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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막바지 정글살이
    Cycling/seasia 2013. 4. 17. 13:55


    정글 속에서 꼬박 41일. 말레이시아에서 머물 수 있는 90일 중 거의 절반을 정글 속에서 지냈다. 아침마다 울어대는 풀벌레와 새들 소리에 이 곳을 쉽게 등지고 떠날 수가 없었나 보다. 더우면 강가 가서 수영하고, 숙소 돌아오면 그 강가물로 목욕하고 지낸다. 사실 소독 되지 않은 물로 한 달 넘게 지내니 피부가 엄청 좋아졌다. 손으로 밥먹는 일상이 이젠 자연스럽고, 말레이시아 언어도 단어에서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비록 '나는 배고파요' 한 문장이지만)












    요즘은 다시 장마가 돌아왔는지 한 번 비가 내리면 5-6시간 주구장창 내린다. 폭우도 무서울 정도로 내린다. 비가 오면 건물 안으로 대피하는데, 양철지붕 구멍 사이로 비가 새는 곳이 많다. 건물 안에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아. 내가 일하고, 잠자고, 더위 식혔던 내 숙소.











    지난 자전거 여행 7개월 동안 아무리 밤잠을 설쳐도 다음날 멀쩡히 다녔고, 2-3일 잠이 부족해도 하루 푹자면 멀쩡했는데. 자전거 여행을 잠시 멈춘 정글에서 피곤한 적도 없었는데 몸살을 꼬박 2번 앓았다. 각각 이틀을 꾹 참아 이겨냈다. 참고로, 감기 걸리면 약 드시지 마세요~ 난 약 안먹은지 7-8년 되어가는 것 같다. 정확히 언제부터 안먹었는지는 모르겠다. 일찍 잠들어 버린 나에게 저녁을 잊지 않고 준비해준 고마운 친구들. 남자건 여자친구건 모두 나를 오빠라고 부른다. 













    그리고, 항상 몸살앓이를 할 적이면 구세주 '아립'이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아립에게서 어마어마한 구호물자가 도착한다. 저 테이블 위에 있는 간식들은 모두 중동에서 넘어온 사탕, 마른과일 등등..











    몸살이 다 낫고는 역시 정글탐험을 하러온 손님들과 지내는 일상이 또 이어진다. 젊은 대학생 친구들과 정글 탐험 2번째. 대학생들이 이렇게 어려보여? 나도 이제 나이 드나보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 인기가 좋다. 











    주중에는 손님들이 많이 없어 자유시간이 무척 많다. (나는 언제나 자유시간이지만) 새벽 5시에 일출보러 동네 뒷산을 올랐다. 사람들이 다져놓은 산책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거친 풀밭, 나무수풀을 뚫고 정상에서 아침을 준비한다. 날이 흐려 일출은 무슨.  











    그리고 '아집'과 함께 2박 3일짜리 단기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도착지는 100 km 떨어진 아집의 고향동네. 한 달 만에 자전거 짐싸려다 스트레스 받아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그만큼 평소에 스트레스가 없었다는 이야기인데, 오랜만의 짐싸는 압박감이 낮설기만 하다. 











    파인애플 한 통 가격이 무려 2RM. 한화로 700원밖에 안한다. 내가 이걸 왜 그동안 먹지도 않고 지나쳤을까! 냉큼 하나 짚었고, 공짜로 껍질을 정성스레 까주기 까지 한다. 












    쟁반에 담아주니 비닐봉지 안써서 좋네. 반가운 마음으로 아집과 나누어 먹으려 한 입 물었는데!!! 흠...내가 기대한 시큼한 파인애플 맛이 아니다. 맹물에 가까웠다. 근데, 먹을수록 혓바닥에 마비가 오더라. 사포로 혓바닥을 문지른 것 마냥 화끈거리고, 느낌이 썩 좋지 않다. 화끈거리는 식감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하늘에 계신 아집의 어머니. 어머니가 살던 집을 잠깐 들렀다. 나무로만 지어진 말레이시아 전통 목조 건물.












    할로?














    동네 근처 강가에 도착해 땀으로 젖은 몸을 식히는데 어쩜 비가 온다. 강가 옆에서 자기로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결국 동네도 대피했다. 아집의 할아버지네 집에서 하루 묵었다. 이 집에선 아집의 삼촌 한 분만 살고 있는데, 여자 손이 없어서 일까, 집안이 너무 지저분했다. 경악하고는 밖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텐트를 폈는데, 길 가 옆이라 밤새 지나다니는 차들 소리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내 발에서는 도대체 어떤 분비물과 냄새가 나오길래, 이 개미들을 모여들게 했을까. 개미 엄청 크다. 으아아. 정글 살이에서 가장 귀찮은 것은 모기, 파리, 개미. 요 3놈이  가장 골치 아프게 한다. 정글 개미는 후~ 바람불어도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정말로 스트레스를 오랜만에 받아서 그런걸까. 비가 계속 내려 짜증내고, 어두운 밤까지 자전거 타느라 짜증내고, 목적지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해서 짜증내고. 아직도 내 마음을 차분히 달래는 법을 모르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 멀었어...









    자전거 여행 둘째 날, 정글 속으로 들어와 낮잠을 자러 자릴 폈는데, 아~ 또 비가 내린다. 비를 가려줄 천막을 비맞으며 아집과 설치를 끝냈는데, 해가 쨍쨍 잠깐 하더니 또 비가 온다. 오락가락하는 장마다. 낮잠 좀 자고 싶었는데 말이지. 경치 참 좋은데,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옥의 티.










    여기서 하룻밤을 묵으려 했으나, 쓰레기가 많아 좀 아쉬웠고, 무엇보다 비가 계속내려서 또다시 짐을 꾸리고 다른 동네로 이동해야만 했다. 










    30여km를 넘게 달려 도착한 아집의 외할머니 집. 전 날 머물렀던 집과는 대조적으로 깔끔한 살림살이! 고양이들도 많고, 닭들도 뛰어다니고 좋다! 










    여든이 가까워지는 외할머니는 아직도 정정하시다. 내 외할머니도 엄청 건강하신데. 우리 외할머니는 2어년 전 의자에서 떨어지셔 골절상을 입으셨는데, 완쾌하셨다. 뼈가 붙었단 말이다! 의사 선생도 어쩜 이럴 수 있냐고 혀를 둘렀단다. 천사같은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아집과의 여행은 역시 비를 맞으며 마무리되었다. 비 때문인지 짜증스러운 마음을 너무 자주 표현하는 내 모습에 아집에게 괜시리 미안하다. 처음 자전거 여행하는 아집은 꿋꿋하게 잘 갔는데. 나는 어금니 꽉 꺠물며 분한 모습 보인 것 같아 미안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나도 긍정의 기운을 품고 주위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천천히.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는 이제는 자전거를 분해에 박스에 담는 일. 케이블 타이로 항상 붙어있었던 패니어도 잘라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만났던 친구들 찾아다니며 작별인사를 했다. 40여일 넘게 지내다 보니 길가에서 지나치는 사람들과 서로 인사하며 지내는 일도 늘어났다. 내 숙소에서 30m 떨어진 '아델린 빌라'에서 일하는 친구들. 맨앞에 앉은 엘리사는 이날 처음 봤는데, 이런 미인을 마지막 날 보게 되었다니!!! 너무 억울하잖아!!










    정글에서의 나의 빈자리는 이 친구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포르투갈에서 넘어온 파울로와 콰테말라에서 넘어온 파올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백팩 커플. 돈 필요하면 일하고, 그 돈으로 여행다니는 멋진 친구들. 왼쪽 파울로는 18살때부터 20년간 여행중이다. 











    나 정말 떠나는 날이다. 커플과의 짧은 만남이 아쉬웠고, 그 이틀 동안에도 나는 자전거 짐 싸느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시간이 부족했다. 떠나는 날 아침, 폭포 구경도 같이 갔고, 고핑 시내에 가서 첸돌과 ABS 스페셜(팥빙수+코코넛)를 사주었다. 











    사진은 2주일 전 여기 주인인 리오와 자자가 중국여행길 오르는 날 찍은 사진. 실수로 지난 이틀 치 사진을 몽땅 지워버렸기에, 이들과 헤어지기 전 찍은 사진 또한 지워졌다. 다행히 이 사진이 아니었다면 이들과의 단체사진은 없었을거야. 매일 매일 고맙게 밥 챙겨주고, 돌보아주던 친구들. 동남아 여행 다시 내려오게 되면 여기 또 들러 래프팅 할꺼야. 고마워~ Terima Kasih! (떠리마 까시) 









    여긴 어디?


    4시간 버스타고 쿠알라룸프 공항에 도착했고 (정말 자전거 안타고 들고 다니는 여행객이여) 공항에서 하룻밤을 꼬박 지새야 한다. 그런 나를 보러 아립과 애쉬, 그리고 리발도가 자정 넘어 공항에 도착한다. 어찌나 고마운지 새벽 2시까지 나를 밥 사주고, 이야기 나누고는 작별했다. (아오, 사진 다 지워졌어) 이제는 공항 식당 구석 한 켠에서 새우잠을 자야하는데, 한 숨도 못자고는 오전 7시 반 체크인을 하러 짐을 꾸려 이동했다. 


    이미 수하물 15kg을 지불한 상태. 지난번 사고?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자전거 박스 1개 (안장과 브레이크, 페달, 리어랙을 분리하고도 16kg), 나머지 짐들을 챙겨 다른 박스 1개를 나누어 넣었다. 별 일 없겠지 했는데! 이거 웬 걸! 비행기 값이 17만원인데, 수하물 값을 33만원 지불하랜다. 엿장수 맘대로인가! 똑같은 Air Asia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왜 지난번과 다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사정해도 어눌한 남자 직원은 고집있게 다시 짐정리하고 오랜다. 


    결국 고민 끝에 일부 짐을 대거 제거했다. 침낭, 핼멧, 물통 3개, 드럼스틱, 버너, 핸들바백(?? -_-), 성룡신발, 마라톤 나시티, 아집이 준 이슬람 옷 선물(정말 미안해), 자전거 청소 헝겊/솔, 텐트 바닥까는 비닐까지 무려 6kg의 짐을 덜어내고도 박스는 여전히 12kg. 1kg에 50RM(17,500원)의 추가요금이 붙으니 이렇게 짐을 버리고도 22만원을 지불해야한다. 정말 곰곰히 생각했다. 20여 만원이면 그냥 몽땅 다 버리고 새로 샀을 때 가격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결국 타협하고는 20만원내고 탈 수 밖에 없는 상황. 자포자기한 상태로 다시 체트인을 하러 갔다. 


    근데, 다른 직원이 와서 조율 해준 덕택에 600RM에서 120RM (42,000원)만 지불하면 된다고 한다. 그려!!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이란 말여! '왜 아까랑 요금이 다른지 설명해 달라'라고 어눌한 남직원에게 물었는데 묵묵부답이다. 아오! 순간 저 멀리 버리고 온 침낭이며 핼멧, 버너 등등이 생각났지만, 그냥 눈 한 번 딱 감고 그냥 비행기에 오르기로 한다. 가뿐하게? 체크인 마치고 돌아서며 카트에 얹어두었던 자켓마저 두고 왓다. 아, 자전거 들고 비행기 타기 만만치 않다.


    사진은 어디? 대만 챠이(Chaiyi)이다. 지난 번 여행했던 대만을 또 왔다. 여기 대만에서 3개월 동안 '살고', 자전거는 동네 마실 다닐 때 타고 다닐 것 같다. 아님, 다른 누군가에게 팔 수도 있다. (뭐?) 2번째 오는 대만은 설레임이 그리 없다. 익숙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듯 익숙하고 평온하다.


    정글에서 자전거 여행 멈춘지 40일, 여기 대만에서도 잠시 쉰다. 

    자전거 여행 잠시 접고, 대만에서 삽니다. 안녕~


    짜이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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