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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루다오-쳉더] 쳉더에 오길 잘했어요
    Cycling/chinataiwan 2012. 9. 2. 10:44

     


    하루종일 산을 오르다 보면 "또 이렇게 고생하려고 여행온게 아닌데", "내가 왜 베이징을 포기하고 북쪽으로 가야하느냐"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책상에 앉아 편하게 책도 읽을 수 있고, 인터넷도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고, iPod으로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수다도 떨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러한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만큼 소중한지 깨닫는 요즘입니다. 바로 이 어설픈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그 일상말이에요.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후루다오- 샨하이관-칭롱을 지나 지금은 쳉더에 머물고 있습니다.





    큰 도시일수록 외국인을 쉽게 받아주는 값싼 숙소가 없습니다. 후루다오에 도착했을 무렵 값싼 여인숙에는 외국인을 받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법으로 지정된 듯 합니다. 알려주는 호텔마다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후루다오를 지나 캠핑할 수 있는 공터를 찾기에는 해가 너무 많이 기울었습니다. 



    중국인들의 신기한 일상 중 하나가 바로 "불꽃놀이"인데요. 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7시즈음? 비교적 이른 시각에 굉음이 들이닥칩니다. "빠지직~ 쾅쾅" 소리에 나도 깨고, 마이크도 깨고, 아마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깨었을거에요. 불꽃도 보이지도 않는 이른 아침에 불꽃놀이가 한 창 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가게 앞, 호텔 조회 시간 등에 불꽃놀이를 자주 하더군요. 밤에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데 말이죠.




    중국음식, 제 입맛에 맞습니다. 오래된 시장에 한 귀퉁이에서 반찬을 진열해 놓은 식당에서 치킨강정을 사먹었습니다. 여기는 희한하게 밥이 물에 젖은 채로 주더군요. 





    해안을 따라 퀸후안다오를 향해 자전거를 옮깁니다. 엊그제 507km였던 베이징이 400km씩이나 남았습니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중국의 교통문화?를 눈앞에서 접하면서 가끔씩 입이 벌어지곤 합니다. 삼륜트럭에 아슬아슬 실은 짐은 둘째치고 이 트럭, 앞 유리가 없습니다.!!!



    캠핑장소는 오후 5시즈음 정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여유도 부릴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죠. 허나 6시가 넘어가버리면 허둥지둥 조급해지고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은 일찍은 아니지만 해가 슬금슬금 저무는 저녁, 주택가 인근에 양해를 구하고 텐트를 쳤습니다.




    음식재료는 주로 마이크가 챙기고, 저는 가스렌지, 냄비 등 하드웨어를 나누어 가지고 다닙니다. 오늘은 근처 시장에서 야채를 싸게 얻었기에 푸짐한 저녁상차림 준비를 합니다. 그저 우리 일상입니다. 칼국수 걸죽하게 익히고는~ 



    슈퍼에서 구입한 몽골리안 소스를 부었습니다. 매콤한 것이 카레 같기도 하고요, 맛있습니다.



    평소에 샐러드라고 차린다면, 푸른색 채소, 상추, 새싹 등등 거기에 드레싱까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쉽게 만들어 먹지 않았습니다. 헌데, 채식을 즐기는 마이크는 아주 간단한게 토마토 1개, 오이 1개, 양파 1개 그냥 슬슬 썰어서 섞어 먹더군요. 간편하고, 비용대비 맛이 괜찮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처럼 간단하게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야겠어요.



    빗방울이 거세지면서 퀸후안다오 도착 15km를 남겨두고, "큰도시에 들어가기 전!!" 재빨리 숙소를 잡아 비를 피합니다. 큰 도시일수록 숙소 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빗방울 덕에 그동안 1주일 넘게 달려온 지친 몸을 조금이나마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식량 보급을 마치고 방 안에서 영화보고, 책보고, 글쓰고, 지도 보며(지도 보며 좌절하고, 중국 상당히 넓고,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생각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베이징을 조금 미루어두고 북진하여 쳉더에 다다르기로 결정합니다.  





    참다참다 마스크 한 개 샀습니다. 이 전 날에 모래 폭풍을 뒤집어 쓰며 달렸기에 도저히 참을 수 없더군요. 아, 검정색 고글에 고무줄까지 쥐어짜는 안타까움이... 항상 이렇게 누추하게 다니지는 않고요, 먼지모래가 휩쓸 때, 터널을 지날 때에만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허허



    모든 식당이 다 이렇지는 않지만요, 대부분의 시골 중국 식당에서는 휴지도 많이 쓰고, 나무젓가락도 많이 낭비되곤 합니다. 오늘 들른 식당은 상당히 지저분한 편이였습니다. 젓가락 낭비를 피해보려 마이크는 개인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하고 있고, 저도 가방에 숟가락 젓가락을 넣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이 다 이걸 시켜먹고 있더군요. 메뉴판에 온통 읽을 수 없는 한자들이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달라고 하면 쉽게 음식을 시킬 수 있습니다. 



    중국음식은 야채 설설~ 버섯 설설~ 썰어 기름에 달달 볶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고추기름장을 '라조'라고 하는 듯하는데요.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요 양념을 중국 음식에서는 상당히 많이 애용됩니다. 고기를 넣어 볶은 된장과 고추기름을 순두부와 섞어 먹습니다. 가격은 불과 4원(한화 800원?정도). 





    샨하이관을 벗어나 산 중턱에서 어렵게 캠핑을 하고, 쳉더로 향하는 북쪽 도로를 타기 시작합니다. 쳉더에 도착하기 전 '칭롱'이라는 도시가 오늘의 희망 도착지입니다. 어젯밤 115km 남았다고 했는데요. 숨이 턱턱 막히는 거리네요. 아침부터 만리장성을 또 보게 되는 군요.



    중국에서 처음 맞이하는 터널!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처럼 친절하게? 불을 켜 놓은 터널이 거의 없습니다. 켜 있더라도 희미하게 켜져있죠. 캄캄한 암흑 속을 내달려야 합니다. 터널의 길이가 길면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가야합니다. 정신적, 육체적 체력소모가 상당합니다. 




    칭롱에 가는 길목, 유쾌한 식당을 만났습니다. 요리는 1개 시켰는데, 돈을 안받겠다며 닭똥집 요리를 건넵니다. 자신들도 식사시간인데 자신들이 먹을 요리를 우리에게 팍팍 나누어 줍니다. 마이크는 고기를 안먹기에 저 닭똥집 요리는 제가 다 먹었죠.



    두부요리, 이 것 하나만 시켰는데 말이죠~ 난중에는 오이도 설설 썰어주고, 대파도 큼지막하게 썰어 된장과 함께 대접받습니다.



    바로 이 유쾌한 '찌응'덕에 많은 음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 친구에게 외국인이 우리집에 왔다면서 자랑을 늘어놓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 메세지를 받습니다. 어머니를 쏙 빼 닮은 찌응은 어머니와 함께 식당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쾌활하고, 밟은 표정을 가지고 있지요. 한국인들이 카카오톡을 즐겨 사용하는 것 처럼 중국인들은 QQ라 불리는 메신저를 즐겨 사용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QQ 아이디를 주면서 난중에 한국에 놀러오라 요청합니다만, 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찌응은 참으로 맑았습니다.




    찌응네 식당을 떠나기 전....사진을 같이 찍자던 형?




    샨하이관을 도착하니 제법 중국에 온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사실 큰 빌딩이 많았던 대련은 러시안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영구지방은 재계발이 도심외곽에 상당히 넓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현대식 건물들로 말이죠. 후루다오 역시 살짝 지나치긴 했지만 중국?이라는 느낌을 받기에는 한계가 많았습니다. 만리장성이 시작되는 샨하이관에 오니 읍성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만리장성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 중국다운 느낌(아마 상상속의 중국?)을 받게 됩니다.










    지오샹 만리장성에 왔습니다. 입장료 30원을 지불하고 짧은? 관광코스이지만 상당히 가파릅니다. 500M 높이의 산 정상을 가파르게 오릅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 손에는 물, 한 손에는 손수건들고 땀 훔치기 바쁘죠.






    중국인들은 지오샨 만리장성의 가파른 오름새 모양을 마치 용이 솟구치는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만리장성이 처음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시계를 살피지 않게 되는데 바로 배꼽시계가 정확하게 식사 시간을 알려주기 떄문이죠. 칭롱에 가는 길에 마을이 보였고, 식당에 들어서고 그제서야 시계를 확인하니 11시 50분이였습니다. 밥 한릇 다 비우고, 한 그릇 더 먹으려 했더니 마이크가 면요리를 같이 먹자고 제안합니다. 


     


    역시 고추기름장을 살짝 겯들여서 먹으면 느끼한 기름맛을 조금 줄여주어 먹기 좋습니다. 국물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홍대 놀이터 앞 완탕집보다 가격도 10배 싸면서 맛은 10배 더 맛있네요. 그 완탕집 최근에 갔을 때에는 문을 닫았었는데, 아직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맛있는 면요리를 먹을 때나, 시원한 탕을 마실 때면 면요리 좋아하는 영순이형과 우리 아부지가 생각이 나네요. 



     


     


     


    하루 온종일 오르막에 오르막 길을 오르니 산 정상에서 텐트를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슈퍼마켙도 없을 뿐더러, 사람이 올 수 있을 곳이 아닌 산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1시경 한 여자가 남자 앞에서 구슬피 우는 소리에 한 번 깨고, 차소리에 여러번 깨었습니다. 중국 참 사람많죠잉. ;; 어딜가나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에요.




    다음날 아침,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반가운 손님들을 만났습니다. 안개 자욱한 산 정상을 지나는 중년 커플 3쌍이 자전거 여행중이더군요. 우리 아부지, 어무이와 나이가 비슷하신데, 몇몇 아주머니 분은 기어도 없는 자전거를 끌고 다니시더군요. 어제 저녁 투절거리면서 산에 올라온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지요. 자전거 여행은 젊었을 때, 건강할 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면 이 분들은 보신다면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이 분들 보다 젊다는 건, 기회도 더 많이 있고, 둘러 댈 변명도 덜 할겁니다. 





    이 분들 행복한 여행길 되기를 바랍니다.  







    산 정상에서 마실 물이 없어 혼났습니다. 치킨도 시켜먹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렇담 맥주도 필요할지언데. 매일매일 사먹던 물을 이제는 3일 정도 사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골로 가면 갈 수록 자신들이 마시는 물을 채워줍니다. 슈퍼마켙 사장님도 큰 물통은 팔지 않는다면서 물을 공짜로 담아줍니다. 그냥 나올 수 없어 빵과 맥주를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간단히 아점으로 만두 10개를 시켰는데, 이거 웬걸 찐빵 10개가 나옵니다. '빠오쯔'가 커다란 만두였고, '짜오쯔'가 조그마한 만두를 일컫는데, 실수로 빠오쯔가 다 만두인줄만 알았던 마이크와 저는 크게 당황합니다. 남길줄 알았죠? 다 먹었습니다. 빠오쯔 한 개당 1원!




    드디어 쳉더에 다다랐습니다. 샨하이관에서 쳉더까지 220여km되는데, 베이징에 벌써 다다랐을 거리였지요. 베이징은 조금 미뤄두어도 괜찮습니다. ㅎ





    카우치서퍼 호스트인 마커스(사진에는 없지만)는 서툰 중국어를 말하지만 (저와 거의 비슷할정도) 자주 이용하는 무슬림 식당분들과 주위 이웃들의 환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날도 무슬림 식당에서 저녁먹고, 다른 곳에서 양꼬치 즐기고, 다시 무슬림 식당에 초대 받아 엄청난 양의 식사를 대접받습니다. 


     


    무슬림 식당에서 일하는 28살 청년, 이름이 생각이 잘 안나네요. 오늘 또 식당에 가서 이름을 물어야겠습니다. 자씩, 나랑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이 날 500ml맥주만 6병 넘게 마셔서 그런지 다음날 머리가 조금 지끈거렸지만, 다행히 무슬림 식당에 가서 또 6원짜리 수타 라면으로 해장을 했지요.




    쳉더에 오니 9월이 되었습니다. 처음 텐트치고 잤을 때 가느다란 초승달이 어제는 보름달로 변해있습니다. 이제 겨우 보름 머물렀는데 한 달 넘게 지낸듯 시간이 더디게만 흘러갑니다. 열흘 넘게 집에 연락도 못했으니, 인터넷을 통해 종오형, 영순이형한테도 전화하고, 큰누나에게도 전화도 하고, 몇몇 친구들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


    쳉더에 오길 잘 했습니다. 무슬림 식당 주변의 이웃들의 환대 속에 어제는 눈이 조금 불편한 안마사들에게 전신 안마도 공짜로 받았고, 양고기 다리 한 쪽을 다 구워먹었습니다. 양고기를 먹으러 간 넓은 야외식당에는 총 5명이 갔지만, 고기를 먹지않는 마이크와 양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마커스의 여자친구 카멜라, 그리고 식사를 대접해주는 과일가게 사장님은 고기 몇 첩 안먹었기에, 마커스와 저와 둘이서 내 몸통만한 양고기 다리를 다 먹었습니다. 손님 대접 후하게 즐기는 전형적인 중국인 아저씨였습니다.


    그 과일 가게 아저씨와 내일 수영장에 가자며 약속했는데,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군요.(도대체 내 물안경은 언제 쓸 수 있는 것인가?!) 무슬림 식당 주변으로 슬슬 배회하며 식사 즐기고, 휴식을 하루 더 취해야겠습니다. 한국에 태풍소식을 들었습니다. 부디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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