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농사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organic farming 2017. 3. 7. 12:21



    내가 사는 마을은 작년 여름에 곶감을 돌리면서 인사드렸을 뿐, 별다른 왕래가 없다. 동네자체가 잘 모이질 않고, 길죽하게 늘어진 마을 형태가 이를 어느정도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집 앞 교차로 골목에는 집이 석 채가 있다. 작년 여름 깨를 넑직하게 말리면서 무거운 마대자루 나르는 일을 도와드린 적 있는 파란지붕집 삼촌네, 맞은 편에는 어린이집 기사님 누나네 집, 그 옆 집에는 나를 가장 많이 챙겨주기 시작한 빨간 지붕 삼촌네가 있다. 이 삼촌네는 벌써 식사를 두 번이나 대접 받았다. 부동산업도 하시는데 매물 나온 집을 물어봐도 대답이 시큰둥하시다. 딴 데 가지 말고 그냥 자기 옆에서 지내란다. 빈집 나와도 그리 가지 말란다. 옆에 있으란다. 자기 집 맞은 편이 집터로 좋으니 집짓고 이웃 하자신다.  
      

    귀농인 듯 아닌 듯,
     

    그런데 벌써 제주에서 두번째 겨울을 지낸다. 가족처럼 지내는 희성이네 귤밭을 두 해 겨울 같이 해보았고, 어찌저찌 하다가 희성이네 귤밭 2,200여평을 하게되었다. 귀농할 듯 안 할 듯 겨우내 마음이 싱숭생숭 하였으나 그래도 시작도 제대로 못했는데 여기서 등을 돌릴 수 있으랴. 또 어찌저찌 하다 희성이네 귤밭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농사로써 살아갈 수 있을까. 여기에 있어도 괜찮을까. 원초적인 두려움이 앞선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게으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꼬딱지 만큼 있어서 서툴기 그지 없다. 퇴비를 어디서 받아와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여전히 희성의 아부지에게 기대어서 농사 지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퇴비는 도착했고, 뿌리는 수 밖에




    -----------------------




    3년만에 집에 들어와 청주 부모님댁에 한 달 겨우 보내고, 출가 하겠다고 배 떠나는 날 삼 일 전에 말씀드리고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벌써 제주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고 두 번째 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에 2015년 9월에 들어왔습니다. 여행 전의 삶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파 계획없이 지인의 집으로 내려와 같이 농사 지으며 살았습니다. 여전히 혼자 독립하며 나만의 삶을 꾸려가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고, 배울 것도 많은데 괜한 자신감으로 지내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습니다. 부족했고, 앞으로도 서툴겠지만 조용한 시골에서 살아가렵니다. 


    여행기를 이어갈 수 없었던 것은 바쁜? 농사일과 바쁜 해수욕으로 차일피일 미루었고, 몇 번 마음을 잡고 사진들을 추려보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별다른 에피소드 없이 (너무 능숙해져서 그런가) 정돈되게 여행을 해서인지 지나고보니 너무나도 평범한 그냥 자전거 여행이어서 쓸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유난떠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나는 때에, 마음이 내킬 때 예쁜 사진이 있다면 찬찬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글 읽어주신 분들께 늦었지만 많은 감사드립니다. 응원과 댓글이 지금 큰 양분이 되어 저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만 귤밭에 울타리 정리를 하러 가야겠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