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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룸비니-포카라] 천사들이 사는 나라, 네팔
    Cycling/Indianepal 2014. 5. 10. 03:56




    바라나시를 벗어나자! 인도를 벗어나자. 더럽고 먼지 풀풀 나는 인도를 얼른 벗어나자. 이틀 꼬박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역시나 지루하디 지루하고 재미없고, 물론 맛있는 음식조차 없는 길에 또다시 손을 들었다. 우기는 설사 때문에 제 힘을 못쓰고 있고, 나도 무릎이 살살 아파온다. 


    또 버스타자!




















    네팔 국경까지는 300여km. 고속국도라 해서 길이 좋을 줄 기대했는데 울퉁불퉁한 길을 하루종일 타다보니 하루 100km도 가기가 힘들었다. 큰 도시, 고락푸르까지 60km 버스 탔고, 나머지 국경도시 소나울리까지 100km 마저 환승하며 몸을 버스에 맡긴다. 버스가 좁은데, 사람도 계속 태우고, 복도에서 눈을 감으며 곤히 잠을 자는 아이가 안쓰럽다.










    거리의 가게 주인 아저씨가 내게 '네팔을 넘어가면 깨끗한 숙소,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알려준다. 근데 왜 인도에서 하루 자려하느냐?고 의아해한다. 자전거 여행이고, 30일 비자 기간에서 하루라도 알차게 보내려면 저녁에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인도가 싫어도 오늘만 참고 자자. 덕분에? 인도에서 처음으로 잔잔한 노을을 구경한다. 그러고보니 인도에서 노을 구경은 처음이다.




















    커다란 숙소에 투숙객이라고는 우기와 나밖에 없다. 다들 인도에 머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논밭 주위의 숙소라 시원하게 잘 잤다.  











    네팔 넘어왔다!! 오예!!










    나뫄스뛔~










    네팔에서의 서투른  첫식사. 가장 만만한 볶음밥.










    네팔은 인도사람과 생김새도 비슷하고, 옷도 똑같이 입고, 거리 풍경도 똑같은데 인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보통 새로운 나라를 들어가면 긴장하기 마련인데 대신 네팔은 참으로 고요하고 평온하다. 인도는 도대체 왜 그랬던걸까. 






























    인도와 또 다른 네팔 아이들. 인도아이들은 뭐랄까, 호기심만 가득한 눈으로 끝까지 아주, 끝까지 응시한다. 개인적으로 인도를 싫어해서 생기는 감정일 수 있겠지만 그 느낌이 썩 좋지 않다. 가라해도 끝까지 안가. 독해, 그놈들. 그래서 더욱 인도 아이들에게 무심했었지. 네팔 아이들은 호기심과 수줍음을 함께 보인다. 아, 수줍어 하는 모습들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오랜만에 정말 맑은 물을 만난듯 아이들을 반겼다. 웬지 네팔 첫 인상이 정말 좋잖아!?!? 인도는 정말 왜 그랬던 걸까.











    룸비니 한국절에서 나흘 쉬며 건강한 현미밥과 미숫가루로 몸을 씻어냈다. 인도에서의 모든 때꾸중물을 씻어내듯. 

    인자 포카라로 향해보자!! 히말라야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아니한가!!! 






















    이런 수학적? 지리학?적인 정보없이 댕기다가 처음으로 얼마나 높이 올라가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왼쪽이 도착하는 포카라, 오른쪽 붉은지점이 내 현위치다. 왼쪽은 고도, 아래는 거리. 이런 정보는 때로는 유용하지만 계속 의식적으로 계산 해가면서 다니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냥 산이면 오르막이겠거니 마음 편히 가는 것이 좋다. 이 정보를 알아보며 후에 갈 북인도 고산지대도 확인했다. 아, 괜히 했다.  





















    아줌니가 할 말이 있으신지, 만화처럼 말풍선이 생겼다. 










    등산할 때에는 생오이가 맛있제라~ 하나에 한국돈 100원. 우기(몬순)가 일찍 다가온 5월의 네팔은 오후 2시-3시 되면 천둥 번개와 함께 검은 먹구름이 시원한 빗줄기를 떨어뜨린다. 그 때에 맞춰 우기(내 동행자)와 나도 쉬는 시간이 되는데, 갈 길이 먼 우리 둘 꼼짝못해 조급함이 생긴다. 그래도 비 맞으며 절대 자전거 안탄다. 그 굵은 빗줄기를 노상에서 피했을 아주머니들도 꽤나 바빴을께다. 




















    계속 오르막 오르막, 산산산산산인데, 라오스만큼 화가 치밀어 오지 않더라. 이미 그 경지를 스스로 넘어선 나인가. 주변 산간 마을들의 평온하고 아기자기한 기운들이 반겨서일까. 히말라야를 향한다는 벅찬 기분에서일까. 네팔, 참으로 평온한 곳이야. 











    오늘의 캠핑장소! 깊은 산골 마을, 조그만 학교. 넓은 잔디밭에 자려 했는데 아줌니가 오더니 밤에 비온다고 학교 지붕 밑에서 자란다. 














    "필요한게 또 뭐셔? 다 말혀부러~"


    바로 윗집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뒤에 보이는 파란 수조에 샤워할 물, 요리할 물을 가득 틀어주신다.










    "요거 싸게 요리해봇씨요~"


    워메~ 워메 아줌니, 참말로 친절해부러~! 직접 농사진 양배추, 도마도, 감자, 오이, 그리고 말린 고추와 생강, 쌀, 소금을 내주신다. 덕분에 빈약했을 라면이 한 껏 푸짐해졌고, 다음날 아침에 밥을 지어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밤에 약간 쌀쌀했지만, 정말로 오래만에 맑은 공기-산 속 이슬 맞으며 일어나니 온 몸이 개운하다. 이런 맑은 곳에서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 부럽기만 하다. 작은 돌담들도 예쁘고, 집 앞에 있는 텃밭들도 아기자기하다. 내 집 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다시 산을 만났다. 어흥











    첫 번째 1,100메다 언저리 봉우리.  











    아줌마~ 안녕?




















    와장창 내리막~ 막막 내려가는 내리막~



















    하루 그리고 또 반나절을 달려왔건만, 여전히 100km가 남아있다. 





















    둘째날 캠핑. 역시 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반긴다.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하며 놀다보면 하루가 너무 짧다는 노래처럼 아이들과 신나게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해가 뉘이고, 저녁밥이 다 되고 난 뒤 첫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으니 그제서야 아이들도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리고 말이야. 인도에서는 여성 구경하기가 힘들었고, 눈에 들어오는 여성도 없었는데 여기 네팔에 오니 예쁜 여성들이 정말 많다. 가끔 자전거 타다 마주치는 길거리 미인에 한 눈 판적이 더러 있다. 




















    귀여웡~



















    온동네 아이들이 다 모였다. 온동네 아기천사들이 다 모였다.











    네팔은 어쩜 이리 평온하니. 하루종일 오르막을 달려도 힘든줄 모르겠다. 너희들 덕분이야. 











    오늘 캠핑도 시원하다. 평온타. 시원한 물로 씻어내니 개운하다. 숨 깊게 들이 마시면 기분이 상쾌하다. 아침식사로 마늘과 토마토, 양파를 기름에 살짝 데치려 했는데, 기름을 빌리지 못해 뻘건 토마토 죽이 되었다. 그래도 든든하다. 










    아침일찍 소에게 풀 주려는지 풀을 베는 아주머니.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치더니

    결국 나무가 되어버린 소년
































    어라?! 쇠가 부러져부렀네?


    10메다 앞에 있는 아저씨가

    '고장 났어요?'

    하며 정확한 한국어를 말한다.


    앞마당 빌려 잠시 수리?를 아니 

    부러진 곳을 제거 한 후

    아저씨 집에 초대가 되었다.










    "밥 먹고가~ 자전거 타면 힘들어~" 어쩜 이리 정리정돈에 일가견이 있으십니까?!












    2002년부터 3년 동안 한국에서 일했던 아저씨. 일요일도 없이 일주일 7일동안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일했단다. 처음에는 50만원 그리고 점점 150만원, 200만원까지 월급이 올랐단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는 일하는 사람들 모두다 강릉 해수욕장 가서 야유회도 했단다. 왜 하필 근로자의 날에;;;; 이렇게 착하디 착한 아저씨가 고생스럽게 일하면서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아버지, 가장이 된다면 정말 나도 책임감 강한 사람이 되어야지.











    아줌니가 한 시간 동안 정성스레 만들어준 네팔 가정식 달밧! 가운데 있는 반찬이 꽤 맛있었다. 두 그릇 뚝딱!










    아저씨가 포카라를 떠나면 다시 한 번 들러 하룻밤 자고 가란다. 왜 그냥 지나가겠습니까! 아저씨 밥 잘 묵었시요~ 단내밧~










    당구와 흡사한 규칙을 가진 보드게임. 알까기 하듯 튕겨서 구석에 있는 구녕에 넣는다. 실력이 상당하다. 










    마지막 1,100메다 봉우리일터, 확 트인 풍광을 마주하고는 사진 한 방 찍었다. 으아~ 우기야 정말 수고했어. 인자 내려가면 되는데, 사진 찍고 또 올라갔다. 으헉










    숨은 우기 찾기!





























































    북소리, 피리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더니 여긴 뭐하는 데고? 온동네방네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결혼식이었다. 이봐, 자네도 와서 춤한번 추게~ 뭐, 한 번 쯤이야. 춤추며 사진도 찍고~ 아싸라비야




















    잠시 들린 결혼식에서 춤사위 한 번 땡겨주고는 서둘러 포카로 향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3km. 이제 거의 다 왔어!! 싶었는데 마지막 오르막이 또다시 이어진다. 이제 좀 안 나왔으면 하는 순간, 드디어 포카라 사내가 산 위에서 바라보였다. 우와우와 정말로 자전거 타고 포카라에 왔다니!! 휴~










    2박 3일의 일정으로 넘어온 룸비니-포카라 길은 평온한 네팔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조용한 룸비니에서도 차 소리 한 번 듣지 않고 몸을 추스렸고, 비록 오르막이 많은 길이었지만 만나는 사람, 지나는 풍경 모두 마음 속 깊이 따스한게 남아있다. 다시금 같은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걱정?이 있지만 만났던 사람들을 또 인사하며 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사진 인화해서 나누어 주어야지.


    포카라도 조용하다. 구름이 많아 장관은 아니지만 오늘 일찍 일어나 동이 트일 때 바라 보이는 히말라야에 가슴이 철렁했다. 네 놈이 지금가까이 있구나! 기다려라. 이제는 뭐????? 안 나 후 루 나 루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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