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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전거여행 [야큐하실래유?]Cycling/2011_japan 2012. 4. 2. 10:09
배낭을 메고, 가느다란 내 자전거에 올라타 있는 사진이 찍히는 것을 예상했으나(그래야 보기에 좋으니깐), 힌 낌(일본에서 만난 친구)과 헤어질 때에는 자전거를 분해해 놓고 걷는 모습이 찍힌다. 3년 전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을 당시에는 17일 동안 하루 8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아도 다음날 멀쩡히 일어났었다. 일본에서 단 2일 만에 넉다운이 되어 벳푸에서 후쿠오까까지 고속열차에 올라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가뜩이나 돈이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기차에 올라타기 위해 자전거를 분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난번 고베/오사카를 거닐었을 때 버스에 갇쳐 창 밖의 야구장을 그냥 흘려보냈던 기억을 되돌려보면, 이번여행은 나의 발이 되어줄 수 있는 자전거와 야구를 모두 품었던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출발 전 날까지 부산에서 후쿠오까를 배타고 도착한다!라는 일정 뿐 다른 계획이 없었다. 출발지, 도착지, 여행경비만 정해 놓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NF성향(MBTI 성향중 나는 INFP)의 여유?(귀찮음과 게으름으로도 표현이 가능하다)가 아닐까. 나와 반대 성향인 TJ성향 - 여행코스, 정확한 예산, 숙소일정은 기본, 그리고 쉬는시간까지/ 심지어 하루 마실 수 있는 생수, 맥주 갯수 등등을 파악하는 성향이 나와 동행 했다면 따로 여행하자고 했을 것이다.
여행 코스는 NF성향다운 계획으로 세워졌다.
위의 코스가 만들어진 것은 후쿠오카로 이동하는 배 안에서 빨강머리가 긴 아저씨로부터 받은 지도를 받은 후였다. (심지어 나는 제대로 된 지도 하나 안챙겨 갔다) 지도 위에 손바닥을 가지런히 올려놓으면 딱 저 모양대로 가기로 했고, 1/4씩 나누어 1일, 2일, 3일, 4일을 책정해서 여행 루트는 끝! 지형에 대한 판단, 거리에 대한 감도 없이 여행 루트는 간단히(?!) 마무리 된 듯하다. 내가 받은 지도는 자동차도로에 대한 정보에 최적화 되어 있어 2일째 코스에 산맥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2일만에 퍼진 이유이기도 하다.
운이 좋았지!후쿠오카로 가는 배안에서 만난 2명의 캄보디아 친구들을 만난 것은 이번 여행의 최대의 선물!이었다. 첫인상은 한국인이 아니고, 검은 중절모를 쓴 것으로 보아 일본인 같아 '하지메마시떼'라고 인사하자, 그들도 '하지메마시떼'라고 답한다. 서로 일본인인줄 알았다면서 서로의 국적을 확인했고 이 둘은 캄보디아에서 온 친구들임을 알았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 오이타 벳푸! 이틀 뒤에 벳푸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하카다 역에서 서로의 길을 향해 헤어졌다. 배에서 무조건 인사하자! 콩고물이 와르르 쏟아진다.
012힌낌과 매쓰, 그리고 젊은 일본인 코우, 밤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때문에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약간의 숙취가 있었다. 이제 여행 시작인데...0123456789매쓰와 힌낌의 4층 자취집에서 보이는 벳푸의 모습
01234'다이소'에서 장을 보던 힌낌이 깜짝 요리를 선보였다.
레몬과 근대를 넣은 캄보디아 요리란다. 시큼한 닭볶음탕이다.
야구는 하고 왔느냐?
지난번 오사카/고베 지방을 버스로 다닐 때에는 차창 밖으로 흘려보내는 야구장이 너무도 아쉬웠다. 같이 동행했던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뒤로 하고, 컴컴한 고베를 걸어걸어 낮에 보았던 야구장을 찾아 헤매일 정도였으니까.
둗게 마음을 먹고 닷새동안 자전거에 글러브를 싣고 달렸다. 캐치볼만 하고와도 이번 여행에서는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소심한(?)마음가짐이었다. 20분 정도 고등학생 2명과 캐치볼을 하였을 정도에 만족을 못했으니, 사실 이것저것 훈련도 같이 하고 싶었던 속내를 들켜버리고 말았다. 결국, 언어의 한계와 소통의 부재로 그리 많은 시간을 '야구 하고 오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과 선뜻 캐치볼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첫 날 스즈마루 온천에 저녁 7시쯤 도착을 했을 때 강가 옆 드넓은 공간에서 캐치볼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2명은 짝을 이루어 공을 던지고 있었고, 한 명!! 오마이갇! 한 명!!! 한 사람은 혼자 벽에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른 같이하자고 이야기를 건낸다. 혼자 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좋다'라는 대답을 기대했건만. 자기는 그만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물어본 사람 민망하게 저멀리 자기가 타고 온 트럭에 몸을 옮기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사이 옆에서 짝을 이루어 공을 던지던 사람들도 도망?을 가더군. 결국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이 보이기 전까지 나혼자 벽에 던지고 놀았다.잠깐이었지만, 나는 아쉽게 뒤돌아간다. 잘 놀으렴~
결국 이튿날 아침 지나가는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즐기고 있던 고등학생 2명과 캐치볼을 했다. 나와 처음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은 일본인의 마지못한? 친절을 베푸는 어색함에 같이 해도 좋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저멀리서 공을 받던 학생은 내가 못 미더웠는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물을 건내도 안마시고...잠깐이었지만 고마운 마음에 아리가또!
대신 야구를 실컷 보고 왔다. 첫 날 히타로 향하는 시골길 들판 너머로 전광판, 그리고 조명탑이 눈에 들어왔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있었고, 무엇보다 공짜로 고교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니! 마침 1회부터 시작한 경기는 (졸음이 많이 쏟아졌지만) 9회까지 모조리 봤다. 이런 시골에 청주구장은 물론이거니와 대전구장보다 외야펜스도 넓고, 잔디 상태도 좋은 사실에 일본야구의 수준은 그리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되겠다.
경기 자체의 흥미보다는 이닝 간 공수교대 시간에 벌어지는 양팀의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벤치 선수들은 필드의 선수들이 라운딩을 하는 동안 그라운드 옆에서 기다려 주고 화이팅을 해주고 다시 벤치로 들어간다. 어느정도의 라운딩이 되면 포수- 유격수(2루 정조준 레이저 빔 송구)- 3루수 - 유격수 또는 2루수 - 1루수 - 투수로 이어지는 캐치볼은 깔끔한 자세와 스텝의 정석!을 확인케 한다. 2회 이전에 하이얀 유니폼이 황토색으로 변한 내야수들의 열정에 박수를! (짝짝짝)
야후돔!!
벳푸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과연 내일 후쿠오까를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할지- 걱정아닌 걱정을 해야만 했다. 난 이미 후쿠오까를 못미친 '고쿠라역 기차표를 예매한 상황이었다. 야후돔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들려봐야겠다는 절실함은 사실 없었지만, 결국 야후돔을 선택했다.
힌킴의 노트북으로 소프트뱅크의 경기일정을 검색! 아니!!! 마침 내일 저녁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럼 상대팀은? 어쩜!!!!! 오릭스 버팔로즈!!!!!!! 승엽이형이 오잖아! 얼른 이메일로 티켓 예약 절차를 밟았으나 다음 날 힌킴의 집을 떠나기 전까지도 티켓정보는 회신되지 않았다. (한국에 온 뒤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쩜! 1일에 경기가 떡하니! 있니?
이런!! 볼거리가 많았는데 사진기가 방전되었다!!!
소프트 뱅크 호크스의 야후돔은(생전 처음 접한 돔구장) 볼거리가 가득하다. 경기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올스타 경기를 진행하듯 어린이를 경기장에 전광판 브라운관에 비추어준다. 정신없게 경기를 시작하고 경기가 끝나는 9회까지 쉴틈없는 이벤트, 관중, 선수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경기만 실제고, 나머지는 콘서트, 쇼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미 5경기, 7경기 연속안타 행진 중인 이승엽 선수는 이날 정말이지 안타 한 개도 못쳤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이 경기 이후 또다시 연속안타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니. 그래서인즉, 이 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포털사이트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호크스 팬들에 둘러싸인채 5~6시간을 묵언 수행하듯 현란한 풍경 속의 한 관람객으로 있었다. 아무튼, 승엽이형 반가웠어요. 3번째 타석 때 5~6m만 더 밀어쳤다면 내가 테레비에 나올 수 있었는데 말이지.벳푸에 도착한 여행 이틀째 저녁, 힌낌과 매쓰가 사는 방에 짐을 풀고 간단한 샤워 후 저녁식사를 하러 해변을 끼고 있는 시원한? 벳푸의 거리를 나선다. 이때의 느낌, 계획대로? 힌낌을 만났고, 즐거이 저녁을 즐기고, 간단한 맥주를 들이키면 되는 우리 일상의 저녁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몽골여행을 했을 때, 저녁노을 무렵 아이들과 뒤섞여 땀 젖는줄 모르며 신나게 축구를 했었다. 아무 걱정이 없는 그런 느낌? 숙제도 없는 초등학생 같기도 하고, 땀이 흠뻑 젖어도 빨래 걱정없고...이런 기분? 하늘에서 축구를 하면 이런 느낌일까?하는 일종의 오르가즘으로 표현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지금 힌낌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러 나서는 저녁에 또다시 느꼈다. 정말 아무 걱정이 없었다.
멋드러진 해변에서 수많은 과일, 고기 대접을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이런 해방감,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 중량의 차이가 있지만 이런 일상의 풍경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은 여행 중의 큰 선물이다.
언플러그드 여행
여행 전날,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해 놓고 보기좋게 집에 두고 출발을 했고, 출발 당시 나의 전화기는 배터리가 없어 깜빡깜빡한다. 결국 핸드폰 사용은 고이 접어두고, 여행내내 짐으로 돌변했다. (가끔 시계로 활용) 충전기도 없었고...거기에 전자제품을 사용하겠다고 110V 돼지코를 챙긴 것은 무슨 의미였을까. 충전기가 없으니 카메라의 방전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손목시계 마저 없으니, 해의 움직음으로 시간을 짐작하고, 가끔씩 들린 편의점에서 시간을 확인하곤 했다. 사실 해의 위치는 시간도 알려주지만, 동서남북을 어느정도 알려주는 고마운 나침반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다는 주위의 걱정에 너무 나만 편해었나? 그래도 가끔씩 켜보는 핸드폰으로 한국에서 날라오는 고마운 문자는 큰 힘이 되더라.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짧은 순간, 긴 여운
여행은 짧디 짧은 여름휴가 기간(8월 말~9월초) 월화수목금, 이렇게 5일만 다녀왔다. 글은 시간 나는 대로 써내려가 집중력 없게 정리 되어서인지 들쭉날쭉이다. 9월에 정리한 부분도 있고, 10월 동원훈련을 하면서 쓴 내용도 있고, 지금 12월에도 막바지 정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행기를 꼭 정리해야겠다는 의무감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기는 것은 자전거로 물건너 세상을 여행한 첫 시작이기에 나름의 이유를 붙이는 듯 하다. 3달 전의 이야기지만, 그 3달 동안 5일의 기억이 아직도 머리와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나는 새자전거?를 물색해보기도 하고(바이크 프라이데이?), 패니어(가방)도 하나씩 구입하는 요즘이다. 뜬구름 같은 계획만 둥둥 떠있지만, 해가 바뀌면 조금 더 구체적인(그래도 뜬구름이겠지만) 마음가짐으로 차분히 준비해야겠다.
연애편지를 쓰는 여고생의 마음과 여대생의 그 간절함이 다르듯이....
서른이 되기 전에 다시 나가보겠노라!!
또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