있는게 그것 뿐이었네요.
희한하게요, 시안링과 헤어진지 3시간도 채 안되었는데, 뒤에서 우리를 부르는 한 명의 중국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여행 셋이서 하라는 계시라도 되는 듯...우이산까지 동행키로 합니다. 허난 지방은 식당에 밥이 없습니다. 거의 면요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점심, 저녁까지 면요리를 먹게 되는군요.
단풍구경 아직 멀었나요? 나뭇가지도 계절 맞춰 쉬려고 하는데, 녹색잎이 좀처럼 변하질 않습니다. 달력을 볼 줄 아는 나뭇잎들만 떨어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날씨 덕에 이틀연속으로 잠을 청하는데...
텐트 안감에 생기는 이슬이 기분이 나쁘지 않지만요, 짐꾸리기에는 참 성가신 존재! 에잇 다 떨어져라!!!!
젱저우에서 우한까지 이어지는 107국도는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습니다.
이 중국인친구와 함께 한 첫 날, 벌써 밖은 어둑해졌고, 텐트를 칠 곳을 찾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어느 시골 마을 여느 집앞에 텐트를 치게 되었고, 처음으로 민가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서운 중국 성님들과 빠이죠(빼가) 한 모금 걸칩니다. 빠이죠는 냄새만 맡고, 입에만 가져다 대고 도로 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손님들에겐 무척이나 친절한 중국사람들.
아침 6시에 칼 같이 일어나고, 계속 자전거 타고, 또 타고, 또 타고... 어딜 그리 바삐 가는지. 맥주도 즐기지 않고, 담배도 안피우고, 굉장히 바른 청년입니다. 자신의 첫 자전거 여행이려니 하며 의욕이 넘쳐 하루 120-140km를 가려고 하니, 마치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사실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주구장창 자전거만 탔던 과거를 참 후회하고 있습니다. 윤태야, 혁주야, 수원아 미안했다.) 근데, 요녀석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네요.
신양에 도착하고, 일찍이 여관을 잡고, 근처 대학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캠퍼스 내에서 노점판을 벌립니다. 저보고 옆에서 우쿠렐레로 노래를 부탁하여, 우쿠렐레로 노래 몇곡 불러보았지만, 중국인들에게 한국 노래는 그저 관심밖이었습니다.;; 노래도 잘 못 부르거니와;;;; 요녀석 노트에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적게 하였고, 중국 국기와 열쇠고리를 팔았습니다. 돗자리에 적힌 글씨는 나중에 한 번 해석을 해봐야겠습니다. 무엇이 이리 사람들을 불러 모으게 만들었을까요. 고작 열쇠고리와 국기를 파는 노점판에...
한국 노래를 부르니 "오빠- 참 멋있다"하며 술집아가씨 코맹맹이 소리를 잘 내던 이양(李洋). 성씨도 같아 가족이 되었음을 확인하였고, 학교를 졸업하면 유럽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합니다. 중국 대학생들에게는 '슈퍼쥬니어'와 '소녀시대'가 가장 인기가 있습니다. 처음엔 '슈퍼쥬니어'를 듣고..아기? 신입생?인가 계속 헤매였는데, 우리나라 가수 이름이었습니다.;; 이양에게 내 메일주소를 적고 여느 때와 같이 내 그림을 그려주었는데, 그 그림을 보고 여기 저기서 자기도 그려달라고 종이를 건넵니다.
중국인들에게 한국말을 시키면 '-습니다'를 가장 많이 알고, 그 다음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그리고 젊은 대학생들은 '삼촌', 그리고 '오빠'라는 단어를 가장 잘 알더군요. 저에게 오빠라고 해 준 친구에게 감사의 표시로...
캐리커처는 그려본 적도 없고, 그림연습이라곤 해본적 없는데, 저에게 쌓여가는 종이들을 보면서 똑같은 그림을 계속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밍규리 비슷하면서도 그들을 살짝 살짝 닮아가는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으~
여자 그림은 정말 실력 꽝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미안하다;;
오늘의 마지막 고객 시야정밍군! 이날 저녁 중국 대학생들에게 둘러쌓여 1시간을 꼬박 앉아 15장 정도의 그림을 그린 것 같습니다. 핸드폰이 없어 메일주소를 퍼뜨렸는데, 오늘 저녁까지 한 통의 메일도 오지 않았어요;;; 이양에게 메일이 왔으면 참 좋겠군요.
이 날 저녁, 요 녀석이 번 돈을 차곡차곡 세어봅니다. 중국이란 나라, 참 신기하죠. 상상해보세요. 대학 캠퍼스 내에서 우리나라 태극기랑 캐릭터 열쇠고리 좌판 깔면 과연 팔릴까요? 사람들 모일까요? ; 중국 참 재미있는 나라. 분명, 돗자리에 적혀 있는 글귀가 해답일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친구와는 언어소통이 현재는 불통입니다. 저의 진짜 짧은 중국어와 이 친구는 '베리굿'과 '고(go)'만 말 할 수 있습니다.
허난 지방을 내려오면서 면요리를 상당히 많이 먹게 됩니다. 제가 사랑하는 '라조(고추기름장)'를 넣어 달라고 주문했는데, 덩어리 째 모여있는 고춧가루가 어찌나 맵던지요. 얼굴이 땀 범벅, 코 찡찡~
이번 여행에서 몇가지 원칙을 정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무젓가락을 사용치 않는 것입니다. 억 단위의 중국인구가 하루에 소비하는 나무 젓가락만 따져보아도,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쓰레기가 생기는데요, 이 것들은 공업용 합판으로 재활용 되겠지요? 나 하나 개인 젓가락을 챙긴들 세상 변하지 않지만요,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도 일회용품 참 많이 쓰잖아요. 제발 좀!!!
허난 지방을 후루룩 훑고, 지금은 후베이 지방으로 갓 넘어 왔습니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립니다. 옳거니 인터넷이 되는 여관, 여관이 불과 20원(3,500원)입니다. 북쪽 지방보다 이불, 담요 모두 깨끗해보이고, 인터넷이 되는 곳이 자주 발견됩니다. 내일이면 우한을 도착할 듯 합니다.
중국인 친구의 합류로 매일 아침일찍 일어나고, 부리나케 아침밥 먹고, 주구장창 달리고 있습니다. 약간의 투정을 부리기도 하면서 좀 천천히 가자, 쉬었다 가자 합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천천히 가도, 어차피 가야할 길이지만요, 그렇다고 천천히 간다고 해서 또 볼 것, 좋은 것도 각자 느끼기 나름입니다만, 여하튼, 빨리 가는 것은 저는 별로 원치 않습니다만, 지금은 빨리 가야만, 아니 왜?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게 뭔소리)
가는 길목에 저는 편지도 써야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죄와 벌을 아직도 읽고,,,,엄마와 여동생이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우쿠렐레도 연습해야 하고요, 바쁘거든요. 아! 낮잠도 자야하고요. 근데, 쉼없이 내딛는 여행은 조금 벅찹니다. 체력적인 문제가 절대 아님을 밝히면서 하하;;;
결국, 우이산까지 함께 일정을 맞추었습니다. 우이산까지의 여정이 만만치 않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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