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소피아] 사다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2015. 5. 19. 07:47Cycling/europe




난 만나러 간다고 하면 정말로 간다! (긴장혀~)


작년 3월 인도 사다나 포레스트(Sadhana Forest - www.sadhanaforest.org - 채식공동체 그리고 숲 가꾸는 고마운 공동체)에서 만난 유러피언 친구들만 줄세워 45인승 전세버스로 한 차는 족히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들 중 다 친하게 지낼 수는 없었지만 허름한 오두막에서 내 옆옆 침대에서 같이 생활했던 불가리아 친구 2명이 있었다. 크리스티나와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은 남자 한 명. 헤어질 때 불가리아 가면 연락할께. 그래놓고 일 년이 슝허니 지나갔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왔다!!!!


남자 혼자 산다는 집에 일단 초대를 받았는데, 남자 혼자 사는 집이 뭐 평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도착한 곳 외관도 허름하니 별 기대가 없었는데 말이야. 건물은 공산당 시절의 건물, 모두 다 똑같이 지어진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가 줄지어 선 소피아 외곽이었다. 


익숙한 외모의 한 남자가 야채가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우리쪽으로 걸어온다!! 


"헤이 마이 프렌드~"

 













이름이 워낙 기억하기 어려웠던터라

만난지 이틀째 되는 날에야 그의 이름이 입에 붙었다.

반가워~ 스베뚝스왚프~












사다나 포레스트에서의 스베뚝은 영어 한 마디도 뱉어내지 못했었다. 서로 이름 확인하다 더이상 대화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이름은 또 왜그리 발음하기 기억하기 어렵던지. 그랬던 스베뚝이 인도여행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온 후 주경야독하며 영어공부를 했단다. 영어 없이 인도여행이 꽤나 고되긴 했나보다. 













스베뚝은 오자마자 우리에게 먹을 것을 선사하사. 어쩜 이리도 반갑게 맞이해주는지 눈물나게 고맙다. 혼자사는 남자 집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건지 참. 같이 데리고 온 본더, 아톰, 그리고 보름이도 편안해하니 내가 더 기분이 좋다.  












불가리이~~~~스의 나라답게 요거트에 오이, 고추, 양파를 송송 썰어 넣었다. 












불가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바닛차! 치즈가 들어간 패스츄리 같은 빵. 며칠전 길거리 빵집에서 사먹던 바닛차와는 차원이 다른 맛. 소피아 왔으면 이정도는 먹어줘야하는 건가?!?! 바닛차가 오븐에서 구워지고도 그 구수한? 향이 부엌 안을 떠나지 않았다. 스베뚝의 숨은 음식 솜씨!
























바닛차에는 꿀을 듬뿍 넣어 묵어줘야죠잉~ 으헝헝헝




































사다나 있을적 나이도 서로 물어보지 못했다.서로 이름만 묻다 더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많아야 서른 초반, 적으면 이십대 후반이겠거니 짐작했는데. 나보다 한참 형이다. 모두들 다 경악했지. 어수룩하기만 했던 스베뚝이 요렇게 아기자기하게 집 꾸며 놓고 사는지 꿈에도 몰랐다. 저 빵빵한 진공관 스피커에 나는 그저 감탄을 넘어 경이로웠다. 오랜만에 빵빵하게 음악을 즐겨 들었다.












사다나에 출신이니 당연히 채식을 하는 스벳뚝

다행히? 계란과 유제품을 섭취하는 베지테리언.

(비건(Vegan)은 유제품 조차 안먹는 사람들)


환경에 당연히 관심 많았고

요즘들어 불가리아 하늘에 이상한 띠가 생긴다면서 

나에게 몇몇 다큐멘터리를 소개해준다. 



비행기가 내뿜는 연기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았는 것이 문제.

보통은 1-2시간 안에 없어져야할 구름띠가

하루종일 하늘에 걸쳐있는 현상.


비가 내리면 고스란히 산성비가 되어 땅에 내려진다.
























이미 너무 멀리 지나쳐 버렸는지도 모르지. 그만! 아니 이제 좀 줄이자! 라고 이야기해도 이미 한계점을 너무 지나온 것 처럼. 너도 나도 비행기로 나오고, 가격은 내려가고. 물론 나도 비행기를 많이 타서 떳떳하지 못하고. 더 빨리, 더 멀리 움직이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환경문제는 개개인의 노력으로 변화시키기에는 그 구조가 너무 견고하지만, 결국 그런 개개인의 노력이 모아져야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뭐 이리 뻔한 이야기를 참). 아 어렵다.    












불가리아 공산당 시절의 여권. 불가리아의 공산당 시절은 2차세계 대전 이후 부터 소련이 붕괴되는 1990년까지. 




































그리고 나를 그토록 애걸복걸 기다렸던 크리스티나(크리시)가 스베뚝집에 왔다.

암, 크리시가 나를 기댈렸지.

나도 널 기다렸단다.

두근두근













사다나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불가리아 전통 춤을 소개한 크리시. 불가리아 전통춤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박자여서 도저히 따라할 수 없었다. 스베뚝의 말을 빌리면 크리시는 불가리아 춤꾼으로서 몇번 공연을 했다 한다.  























크리시 크리씨 안녕? 오늘은 스베뚝과 함께 소피아 나들이 하는 날. 
















































아이구 크다 커!!!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 안에서 크리시와 나는 왜 더이상 예수를 믿지 않게 되었는지 서로의 경험담과 생각을 나누었다. 돔 천장에 그려진 예수가 우리를 불편하게 쳐다보지는 않았을런지.




































대통령집무실을 지나 국회의사당 즈음 되는 건물들을 요목조목 데려다 주었는데 아이고 지친다. 사실, 건물 건물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거대한 건물이라도 나를 사로잡을 수는 없을거야. 점심 제대로 못먹은듯 싶은데 공원에서 맥주나 한 잔 씩 하잖다.












아니 요 닭 한마리 들어있을 것 같은 봉지는 뭐셔?














맥주 맥주!!!


공장에서 찍어내는 브랜드 맥주가 아닌듯

지역맥주라고 불러주겠어.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온통 불가리아어.


1리터 3레바(1,700원 정도)
























한적하구만.




























































홈쿠킹 두번째 순서!! 크리시는 차도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스베뚝 집을 왕래했다. 일 끝나면 힘든 몸 이끌고 우리를 보러 일부러 발걸음을 했다. 그러기를 하루, 이틀, 사흘은 족히 그러했다. 하루는 우리 시내에 나올 일 없냐며 자기 일터 가까이 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은근 풍기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스베뚝 집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루 더 있을테니 집에 가서 쉬라고 이야기했다. 아이고 자상도 혀라. 그런 고마운 크리시가 오늘은 손수 재료를 싸들고 와 피자를 만들어주겠단다. 아이고 고마워라. 












덤앤 더머 납셨네! 어머나! 나 요리 잘 하는 처자 너무 좋더라~
























크리시는 유기농 관련 제품-로션,크림 등을 파는 가게에서 일한다.

어쩜 그리 또 예쁜 직장에서 일할꼬!


거지같은 우리 넷에게 선물까지 준비해왔다.

아이고 상냥도 혀라.












올과닉 립 밤, 차,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초.

아 크리시, 자상코 상냥한 처자여.

























아! 계속 먹고 마시는 사진만 올려서 죄송. 근데 일주일 동안 스베뚝네 있었는데 정말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는 일상이 이어졌다. 











불가리아인들이 또 즐겨묵는 숍스카(Shopska) 살라드. 소피아 외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어 '숍'이라고 불린단다. 소피아 음식이라는 말인게냐? 식당에서는 요만한 한 접시 2-3레바 사이(1,200원~1,600원)에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우리에겐 스베뚝이 만들어준 숍쓰카 살라드가 있다!!! 저 하얀 치즈 엄청 맛난다. 짭조름 한 것이 느끼한 맛은 온데 간데 없다. 식당에서 나오는 숍스카 샐러드에 비해 치즈의 양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거 양푼그릇이다. 허허허허허허허허. 두부 한 모 크기의 치즈도 슈퍼에서 3-400원이면 살 수 있다. 












얻어 묵을 수 만 있나.


아 이거 죄송 맨날 사진이 먹는사진이라.


아톰생일에 맞춰 미역국은 못 끓여줄 망정

내 생전 처음으로 계란 흰 자, 노른자 농갈라

후라이팬에 구워보긴 처음이네.


나 요리 재미 붙인 남자.


엤다!!! 월남쌈이요~


채식하는 스베뚝과 크리시가

환장할 만한 요리는 역시는 월남쌈 뿐!












월남쌈의 꽃은 뭐다? ㅎㅎ 땅콩잼!!! 땅콩잼의 존재를 긴가민가했던 이들이 땅콩잼을 가장 먼저 없애버렸어! 크리시 많이 묵어~힝♥












나 요리 재미 들린 남자!

다합에서 왓심이 했던 김말이를 대충 시도.












부침가루가 없어 아쉽네. 그리고 해봉께 김에 당면 기름이 다 번지기 전에 튀겨불어야 하겠더라. 지름때문에 계란 옷이 입혀지질 않아. 그리고 이 날은 크리시가 힘들어 오지 못한 밤이기도 했다. 부침가루가 없어 아쉽네. 쩝 












비 빔 밤 밤밤밤!!밤밥밥밥!













하루는 웜샤워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이 집은 니 집이여'하며 환영했던 스베뚝은 우리가 겨우 이틀밤 자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나보다. 시무룩하게 헤어지고 밥묵을 때 만나자고 했다. 다들 언덕길을 올라 힘들게 호스트 집에 도착했는데 방 안이 너무 깨끗하다. 집 공사 중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 허허.












다들 스베뚝네 집이 그리워졌던게야. 하룻밤만 비벼댔고 다음날 스베뚝네 집으로 돌아가 나흘밤을 더 지내게 되었다. 












방에만 박혀있던 우리를 스베뚝이 끌고? 나왔다. 2시간 정도 자가용을 운전하며 도착한 곳은 릴라 수도원(Rila Monastery). 불가리아 정교회에서 가장 크고, 유명하고, 역사가 깊은 수도원이다. 유네스코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지금은 10명 안팍의 수도자만 생활하고 있단다.




























































어라!? 천사들도 살생을 저지른다!!!












악마의 끈에 묶인 사람들은 무슬림이다. 어라? 요것들 봐라.




































수도원의 부엌. 집채만한 화덕 앞에서




















































































스벳뚝이 집에만 있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이렇게 말한다. '다음에 불가리아 오면 우리집에서 자면 안돼.' 나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좀 고민했는데, 알고보니 불가리아에 좋은 곳이 많으니 함께 캠핑을 하던 여행을 가자는 말이었다. 이런 탁트인 곳에서 며칠 캠핑하면 참으로 좋겠수다.


암벽등반을 즐겨하는 스벳뚝은 저 높은 바위 덩어리를 이틀에 걸쳐 넘었단다. 가끔 아찔한 사진들을 모아놓은 것 중에 암벽등반 사진이 반 절 이상 차지하는데, 스벳뚝 역시 절벽 한 가운데서 텐트 펴고 하루밤을 즐겨? 보낸다 한다. 




































소피아? =스벳뚝 집. 소피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장소. 스벳뚝 집. 다음에 죽기 전에 불가리아를 다시 오면 다시 찾을 장소? 스벳뚝 집.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싶어하는 크리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번 만나는 걸로(이 역시 나 혼자만의 생각). 편히 잘 쉬었다. 어디서? 스벳뚝 집. 스벳뚝과 크리시 덕분에 편안했고, 덩달아 같이 지냈던 본더아톰, 보름이도 편하게 지내서 내가 더 기분이 좋다. 죽기 전에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고마운 인연이다. 고맙네들~나즈드라베~ 싸다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