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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에는 대만 자전거 일주가 이루어질까?
    Cycling/chinataiwan 2013. 7. 15. 02:41



    대만에 머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7월 중순까지 머물 수 있는데 벌써 7월로 넘어왔다. 조급해?!!!  지난겨울 40일, 지금 90일째 (체류기간 통째로) 머물고 있는 대만에서 자전거 일주는 정말 하긴 하는 건가! 급한마음에 자전거를 틀고 얼른 집을 벗어났다. 







    7월 1일! 7월이 드디어 왔다! 급하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출발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 경로는 민숑(Minxiong)에서 타이완 북부 지롱(Keelung)까지 기차를 타고 동쪽해안을 따라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자전거를 싣을 수 있는 기차가 오후 4시 반, 하루 한 대! 떡볶이 해먹고, 맥주 좀 마셔가며 여유부렸다. 이제 마음에 준비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정말이지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강한 비가 내리면서 기차역까지 비맞고 가기 싫어 다음 날 새벽 5시 15분차를 탄다. 밤까지 또 맥주로 여유 여유~  (정녕 급한 사람의 마음가짐이던가) 











    이번 여행의 X맨은 중국어를 단 3개월만에 마스터한 젊은 대학생, 성환군! 처음에는 허름한 자전거를 하나 빌렸는데, 바퀴도 휘어있고, 브레이크도 버벅이고, 체인은 물론 녹으로 얼룩진 놈을 선보였다. 대학 캠퍼스에 워낙 버려진 자전거가 많아 비교적 좋은 것을 찾다가, 나디아의 친구 한 명이 (그나마) 멀쩡한 자전거를 한 대 빌려준다. 








    지롱(Keelung)에 왔다! 작정하고 자전거 사고, 가방도 사버린 나디아. 자기가 사는 대만 날씨 더운데, 자전거까지 탄다며 투덜대는 나디아. 점심 먹고 쉬니깐 좀만 참아~  







    가벼운 짐!! 












    대만 항구와 도시가 많은 서쪽 해안보다, 푸른 바다가 항상 보이는 동쪽 해안이 더 좋다. 가파른 산과 바닷가가 함께 보이고, 거기에 마을 사람들이 빼곡히 마을을 이루고 있다.  




















    경치 좋은 곳, 쉬어가기 좋은 곳은 어김없이 쉬었다 가고~










    11시에 지롱을 도착해 점심 먹기 전 3-4 km 타고, 더운 시간 피해 쉬고, 느릿느릿 갔더니 반나절 20여km를 탔다. 나디아가 멈추어 서더니 파출소에 잘 곳을 여쭌다. 시간을 보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간다. 해가 길고, 늦게 출발해서 그랬는지 시간이 그리 됐는지 몰랐다. 파출소 직원의 도움으로 잠자리와 식사를 해결 하려하니 이미 해가 기울었다. 






    파출소 바로 앞 수퍼마켓 아줌마. 요리는 볶음밥과 국물있는 면요리가 전부. 그래도 맛있다! 맥주 두어캔은 역시 빠질 수 없지! 내일 새벽 5시에 (시원할 때) 출발하려고 아침식사도 여쭈어보니 너무 이르다며, 사장님이 우릴 차태워서 빵집에 데려다 주셨다. 자전거 여행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루가 마무리된다. 








    매일 밤 더워서 잠을 제대로 못이루는 요즘이다. 해안가인데 여기는 시원하겠지? 기대했는데... 더운 날씨에 오늘도 밤잠을 설친다. 의자가 나란히 있는 것은 해먹에서 자던 성환군도 더운 나머지 (개미에 등을 많이 물린듯한데) 동이 트기 전까지 누워있었나 보다. 나도 그 소릴 다 들으며 누워있었다. 오랜만에 자전거 떠돌이 생활이 익숙치 않은가봐.









    이튿날도 뜨겁다!!! 이제는 해안 따라 보이는 풍경도 다 비슷 비슷해진다. 

























    오늘의 목적지는 85km 정도를 타면 도착하는 난아오(Nanao). 점심이 지났는데도 난아오 표지판은 보이질 않는다. 어제 너무 여유를 부렸나. 오늘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비슷한 해안도로 (벌써 질린거야?) 달리다가 그늘 찾아 계속 달리는데, 달려도 달려도 그늘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뜨거운 바닥에서 목을 축였다. 난아오 표지판은 역시나 나오지 않았고, 일란시(Yilan)가 여전히 30km가 남았다. 오늘 저녁에 난아오를 도착해야 하는데.....









    고민은 짧게! 결정도 빠르게! 결국 또 다시 기차를 타기로 타협한다. 이로써 대만 "자전거 일주"는 이틀 만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뭐, 괜찮아~ 난아오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설레인다. 









    대만은 자전거를 '포장하면' 크기에 상관없이 운임을 따로 받지 않는다. 그리고 거의 모든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 자전거 분해 또는 접이 + 포장까지 해야 탈 수 있는 기차 ⓑ 분해없이 포장만으로 탈 수 있는 기차 등 몇몇 단계가 있다.) 가장 느리게 달리는 열차에는 포장없이 분해없이 실을 수 있다. 대신 포장이 되어있지 않으면 어린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때로는 원하는 목적지까지 자전거를 못 가져가는 기차도 있다. 결국 환승 1번. 규칙이 좀 복잡하다. 번거롭고. 사실 자전거여행에 기차타고 이동함은 참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난아오! 도착했다!! 반 년 만에 다시 돌아온 난아오 자연농은 역시 활발히 움직이고, 일하고 있다. 로동(Luodong)에 사는 루크도 내가 온다는 소식을 알고는 오늘 아침에 먼저 넘어왔다. 못만날 줄 알았는데, 고맙게도 먼저 와주었다. 루크와는 제주도 자전거여행을 같이 하며 해군기지 반대하는 강정마을에도 같이 들렀고, 2013년 새해를 같이 보낸 인연이기도 하다. 7년간 엔지니어 일하고는 나와 같이 백수 된 지 1년 반. 농장일에 관심이 있어 여러 농장을 두루 다니면서 나름 일하고 있다. 그의 일당은 유기농 채소로 대신 받는다. 






    역시 여기는 자원봉사자로 넘쳐나는 곳! 싱가폴, 홍콩, 대만,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넘어온 젊은 친구들이 한 집에 살며 오손도손 지낸다. 덥지만 에어콘 없이 지내는 곳이라 좋다. 








    난아오 자연농에 오면 밥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아장의 사모님이 점심/저녁은 항상 맛있게 그리고 거하게 차려주셨다. 지난 겨울에는 외국인 봉사자에게도 대만사람과 같이 100원(한화 3,700원 정도)을 지불케 했는데, 이번 방문에는 외국인은 무료라고 한다. 무료!!!????? 술병나서 밤마다 맥주를 사서 마시지 않는다면 한 달 이고, 반 년 이고 농장 일만 하면 공짜로 살 수 있는 곳. 대만여행에 이런 정보는 깨알 정보다. 알랑가 몰라~








    이런 식사가 매일 매일? 아니 가끔 이렇다. 더운 대만날씨라 겨울과는 다른 시간에 일을 한다. 오전 7-10시까지, 그리고 오후 4-7시까지만 일한다. 나머지 빈 시간은 모조리 자유시간. 이정도면 대만여행에 이런 건 정말 깨알정보 아냐? 







    일 없는 자유시간에는 더웅께 폭포에 가자고!! 자전거 타고 가기에 참 버거운 날씨지만, 시원한 폭포가 기다리고 있잖여! 해지기 전에 갈 수 있을까?









    한 달 간 난아오 자연농에서 농사 지을 유링. 아침마다 밥 준비하는 사람이 나와 성환, 그리고 유링과 꼬마아이, 이렇게 넷이서 항상 준비한 것 같다. 얼굴도 예쁘장한게 밥도 챙겨줄줄 알다니. 어쩜~ 오른쪽 아가씨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가씨. 살라맛다땅~ (Salamat datang~)









    지난 겨울에 왔던 냉천이랑 같은 곳인데, 그 때는 이곳에 올라오지 않았다. 몇 걸음만 더 올라가면 이런 멋진 곳이 있었는데, 겨울에는 몰랐다. 어쩌면 더운 여름에 와서 더 행운일지도 몰라. 자자~ 모두들 다이빙 준비들 합시다~ 유링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한 계단 밑에서 뛰어내렸다.









    춥다~ 추워~ 나에게 물장구하는16살 몽키는 타고난 농부다. 난아오에 온지 1년이 되어가는 녀석. 농촌에서 기계수리를 도와가며 업으로 살아가고 싶다 했다. 여기에서 몽키의 전담업무?도 예초기 관리와 경운기 운전이더라. 아직 장난끼 많은 어린 친구. 









    내가 어디 붙어있나? 사실 발이 안닿는 물에 몸을 빠뜨리기 무서운데, 어제 한 번 떨어지고, 오늘은 여러번 떨어졌다. 물 색이 정말 청색이다. 푸르른 청색. 물안경 끼고 헤엄치고 싶을 정도. 시원하다~ 








    응??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신나게 논 만큼 논 일도 열심히 해야지! 일 할 시간이다. 여기가 풀 숲이냐, 논이냐!? 자연농이다 봉께 그냥 내버려두었나 보다. 오늘의 일거리는 쌀 알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논둑의 키 큰 풀을 밟아 뉩게하는 일. 간단한 일이지만, 더워서....더워서...;;  








    난아오 자연농의 사장님? 아장!  " 뱀이 있응께 작대기 한 개씩 있으야혀" 순간 뱀 잡아 맥주에 담글 궁리를 한다. 









    논둑을 밟으면서 논 크기가 상당했는데, 모두 빼뚤빼뚤 손모내기다. 설마 그럼 낫으로 다 베는겨? 멋져부러~









    언제나 사진기 들고다니는 아장. 나도 한 장 박았다. 









    해가 저물고 저녁 먹으러 갈 시간이다. 멋 모르고 따라온 성환군, 괜한 고생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저 유링과 잘 어울렸던데, 연애 좀 혀봐~








    저녁시간에는 어김없이 서로 모여 이여기를 나눈다. 지난 겨울만큼 활발하진 않았지만, 이런 시간이 없다면 난아오 자연농 살이라 할 수 없지. 아장의 난아오 자연농 소개와 더불어 대만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한 시간. 나는 역시 팅부동(이해 못함).



















    지난 겨울에 만났던 멋진 친구들이 다들 어디있나 했더니, 마을 한 쪽에 식당을 하나 차렸다. 









    문을 연지 이틀. 아직 이렇다할 메뉴판이 없고, 볶음밥과 반찬 한 개, 그리고 음료수, 차를 마실 수 있다. 음식재료는 난아오 자연농에서 제공받는다. 그럼 쌀만 받는가? 로컬 푸드 식당인데, 이런 시도는 정말 값지다. 젊은 사람, 젊은 생각들이 모이면 이렇게 값진 일을 벌릴 수 있다. 기특해라.  






    간판은 없다? 밝은 낮에 오면 처마 지붕 위 놓여진 화분 3개를 볼 수 있는데, 아담하고 좋다. 터프하게 주머니 손 넣고 전화하는 유링. 









    복음밥 한 그릇. 중국, 대만은 국이든, (밥풀 날리는) 밥이든 숟가락 없이 참 잘 먹는다. 젓가락으로 "쓸어 담아 후루룩 마시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


















    역시 인테리어가 기발한데, 저 맥주병은 흔했지만, 눈부신 형광등을 대나무 반 잘라 가린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오 나도 따라해야지.  









    지난 겨울 눈없는 겨울산 등반을 한 리신(왼쪽), 난아오 자연농 영어 선생님 미쉘(오른쪽)이 함께 일하고, 몇몇 동네 아주머님들도 같이 일하고 있다. 둘다 내 이름 까먹지 않고 '원꾸이'라고 불러주었을 때는 정말 고마웠다.  







    난아오 미남 스타 '원더러'가 와주었다. 오자마자 자신이 짚으로 꼰 팔찌를 나에게 선물한다. 멋진녀석, 난 줄 것 하나 없었는데. 원더러의 집에 가봤어요? 이 녀석 집에 대한 글은 전에 여기에 따로 올린적이 있다. 원더러 집에 한 번 가볼래요?  ▶ http://mingyulee.tistory.com/142








    농사짓는 젊은 '요신'도 날 보러 왔다. 요신은 현재 난아오 자연농 옆 집 아저씨 농장에서 일하고 원더러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다. 지난 겨울보다 살이 좀 붙었다. 









    길을 꾸역꾸역 헤매이며 원더러에 집에 도착했다. 그간 원더러는 책 한 권을 냈다. 그가 대만을 걸으며 여행, 걷지만 아니하고 쓰레기 주우면서 걸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 멋진 놈! 







    손수레 하나 끌며 쓰레기를 담았다. 박스에 쓰여진 문구해석은....누가 좀..;;










    그의 마음과 집은 역시 변치않았다. 그의 부엌에 둘러앉아..... 











    그렇다. 나의 대만 자전거 일주는 또다시 이렇게 기차를 타며 마무리되었다. 난아오에서 닷새 보내고 나니, 한국에 머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더라. 나디아도 한국을 떠나기 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떄문에 타이난(Tainan)행 기차에 몸과 함께 자전거도 실었다. (이렇게 덮으면 무료?!! 해먹을 펼쳐 덮었다) 대만은 정말 언제쯤 일주할 수 있을까.










    급한 점심을 먹고 떠나려는 찰나 몽키가 아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장을 불러세웠다. 오토바이에서 넘어져 다리를 쓸려 쩔뚝거리는 '톰'도 역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포옹과 함께 헤어졌다. 짐이 많은 우리를 도와주러 몽키와 성환군이 기차에 올랐는데 그대로 문이 닫히는 바람에 저멀리 떨어진 수아오까지 동행했다. 고마운 몽키, 그리고 자전거 홀로 타고 민숑으로 돌아가야하는 성환. 고생 참 많았네 그려.


    홀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성환을 어제 민숑에서 마지막 저녁을 함께 했다. 홀로 고생하다, 밤까지 150 km 탔다 말하고, 역에서 자는데 동성애자를 만난 이야기도 말한다. 역시 여행은 혼자할 때, 어려울 때 기억에 더 남고, 더 재미있다. 나따라 오느라 고생 정말 많았다. 



    타이난에서 또 단순한 생활을 며칠 더 하고, 오늘이 대만 체류 만 90일이 되는 날이다. 이제 어디를 가야하나?


    졸리다, 공항에서 잠을 좀 자야겠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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