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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카항] 유기농장에서 만난 인연들
    Cycling/seasia 2013. 2. 20. 13:51


    내가 살다살다 이렇게 재미없는 일은 처음 해보는 것 같아. 나중에 정말 '혼자서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한 곳이기도 하다. 하긴 '혼자'는 결코 아닐꺼야. 암, 그러면 안되지. 유기농장 방문은 베이징 한 번, 타이완 한 번, 그리고 말레이시아 여기 한 곳, 세번째 방문이다. 각설하고, 유기농장 같지 않은 이 곳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아주 간단히 이야기 해야겠다. 유기농 쌀 재배 농장인데 논 구경 해보지도 못했다. 정말 정말 어처구니 없는 곳이었어. 오르가닉은 무슨!!! 흥!!!! 그릇 설거지를 독한 세재를 쓰는 곳이 무슨 오르가닉이야!!! 흥!!!






    이 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주인장에게 전화를 했다. '친절한' 중국인 처럼 반갑다고 환영했다. 그런데 다음날 직접 만나니 '전 날 나와 통화한 사람이 정말 이 사람이야?'할 정도로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자기 일만 한다. 중국인 소유의 이 농장은 3-4명의 중국인 아저씨들이 있는데, 모두 한 결 같이 불친절하다. 심지어 인사 조차 받지 않을 정도. 아침에 화장실 가는 길에 '군모닝'하고 인사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도 한국 유기농장에서 3년 일했었어요. 그들의 반응은 '근데?'라는 식이다. 나의 얕은 지식이나마 서로 공유하고 공부하고 싶은데, 그런 것 일체 없고, 하루 8시간 일하는 시간을 준수하란다. 아무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려 하니 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저런 농작업을 했냐고? 아니, 결코!!! 창고 정리만 했다. 그려~ 창고 정리고 쓰레기 청소도 문제 없어. 열심히 해 줄 수 있는데 말이지, 주인장들이 너무 미워. 일하기 너무 싫었다. 15일 머물려고 계획 했지만(규정이 최소 15일) 7일만에 달아났다. 





    아 심심해. 여기 괜히 왔어!







    하루종일 맥빠지는 일을 하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일. 첫째, 매일 풍경 좋은 노을을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유기농 쌀을 재배하다 수익이 나지 않자 리조트 사업을 병행하는 이 곳. 쉬는시간 원하는 때에 노 저으면서 카약타고, 배를 탈 수도 있다.  
































    둘째, 좋은 친구들을 수두룩히 만났다. 중국 춘절을 맞이해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친구들로 북적거렸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 제각기 2명, 3명, 또는 혼자 이곳을 방문한 그들은 모두 여기서 친구가 되었다. 이 농장에서 유일하게 친절한 왼쪽의 말레이 요리사 2명. 에콰도르에서 1명, 주황색 옷을 입은 네팔 친구는 일꾼이다. 부인이 무려 3명이나 있단다. !!! 







    첫 날 저녁, 별 사진 찍으려 게스트 하우스 옥상을 올라갔지만, 지붕이 있다. 아뿔싸. 프랑스 친구 3명과 모로코에서 온 아주머님과 한창 이야기 중에 끼어들게 되었다. 프랑스 치고 영어 발음이 깔끔하다. 알아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왼쪽 모로코에서 온 아주머니는 사진작가. 주로 자연물- 구름, 물, 풀 등을 관찰하며 재미있는 모습이 발견되면 사진에 담는다. 젊은 2명의 프랑스 소녀들- 징갑과 소피아는 철학 여행 중. 혼자 또 자유로이 유기농장 찾아다니는 하파엘. 3명의 여인들은 이틀 밤을 보내고 달아났고(!) 하파엘과 일주일 함께 일했다. 







    중국 소녀들~ 스티로폼을 잘게 부수어 강물에 띄울 구조물에 채워 넣을 예정. 흠, 농장일 중 가장 시원한 곳이고, 쉬운일이었다. 







    춘절기간동안 방문하는 손님들, 농장은 리조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 많은 손님들이 하룻밤 지내고 간다. 그들의 식탁을 준비하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설거지도 물론. 어쩔 땐 3-400명 어린이들 떼거지로 올 때도 있단다. 옴마야. 주로 손님들은 중국인. 주인장이 중국인이라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오, 말리고 싶다. 이런데 오지 마세요. 조금만 더 가면 해변가 있잖습니까!! 거기 가세요~








    에콰도르에서 넘어온 까를로쓰! 나이가 나와 같고, 유기농업에 관심이 많고, 동시에 건축가이다. 집 짓는 이야기 대만 농장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역시 여기 장기 봉사자로 있으면서 물 위에 집 한 채를 짓고 떠날 예정. 대만을 넘어간다니, 난아오 자연농을 꼭 가라고 일러주었다.

     










    나와 같이 다리에 무지개를 그렸던 친구. 중국 친구들 배려심 많아 좋다. 한 날 밤, 영화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 나 혼자 때문에 한국영화를 보기도 했다. 재미없던지 다 자버리더라. 








    유일한 한국인인 나에게 어색한 한국말로 이야기해주던 중국 친구들. 말레이시안 차이니즈다. 그들의 어머니는 쿠알라룸프 옆 클랑(Klang)에서 미용실을 하는데(어쩐지 머리들이 다 풰셔너블해 다들) 미용실 들르면 공짜로 머리 깎아준댔다. 근데, 다듬을 머리가 없잖아 나는.











    아무리 군대가 이상한 조직이고, 학교가 짜증나는 곳, 그리고 여기 최악의 농장이지만 그래도 남는 것은 친구들 뿐이라고. 일주일 내내 즐거운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지루한 농장일에 대단한 위로가 되었다.










    농장과 가장 가까운 카항(Kahang) 동네의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무료한 하루를 달콤하게 달랠 수 있으니, 주저않고 친구들과 함께 갔다. 그러고 보니, 이런 재래 야시장은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이다. 중고 전자제품을 파는 곳.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40분. 배고픈 배를 채우면 40분은 훌쩍 지날 것이다. 찾아 얼른! 맛있는 것!! 어서!!!!







    꼬치? 흠 고기는 사양하겠습니다. 당분간




















    중국인 친구들이 지갑을 놓고 왔단다. 결국 내 지갑을 공유하며 함께 다녔다. 형이니까 다 사줄께, 이야기만 해. 하하. 저건 중국 친구가 고른 닭고기. 그 위에 매콤한 칠리 소스를 발라준다.  











    속에는 밥이 뭉쳐져 들어있다. 심심한 맛.









    이 것은 핫케잌과 맛이 똑같다. 포트 딕슨에서 트랜스젠더와 함께 먹었지만, 속이 불편해서 먹지 않았다. 땅콩맛만 잔뜩 난다.



















    면요리. 엄청 맵다. 흔 라~




















    상하이에서 넘어온 친구 둘. 왼쪽은 혼자 동남아 여기저기 배낭여행 중. 오른쪽은 자유시간에 항상 나에게 와서 '정글을 갈껀데 같이 갈래? 야시장 갈껀데 같이 갈래?'하며 항상 물어봐 주던 고마운 친구다. 자기는 안가면서 사람들 가니 같이 즐기라는 배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정글을 같이 가자는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오늘은 정글 탐험하는 일행에 끼었다. 지금은 낮시간, 일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리인의 눈을 피해 정글로 대피했다. 근데, 저 하늘색 옷 아저씨도 관리인인걸? 뭐, 어쩔꺼야. 흥. 정글에서 일행 놓치면 큰일나. 간격을 유지하려 가뿐 숨을 내쉬며 따라간다. 








    우와, 열대림이란 말인가!!!!









    긴 팔과 긴 바지, 그리고 부츠가 필수다. 긴 바지임에도 나풀거리는 간격으로 벌레가 들어와 혈관을 떠뜨려 피를 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살살 간지러운 느낌이 있다면, 얼른 확인해봐야 한다. 


























    동네 폭주족?
















    아가씨들도?
















    말레이시아 식당에는 사람들이 흘리는 때로는 던져주는 음식을 갈구하며 먹고 자라는 고양이들이 참 많다. 여기 농장 역시 귀여운 새끼 고양이 셋이 살고 있다. 귀엽지만, 털이 너무 많이 날린다. 으~









    하파엘과 엄청난 약속을 해버렸다. 들으면 아마 놀랄거야. 내가 내년 초 즈음 자전거타고 터키에 도착하면 아프리카로 갈지 아니면 유럽으로 갈지 결정해야만 하거든. 하파엘이 사는 리옹으로 가기로 했어. 리옹에 가서 내 자전거를 그에게 빌려주기로 했고, 하파엘은 내 자전거를 한국 우리집에 도로 갖다 놓는 것으로 약속했어. 나는 프랑스에서 일할 궁리를 해봐야한다. 생활은 하파엘의 집에서 머물 수 있다. 어머나! 그럼 프랑스에서 자전거 여행 접는 거냐고? 아니. 또 하나 싼 것 구해보지 뭐. 까짓껏. 프랑스 워킹비자를 알아보니, 신청은 한국에서만 가능하다는데? 이걸 어쩌지. 









    일이 재미없으니,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나는 자전거를 고쳐야 했기 때문에 자전거 수리 도구를 사러 카항 시내를 가야한다. 혼자 어찌 가야 망설이는데, 고마운 녀석들이 같이 가잔다. 버스를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어렵지 않게 5분만에 히치하이킹 성공!!! 오른쪽의 나와 나이가 같은 '왕와'는 탄자니아에서 5년간 일하고 지금은 여행 중. 채식주의자, 그리고 명상, 치료에 관심이 많은 똘똘한 중국인. 다른 중국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지 않아 처음 이틀 동안은 엄청난 신비주의에 휩싸인 여자였다.  








    말레이시아 시골 게임방. 자전거 연장 도구를 어렵사리 사고서는 하파엘이 비행기 예약을 하는 동안 앉아 쉬었다. 








    또다시 버스를 기다리기로??








    언제 올 줄 알고!!? 역시 5분만에 히치하이킹 성공. 나 자전거 버리고 히치하이킹 할까봐. 너무 쉽게 잘 되잖아. 오늘은 마지막 밤이니 맥주 4병과 땅콩을 사고 돌아간다. 하파엘은 쿠알라룸프 인디안 유기농장에 또 가서 일한다. 리옹에서 만나기로 해~내년 4~5월 즈음?












    다른 중국인 친구들보다 왕와와 하파엘, 그리고 아직은 배울게 더 많은 중국인 소녀 쯔이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매번 밥을 같이 먹었고, 무엇보다 유기농업 뿐만 아니라, 단순한 삶,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공통된 관심사 덕에 많은 이야기들을 서로 주고 받았다. 왕와는 중국에 돌아가면 힐링 센터를 운영하고 싶어한다. 언제고 그녀의 힐링 센터를 방문하기로 약속한다. 


    이렇게 멋진 젊은이들이 농장을 방문하는데, 농장 관계자들은 무관심하다. 그들의 무관심이 나를 화나게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공유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장이 없으니 말이다.  










    동쪽해안과 40여km 떨이진 이곳 카항에서 나는 다시 왔던 길로 서쪽으로 넘어간다. 바투 파핫까지는 95km. 그리 멀지 않다. 바투 파핫에 또다시 도착하면(이번이 3번째 가는 바투파핫이다) 서둘러 쿠알라룸프를 거쳐 태국으로 올라간다. 한 달을 넘게 말레이시아에 있었는데 제자리 걸음이다. 조급한 마음? 글쎄, 괜찮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 만나고 있잖아. 왕와와 하파엘의 평온한 여행길을 응원한다.  



    이제 북쪽으로 쭉쭉 올라갈 준비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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