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치앙마이] 8일 동안 냅다 달린 자전거 길

2013. 10. 9. 03:53Cycling/seasia


자전거를 오랫동안 타지 않았다. 나랑 함께 출발한 마이크의 자전거 바퀴는 바큇자국이 없는데, 내 것은 아직도 멀쩡했다. 정말 안탔네.


그래서 나름 반성?한답시고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무작정 달렸다. 700여km를 8일 동안 꼬박 달렸다. 눈 뜨면 텐트 접어 자전거에 올리고 곧장 자전거만 탔다. 전처럼 자전거 위에서 생각 정리, 친구 생각, 가족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몸이 힘들어질수록 친구, 가족 생각이 깊어진다. 그래서 또 눈물이 모인다.  


  


 






방콕을 얼른 벗어나자. 복잡허다.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있으면서 3-4일 묶으려 했던 일정이 무려 보름을 넘겼으니, 얼른 방콕을 떠나자.


 




언제나 부부가 함께 일하는 모습은 보기가 참 좋다.   


 




  


 




절이 많은 동네, 절만 있는 동네. 동네가 그냥 절인 아유타야!!  


 




  


 




  


 




  


 




  


 




  


 




  


 




  


 




치앙마이로 오는 내내 절에서 잠자리를 해결했다. 어찌나 친절한지 스님이 안계시면 동네분들이 스님께 전화해 허락을 대신 받아주기까지 한다. 허나, 남쪽은 습한 기후 때문인지 모기가 정말 많다. 텐트 펴면서 4-50마리 붙어 있다. 씻고 바로 텐트로 대피하고 땀 식히고 누웠는데 아직 저녁 8시. 아....


 




절에서 아침먹고 가셔~  


 




태국 스님들은 고기를 즐겨드신다. 동네에서 모인 음식들이다. 오른쪽에 밥통을 들고 다닌다.  


 




  


 




  


 




어쩔 수 없이? 자주 즐겨 먹었던 볶음밥. 이 때 까지 태국음식은 조금 힘들었다. 여기 치앙마이 오니 이제 제법 맛있는 음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먹는 것으로도 수행을 한 것 일까. 볶음밥만 내리 일주일을 먹었으니...




 




  


 




  


 




  


 




  싸와디깝!


 







 




아침밥 든든히 드셔잉. 이미 일찍 아침을 드신 동자승들은 우리 밥 먹을 때를 기다려주었다. 남은 음식은 모두 개에게 먹이는데, 개에게 먹이기 전에 남은 밥과 반찬을 모조리 나에게 주었다.  스님들은 아침, 점심,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이거 내 옷이에요. 


  


 




  


 




  


 




  


 




아침부터 너무 열심히 달렸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보이는 절에서 항상 멈추어 잠자리를 허락받는다. 운좋게 절 앞에서 열리고 있는 시장. 꼬치로 배를 채우고, 저녁에 먹을 과일도 함께 장봤다. 

  


 




  


 




  


 




절 밥을 피해?서 또다시 볶음밥을 시켜 먹은 도로 옆 식당. 아주머니가 선물을 안겨주신다. 역시 불교의 나라.  








싸와디깝!!!





 




 치앙마이 표지판은 닷새를 꼬박 달려도 보이질 않았다.  


 




  


 




  


 




  


 




 드디어 여섯째 날! 치앙마이를 알리는 첫 번째 표지판. 삼백!!  


 




  


 




  


 




  


 




  


 




  


 




오늘은 정말 시골 절에 들어왔다. 마을 사람이 절에 찾아와서는 이 할아버지께 요상한 마사지를 받는다.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을 외운다.  


 




응?





 




그러더니 냅다 아저씨 몸에 붓는다. 평온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기도를 외우는 것이라고 어렴풋이 몸짓 언어로 이해했다.  




 








 





  


 




  


 




  


 





  


 




오랜만에 국수. 너무 맛있어서 한 그릇 더 먹었다. 

  


 





  


 





  


 





 같이 오던 민성이를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처음엔 불평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으로 변했다. 결국 경찰서에 가서 순찰차로 민성이를 찾으러 나섰는데 보이질 않더라. 민성이는 중간에 절에서 잠을 잤댄다. 다행이었다. 흔쾌히 경찰서 바닥에서 잠자는 것을 허락해 준 경찰 아저씨. 떠나는 날 아침에 도넛도 주신다. 어제 고생 많으셨어요. 


  


 




치앙마이로 가는 마지막 103 km.

  


 





  


 





  


 




오르막을 진득허니 올랐다. 결국 자전거에 내려 끌었다. 끌고 올라간 보람이 있다. 이 후로 더이상의 오르막도 없었고, 신나게 내리막차로를 내려갔다. 치앙마이로 가는 마지막 산 오름이었다. 

  


 




치앙마이 도착!

  


 




그 때 저 멀리 실업자 한 명이 나타났으니. 그렇다. 치앙마이에 이렇게 서둘러 온 이유는 마이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목적지가 치앙마이가 아니라 마이크였던 것이다. 지난 1월 대만에서 헤어졌으니 무려 9개월만에 함께 자전거를 탄다. 어제 잃어버린 민성이도 밤 늦게 치앙마이로 도착을 했다. 이렇게 실업자 셋이 모였고, 누군가 한 명이 또 합류한다. 누구?


 

여기, 치앙마이에 편하게 있다. 이틀 푸~욱 쉬었는데, 내일 치앙마이 좀 둘러보고 떠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