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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난아오] 단순한 삶이 결코 단순치 않다
    Cycling/chinataiwan 2013. 1. 8. 01:13


    나의 여행 기나긴 길에서 나를 즐겁게 이끄는 눈요깃 거리 중 하나가 '살림살이 관찰'이다. 내가 한국 돌아가면 자연과 가까운 집을 꼭 설계하고 직접 손으로 지어야하는 무모한?(아니 그보다 뜬구름 잡는, 돈이 어디있다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차분한 녀석을 만나 점심, 저녁을 길고 길게 함께 했다. 







    그는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난아오 자연농' 게스트 하우스에 식사시간에 얼굴을 쭈삣쭈삣 보인다. 전 날 그의 '자연친화적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흔쾌히 그가 나를 초대했다. 그 집 뒤뜰은 온통 숲속이다. 원숭이도 다닌다. 







    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그의 주방 겸 거실 겸 사랑방 겸 난로가 보인다. 집안의 모든 가구는 숲속, 바다에서 긁어 모은 '자연'이다.









    그의 침실. 나의 오른쪽 뒷 편에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침대가 있다. 

















    전등 스위치도 모두다 짚으로 덮었다. 플라스틱을 만지는 것이 싫은가 보다. 스위치를 한 참 동안 찾았다. 









    그는 이미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놓은 것들을 나보다 젊은 나이에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그의 밥그릇, 바구니, 숫가락, 젓가락을 손수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테레비도 인터넷도 없는 그의 집에서는 주로 새끼를 꼬아 바구니를 만든다고 한다. 










    나는 나중에 그릇도 내가 만들거라고!!!!











    그가 이렇게 사는지 그의 부모님은 모른다 했다. 그는 난아오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부모님께는 학교에서 생활한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여기에 살고 있다. 착한 거짓말은 할수록 좋은 법! 이렇게 사는 것이 이상하고, 숨길 일이 아닌데.  















    되도록 비닐봉지, 플라스틱을 멀리한다. 모든 삶에 필요한 물건은 지역 안에서, 내 삶의 반경- 내가 걷든, 자전거를 타든 소화할 수 있는 반경내에서 얻어 쓴다. 그의 가방! 나뭇잎을 말렸다. 비틀넛 나무 잎사귀다. 비닐봉지는 따로 모아 새끼를 꼬아 바구니를 만든다. 또 그 일을 학교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식사 시간이다. 








    활 시위를 왔다갔다 하며 나무를 돌려 불을 피웠던 그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라이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불 피우는데 1시간-2시간이 넘을 때도 있단다. 있던 라이터도 말을 듣지 않아 성냥을 사용했지.


























    그의 마당에 오두막을 만들 예정이다. 마당 전체를 덮고 있었던 나무와 흙, 잡초를 모두 걷어냈다. 







    사실, 난 물구나무를 못 선다. 내가 왜그랬을까.







    열효율이 현저히 낮은 화로가 미워서 그랬을까. 고구마 전용 화로를 따로 만들었다. 그의 뒷편에 보이는 것이 바로 그 것. 여기는 그의 샤워장 겸, 또다른 부엌.









    불지피는 시간부터 익는 동안 시간이 엄청 길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저녁준비는 결코 일찍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가정집이라면 후딱 가스렌지 켜서 20분 정도면 끓고 익혀지고, 또다른 10분 동안 먹고 끝날텐데.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서로 마주보며 천천히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먹게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천천히 즐기면서 먹는 식사다.  조명이 아늑하니 맥주를 마시지 아니할 수 없었고, 한국 뽕짝과 타이완 뽕짝이 오고 가는 밤이었다. 


    암튼 그는 멋지다. 타이완을 70여일 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줏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올해는 중국 항저우에서 라싸까지 1년 동안 걸으면서 나무를 심을거란다. 역시 멋진 남자다.







    그는 단순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단순한 삶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더라. 오히려 삶에 필요한 일을 몸으로 익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이미 '부자연스러운' 생활방식과 교육환경에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 않은가?!!! 그래서인즉, 테레비며, 컴퓨터며 멀리 하며 지내는 그는 오히려 자연과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불 지피면서도 산 위로 떠오르는 독수리 울음소리를 들었고, 저 멀리 희미한 파도 소리도 출렁임을 들을 수 있다 말한다.   


    그처럼 화롯불 떼며 원시시대로 돌아가야 하냐고 이야기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계를 엿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사는 집이 화석연료는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 그 화석연료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어떤 경로로 누구의 손을 거쳐 오는지, 저멀리 태평양 건너 넘어오는 것은 아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한여름 에어컨으로 전기 많이 써서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됐는데, 그 책임이 누구냐며 왈가왈부 하며 질책하는 어리석은 짓은 안하게 될텐데.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생활 방식은 자연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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