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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련] 대련에 있습니다~
    Cycling/chinataiwan 2012. 8. 17. 19:30



    인천여객 터미널은 매우 붐볐습니다. 승선권 자리문제로 말다툼하는 아저씨, 줄이 왜 줄어들지 않냐며 투덜거리는 할아버지 등등 시간에 쫓기어 정신없이 달려온 나의 심신을 달랜만 한 곳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인사한 부모님께서 출국 수속을 기다리는 줄에서 다시 봅니다. 이제 서른 다 되어가는 아들이 아직도 걱정되나 봅니다. 짧디 짧은 인사를 마치고, 대인훼리에 마지막으로 꽁지로 승선하고 배타는 기분을 좀 내봅니다.





    함께 여행을 시작하는 마이크(Mike Roy)는 채식, 농사, 환경운동을 하는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2년 동안의 여행 중 맥도날드 종류의 햄버거, 패스트 푸드는 삼가하기로 약속합니다. 나는 심지어 흰 두루마리 휴지를 안챙겨 살기로...배 안의 매점은 온통 일회용 컵라면을 팔았기에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지역에서 자주 먹는다는 쿠스쿠스를 요리해 먹습니다.




    배에서 한국 돈을 써야할 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지폐를 부모님께 던져드렸더니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기위한 몸부림...




    중국의 터프한 운전실력은 익히 들어 알았지만,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신호위반과 끼어들기가 난무합니다. 교차로에서 나를 향해 돌진하는 택시를 보곤 놀랬지만, 금새 적응되더군요. 감나무에서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길을 건널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차들도 무척 큰 차를 선호합니다. 한국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경차를 아예 볼 수가 없더군요. 그리 큰 차들을 인도에 다들 주차를 하곤, 사람들은 찻 길로 걸어 다니는 곳입니다.




    대련에 9시즈음 도착을 했어요. 15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기 까지 마이크와 나는 대련 시내를 정처없이 돌아다닙니다. 키가 큰 빌딩 아래 재래시장이 이곳저곳 존재함을 보니 대련 역시 세월의 속도가 사람의 속도를 앞서가는 풍경입니다.




    중국어를 하나도 하지 못해 3원을 내야하는 중국에서의 첫 먹을거리가 4.5원을 내고 먹게 됩니다. 메뉴에는 1원/1.5원이 전부였고, 나는 빵 2개를 골랐는데 비싼 1.5원을 2개를 더해도 3원인데요. 생존 중국어는 꼭 배워야 하겠습니다. 




    맥주를 사먹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기로 합니다. 예전 일본을 다녀왔을 적에도 배 삯을 포함한 여행경비 70여만원 중 20만원은 족히 넘게 맥주를 사먹는데 할애를 했습니다. 칭따오 맥주를 그냥 두고 가는 것은 아니될 일이죠. 오늘 점심으로 즐긴 미지근한 칭따오 맥주도 목 넘김이 참 좋았습니다.




    마이크의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가이(Guy)를 만나 흐릭샇게 보이는 빨간 돔 천장이 있는 건물 근처로 향합니다. 가이의 집에서 벌써 이틀 밤을 잤고, 하루 더 묵으니 3박 4일을 같이 보냅니다. 




     


    가이가 일하는 학원에서 이틀에 걸쳐 4시간동안 "기초 속성!!!! 생존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마이크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배워야하는 상황에 중국어까지 배우니 머리가 복잡하고 속도가 나질 않아요. 한자의 음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발음해야 하니 짧은 한자실력으로는 도저히 중국 한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영어 단어 외우듯 중국어를 외워야합니다. 그래도 숫자를 읽는데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리앙 콰이 우마오 싼픈 치엔~"  





    해금?(몽골에서도 연주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악기)을 연주하는 가이의 내몽골자치구 출신의 애인과 제이슨이라는 미국인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마이크도 채식, 가이 또한 채식을 하는 친구들이라 채소들만 들들 볶아놓고 월남쌈을 해먹었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먹는 플라스틱 월남쌈과는 비교하기가 참 힘드네요.






    이튿날 날이 무척 밝습니다. 자전거에 달린 모든 짐은 가이의 집에 두고 대련 중심지를 벗어나기로 합니다. 



    왼쪽으로 계속 가면 부앙치엔 섬에 도달하지만, 대련 여행 책자에 사진이 예쁘게 나온 꼬불꼬불한 도로를 향하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했죠. 정원이 매우 잘 가꾸어진 덕분에 웨딩사진을 찍는 부부들과 사진사들을 쉽게 볼 수가 있는 곳입니다.







    여행책자의 사진을 있는 그대로 믿었던 것이 어리석었나 봅니다. 기대했던 경치는 있지 않았고 가파른 언덕길을 선물로 받고 왔습니다. 힘들게 끌고 올라온 정상에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그늘만이 위로해 주어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맑은 날씨 높은 곳에서 바닷바람을 맞는 지금이 얼마나 좋습니까!!




     




     


     




    한국에서 미처 하지 않았던 여행 준비를 가이의 집에 머무는 4일 동안 했습니다. 마이크는 오늘 아침 심카드를 구입하며 전화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사용료는 나와 50:50), 카메라 여분 건전지도 사고, 중국 지도도 사고, 부탄 가스도 샀습니다. 중국어 좀 배웠다고 이제는 제법 겁 없이 마이크와 함께 우체국에 가서 소포도 보냈고, 약국에서 약도 샀고, 완탕면도 사먹고, 재래시장에서 떼 타올도 샀습니다. 전화기 개통과 건전지 구입은 가이가 도와주었고, 나머지는 마이크와 제가 했지요.


    한국 떠난지 4일 밖에 안되었고 - 뭐, 4일이나 지났는데 본격적인 자전거 패달을 밟지 않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대련 해변에는 비키니 입은 러시안 미녀들이 우글거린 다는데, 여적지 못봤으니 내일 아침 일찍 해변을 훑으며 북쪽으로 가요. 아, 아침에 사람들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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