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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멀싱] 중국 춘절 풍경 "꽁시퐈챠이"
    Cycling/seasia 2013. 2. 20. 02:39


    "꽁시퐈챠이" 새해에 부자되세요~라는 중국 새해 인사다. 일주일 긴 연휴를 앞두고는 말레이시아의 중국인들도 가족끼리 긴 휴식을 보낸다. 나는 그것도 모르채 중국인 친구에게 홈스테이를 요청해버렸다.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다길래, 아무래도 50%의 승인만 받고는 바투파핫을 떠났다. 편안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거친 생활에 대한 면역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 오늘은 텐트를 펴고 자야겠다. 



     




    오늘 저녁도 역시 말레이. 중국인들을 너무 오래, 많이 만나서 중국음식만 먹는 요즘, 자전거를 탈 때에는 어김없이 인디안, 말레이 식당을 들른다.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50km정도만 타고 일찌감치 잠자리를 찾았다. 









    하루종일 땀으로 온몸이 젖기에, 샤워 문제를 매일 고민하게 된다. 다행히 얼마안되는 야영 중 매번 샤워를 시원히 했는데, 오늘은 어째 힘들 것 같다. 모스코에서 무슬림들이 기도하는 어두운 저녁, 모스크에 켜져있는 불빛을 빌려 민가 수도꼭지를 틀어 머리 감고, 발 닦고, 윗 몸만을 슬쩍슬쩍 닦았어. 이게 어디야. 어후 시원해. 









    새벽 2시에 말레이 어린이들 4명이 내 텐트가 있는 곳으로 왔다. 이 놈들 안자고 뭐하는겨!! 하며 텐트 문 열고, 간단히 인사하고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사실, 길 가 옆이라 자동차 소리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밤에 안자는 습성, 새벽 6시까지 차가 줄지 않고 지났다) 한 숨 제대로 못잤는데, 아이들까지 와서 장난을 친다. 아고, 나 잠 좀 자자. 


    순진한 애들이라 생각했는데, 새벽 4시즈음 자전거를 확인해보니, 한 쪽 패니어가 없다!!! 없다!!! '이노무새끼들!!' 한 밤 중 텐트 속으로 다시 들어가 차근차근 정리를 시작한다. 패니어가 하나 없다. 어떤 짐이 들어있었지? 옷, 빤쓰, 브레이크 패드....음.....헉! 자전거 수리도구!!! 일단, 짝짝이로 달려야하는데, 가방을 어디서 또 산담. 한 쪽만 팔지 않을텐데, 2짝을 새로 사야되나. 만들까? 짐이 많이 없으니, 한쪽만 달고 다닐까. 아냐. 멋이 없잖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때문에 결국 7시까지 뜬 눈으로 지샜다. 


    내 너희들 평생 키 안크게 저주를 내렸노라!!! 







    해가 뜨고 혹시나 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고맙게도? 패니어가 있다. 널부러진 양말, 빤스를 주워모으고는 없어진 물건을 확인해보니, 이런....자전거 연장도구가 몽땅 없어졌다. 날 골탕먹이려 하다니. 하루 더 잠복했다가 혼쭐을 내줄까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패니어가 있으니 다행이다. 아, 어머니가 선물해준 개량한복도 없어졌다. 








    다음번에는 잘 보이는 곳에 이것을 붙여 놔야겠어.









    오늘은 멀싱(Mersing)까지 130여km의 일정. 오! 100km 달렸어! 도착 35km를 남기고는 오르락 내리락 언덕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그늘이 없다. 아, 뜨겁다.








    음료수 하나 시원하게 마시고 싶어 인적드문 길가에서 반가운 까페를 찾았지만, 아무도 없다. 아 그늘을 내게 달라.









    열대밀림의 우거진 숲이 갑자기 없어졌다. 그늘이 없어지더니, 나무까지 몽땅 없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민둥산을 처음 본다.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또 밀고, 콘크리트 건물 들어서나.....?











    맨 오른쪽 키 큰 '까이숑'이 나의 호스트. 약속 당일 점심 시간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의 허락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단다. 엉? 아직?? 눈칫밥을 먹게 되는건가? 다행히 식사시간 내 밥그릇이 놓여져 있었다. 이 날은 구정 전 날. 크리스마스 보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특별하듯이, 구정 당일보다 전 날 행사가 더 활기차다. 저녁 먹고 외출 준비 완료!







    중국인들 참 많아. 이 절을 가도 모두 중국인, 저 절을 가도 중국인. 절 바로 옆 힌두 사원은 문을 굳게 닫혀 있어 대조를 이룬다. 절에 들어가면 돈 봉투를 받는다. 밤 10시 넘어 받을 수 있기에, 초저녁에는 이 아저씨로부터 초콜렛이 담긴 봉투를 받는다. 









    여러 종교, 여러 인종이 있어도 싸우지 않고 평화로이 공존하는 말레이시아. 여기는 절이지만, 예수님도 보이고, 이슬람 등등 기타등등 보인다. 맨 오른쪽이 어느 종교인지....??















    새로 지어진 큰 강당 한 켠에서는 새해복을 기리는 사자성어, 무려 50여가지(하얀 A4 용지에 목록이 있다) 중 한 개를 골라 붓글씨 솜씨를 뽐낸다. 









    알고보니 예쁘고, 멋지게 쓴 사람에게는 상품이 수여된다!!! 어라!!!???









    나의 "아트웍 센스"로 나도 한 번 도전!!! 근데 볼펜, 연필, 가끔 붓펜을 사용하지만, 붓으로 글씨 쓰는 일은 국민학교 서예시간 이후로 처음이다. 이런, 









    이상하게 쓰여진 한자를 버리고는 '한글'로 유인구를 던진 나. 이 곳에 정녕 이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던가. 그렇게 생각해보니 '근하신년'처럼 딱딱한 글 보다 우스꽝스러운 글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령 '공격대짱' '미잉규리' '돈좀내놔' 등등


























    여기가 말레이시아더냐? 중국인들 넘쳐난다. 조금 웃긴 상황인데, 모두들 여기 강당에 앉아 자정이 되기만을 기다리는거야. 무대도 번지르르하게 조명이 있길래 공연이라도 열리나 내심 기대했는데, 경품추첨을 하고는 모두 뿔뿔히 흩어진다. 상품은 과자 한 다발. 과자 한 다발 받으려고 자정이 지난 시각에 40분을 넘게 앉아있을 수 있다니. 나는 글쎄, 심심해 죽는줄 알았다.  



     





    경품 추첨에 앞서 한자성어를 예쁘장하게 잘 쓴 사람 5명을 골라 역시 과자 한 다발을 상품으로 주었다. 한글이 신기했는지, 내가 상을 받게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연출된다. 순간, 마이크 잡고 설명까지 했으니, 중국 춘절 시작을 꽤 요란하게 시작한다. 어머나! 나 서예에 재능이 있었나봐!?

















    이 날 돌아다닌 절은 총 4개. 복돈을 나누어주는 아저씨 앞에 줄서서 기다리면 새해복을 기리는 복돈을 받을 수 있다. 누가 말레이시아 사람인지, 나 얼굴 꽤 많이 탔다. 








    한 봉투에는 2 RM(링깃). 한국 돈으로는 700원이 들어있다. 이 돈 차곡 차곡 모아 잃어버린 자전거 연장을 사야하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귀울여 따라가보니, 한국의 사물놀이 패 못지 않게 굉음을 뿜어내는 공연이 벌어진다. 아우~ 귀 따가워.








    바로, 사자춤이다. 
















    자정이 넘어 새해다. 새해 인사를 하는 중국인들을 보니, 한국 설날 풍경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눈이 많이 내렸을까. 할머니 산소에는 추워서 안갔으려나. 떡꾹 먹어야 한 살 더 먹을텐데. 떡꾹 구경을 못했네. 떡꾹에 김 왕창 넣어! 김국인지 떡꾹인지 모를 정도로 왕창 넣고, 만두를 반 갈라 만두 속을 김국물에 적셔 한 입 꿀꺽하는 상상을 해본다.  








    주말까지 뻘껀 날이 샌드위치로 겹쳐 무려 9일 넘게 쉬는 카이슝에게 '내일은 뭐 할꺼야?' 물을 때 마다, 그냥 집에서 쉰단다. 특별한 놀잇거리가 없었으니, 나의 방문이 반가운 모양이다. 멀싱(Mersing)은 동쪽 해안. 동쪽을 따라 올라가려 했건만, 장마철이다. 비가 매일같이 내리고, 바닷물 색깔이 마일로(Milo)를 탔는지 꾸중물이다. 3월 되면 푸른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인데..... 말레이시아 동쪽 푸른바다를 못보고 태국을 가는 것인가. 그럴 순 없겠지?   








    꾸리꾸리한 날씨, 해변에 앉아 낮술만을 즐기다 온다. 발 한번 살짝 담궈 본다. 카이숑은 키가 크다. 로봇처럼 벌어진 넓은 어깨. 미래의 치과의사. 오~ 가방끈이 사진처럼 길다. 










    바닷물 더럽다고 발만 살짝 담궜는데, 어린이들은 역시 다르다. 변명없는 어린이들처럼 살아야 하거늘...
















    지금이 2월, 동쪽은 연일 비가 온다. 바닷물도 마일로, 코코아 색깔이다. 그렇다. 포기하자. 3월에 조의 동생과 함께 뜨랑까누를 가고, 서쪽으로 돌아가 태국으로 서둘러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서쪽해안도 랑카위, 페낭 섬이 있응께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애써 동쪽으로 넘어왔건만, 나는 다시 서쪽으로 움직인다. 








    설날 아침에 먹는 춘절 밥상. 떡꾹처럼 특별한 음식없이, 무조건 고기 반찬이 총동원된다. 





    여긴 돼지고기.








    생선까지. 생강은 향이 너무 강하다.


     





    간편한? 아침식사.







    명절에 타지에서 보내는 외로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안한 생활에 또 젖어있다. 

    카이숑이 자신의 긴 옷을 나에게 입힌다. 어라! 내 성룡신발 신어야겠지?

    이건 얼굴이 탄게 아니라, 조명이 어두워서 얼굴이 어둡게 보이는 것. 변명인가?







    카이숑의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을 땐 보통 아주머님인데, 외출할 땐 아가씨로 변신도 하신다. 







    아프리카로 배낭여행 떠나던 친구로부터 무거운 론리플래닛을 선물 받았다던 카이숑. 나도 집을 떠나기 전 날, 한참을 봤다. 물론 사진만. 앞으로 내가 지나가야 할 나라들인데, 저걸 언제 간다냐. 개인적으로 론리플래닛을 참고 안한다. 사전같은 느낌이어서 일단 싫고, 현지인들에게서 얻는 생생한 정보가 나는 더 좋다. '카이숑'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유기농장이 있단다. '자원봉사 가능해?' 묻자, ok!!! 안 갈 이유가 없지. 유기농장에 대한 언급은 론리플래닛에 없는 정보 아닐까. 내일은 푹 쉬면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유기농장 이야기를 써봐야지. 이 농장이야 말로 '내가 과연 농사 질 수 있을까'하며 되묻게 되는 장소였다. 자야겠다. 새해 복! 새해에 재미있는 일들 하며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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