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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 이제서야 가을 분위기~Cycling/chinataiwan 2012. 11. 5. 00:04
혼자 지내는 시간에 땅바닥에 그냥 앉아 있으면서 멍하니 친구들 생각, 집생각 하다가 바보 되겠다. 안되겠다 싶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는 아직도 뭔가 어색하고, 그리고 우쿨렐레도 연습하고(현악기는 소질이 그닥), 드럼 스틱 연습도 하고(아직도 늘지 않는), 자유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서 '멍' 때리는 시간을 없애야 외로움이 비짚고 들어올 틈이 없을거야. 요즘은 저녁 6시면 깜깜해져서 멍하니 누워있으면 그대로 잠들어 버리는데, 일찍 잠이 들어 버리고 중간에 깨어 시각을 확인해보면 아뿔사! 밤 11시야.
난창에서 마이크를 기차에 태워 슝~ 보내어버리고 아츄안과 이틀밤을 더 지냈다. 대학교에서 좌판 한 번 더 벌릴라 했는데, 나이트 클럽을 가버렸으니 '부하오, 부하오(안좋아)'하면서 투덜거린다. 아츄안과는 또다시 길 위에서 헤어진다. 나는 동남쪽 우이산으로 그는 서쪽으로 갔다. 내 중국에 동남아 여행 후 라싸에 들르겠노라 하고, 다시 만나기로 한다. 내년 4월즈음?
또 다시 혼자 깊은 산 속에서 야영. 아침에 이슬 맺힘이 상당하다. 슬슬 날씨도 추워지는 걸 보니, 보름 안에 서리가 내릴 것만 같은데..이 날 아침 물 털어내고, 말리고를 3시간 동안이나 했다. 이렇게 짐 꾸리는데 오래 걸린 적 없었는데-
이 놈 때문이었다. 그냥 싸버릴까도 했는데, 아니다! 하나씩 뭉탱이로 뽑고, 뽑고, 뽑아서!!!! 아오!!!
느지막히 출발했으니, 중국에서 브런치를 좀 즐겨야겠다. 점심 준비 채 안된 식당에 아침 10시 30분에 브런치를 시킨다. 혼자 있으니 이제 제법 중국사람들이 물어보는 말을 알아듣고, 대답한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나리(어디)?'라는 말을 하면 보통 '어디까지 가냐?'라고 묻는 것이기에 '오늘의 목적지' 또는 '타이완'으로 대답하면 된다.
장시지방 난창에서 잉탄으로 G320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가는 길, 11월인데 여기는 이제서야 누런 황금빛 벼를 볼 수 있다. 한국의 9월 한가운데 있는 듯하다. 길가에도 낟알 퍼뜨려 말리는 일손이 바쁘다.
사진에 있는 나무가지는 앙상하지만, 여기 장시지방은 아직 푸르스름한 나뭇잎들이 무성히 보인다. 아직 여기에선 단풍 구경 못했다.
혼자 여행이 아니더라도, 모르는 곳, 처음 가는 곳에서 숙소를 찾는 제 1법칙! "보이는 순서대로 닥치는대로 가격을 물어보자!" 상라오에 도착하여 초입에 발견한 호텔을 지나치면서 '한 번 다른 곳?'을 알아볼 샘으로 계산해버린 순간. 1시간을 넘게 헤매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유인즉, 산시/허베이 지역을 경계로 북쪽은 여관(류관)이 값이 싸고- 보통 10원~30원의 가격이고, 호텔(죠디엔)은 비싼편에 속한다. 헌데 후난/장시 지방을 내려오면서 부터는 상황이 역전된다. 여관값이 100원은 족히 넘어가고, 간판은 호텔인데 20~30원하는 곳이 많다. 어제는 여관을 찾다가 높은 가격에 이리저리 방황을 한 것이다.
호텔 옆 방에서 호출이 왔다. 내가 한국인이란걸 밥 먹으면서 알고난 후, 나에게 공동화장실에서 샤워순서도 양보해준다. 빡빡이 형님이 34살, 그 옆이 32살 트럭 운전이 직업인 형들이다. 트럭운전수의 한 달 월급은 4,000원(한화 72만원 정도). 통상적인 대화로는 10분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사전 찾아가며, 그림 그려가며 1시간을 넘게 이야기 한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아침 7시에 옆방에서의 인기척이 없다. 나랑 얘기하는 것이 좀 답답했던지, 먼저 가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아! 같이 사진찍자고 하니, 도로 평상복으로 모조리 갈아입는다. 하하;; 양말까지
중국사람들이 직업이 뭐였나고 물어보면, 나는 조금 난감해 하면서도, "내가 무슨 직업이었지?"하며 고민을 살짝 하다가 그냥 '수지슈(디자이너)'라고 대답해 오고 있다. 디자인 전공도 아닌 것이, 배운 적도 없고, 이렇다할 포트폴리오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데..사회단체 간사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 ; 그냥 디자이너라고 편하게 대답하고 있다.
아침에 자전거를 보는데, 어쩜! 바큇살 하나가 또 부러져 있다. 아마 난창까지 오는 비포장 도로를 마구 달린 탓이겠지. GPS도 없이 자전거 집 간판만 찾아 헤매며 찾아낸 자전거 집! 아! 저 친구 가마가 3개다! 나랑 똑같은 3개였다. '니 싼거, 위 싼거' (너 세 개, 나 세 개)라고 이야기 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침일찍 짐꾸려서 우이산으로 향할라 했는데 말야, 자전거 집 찾느라고 상라오 시내를 활보하게 되었다. 자전거 집 찾으면서 찜 해놓은 재래시장 입구의 짜오쯔!!! 내사랑 짜오쯔!!! 정확히 20개 먹었고, 옆 집에서 완탕 한 그릇으로 브런치 해결. 짜오쯔(만두) 가격은 1원에 4개. 완탕 한 그릇 3원!
중국은 어딜가나 춤판이 벌어지는 곳이 참 많아. 이 날 일요일 아침, 도심내 작은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모여있고, 남자들끼리 춤추지는 않지만, 저 딸 아이와 춤추는 아저씨는....
혼자 여행하면서 공짜밥이 점점 생기기 시작한다. 2명, 3명이서 밥을 먹을 때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 '혼자'여서 생기는 것일까? 엊그제 식당에서도 돈을 안받았고, 오늘 우이산으로 향하는 시골 밥 집에서도 밥 값을 안 받는다. 또 한참 안되는 중국어와 그림으로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중국의 북쪽지방은 큰 공기밥/작은 공기밥으로 나뉘어 값을 틀리게 받지만, 장시지방에서는 밥을 큰 그릇에 통째로 주어 먹을만큼 퍼 먹게 놓아두고, 밥 솥에서 퍼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공기밥 가격조차 안받는 식당도 있다. 내 추측컨데, 장시지방은 쌀 재배 면적이 무척이나 넓어 쌀이 풍족하리라. 내 요 며칠 계속 누런 벼만 보고 다니고 있지 않느냐. 북쪽에서는 죄다 옥수수 밭이어서 쌀이 귀했으리라.
혼자 다녀도 혼자가 아닐 때가 오히려 더 많다. 우이산으로 향하는 도로- 아스팔트가 깔린지 1주일된 새 도로에서 아저씨 2분과 함께 동행! "닌 하오마?"
내일 아침 8시에 이 아저씨들과 우이산에 오르기로 한다. 45세 41세 아저씨들, 오른쪽 아저씨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기에, 나의 어설픈 영어와 맞장구를 치고 있다. 혼자 외로이? 있기 싫었을까? 우이산에 같이 동행하자고 요청하니, 괜찮다고 대답해준다. 저녁도 든든히 같이 먹고, 60원(1만원)짜리 여관에 각 방을 사용하고 있다. 돈 좀 있는 분 들인가 보오.
우이산에 가는 '특별한' 이유나 명분은 없다. 그냥 '유명'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이산을 향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런 이유들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 뒤 대만가면 마이크도 다시 만날 수 있고, 친구도 오기로 했다. 이만하면 남쪽으로 가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근데 아직도 한 달이나....
만날 사람 특별히 없고, 이야기 나눌 사람 특별히 없고, 경치도 고만고만한 시골이고, 그늘에서 쉬기에는 바람이 조금 차갑고- 뭐 이런 일상이라면 그저 그냥 자전거 위에 오르는 수 밖에 없다. 그럴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한다. 아무 걱정도 없다. 그렇게 그저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고 있다.
누가 나에게 말 좀 걸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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