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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 5월의 네팔, 그리고 찾아온 무더위
    Cycling/Indianepal 2014. 6. 11. 18:22



    지난 5월은 어제 있었던 순간, 어제 만났던 이들까지도 오랜 기억처럼 그리워진다. 모두가 함께 있었던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있다보면, 그 모두 함께 했던 기억이 추억이 되어 그리워진다. 5월, 다시 돌아온 포카라가 그러하다.


    연이 닿았던 사람들 - 10여 년 전 '롤링스톤즈'라는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한 기억이 있는데 그 시절 그 낡은 지하실 클럽을 운영했다는 준영이형, 바라나시에서 우연히 만나고 룸비니 한국절에서 오묘하게 마주친 인연, 사진찍는 오린지와 한솔, 룸비니에서 처음 만난 대학교 후배 현정이, 산을 같이 올랐던 우기와 브라질 청년 다니엘로, 그리고 함께한 젊은 유럽친구들. 백숙 한 끼 같이 했던 토토/래빗 부부, 약속하지 않아도 언제나 스치는 인연 연극인 기훈행님과 용감한 여인 민선씨. 그 중에서도 산 중턱에서 만난 대학교 후배 하나는 카트만두에 홀로 버려진? 나를 이틀 사흘 챙겨주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어주었다. 일년 전에 오겠다고 연락했다가 지금에서야 만난 명화는 먼 땅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내가 정말 여기 있었나? 우리 언제 만났나? 꿈에서?

    5월의 네팔은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대학교 후배, 기특한 후배 명화와 하나를 따라서 시골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꾸불꾸불 버스를 타고 '베시'라는 마을. 조용하고 고요하고, 전기없어 더 좋다. 






















    한국도 모내기가 끝났을 터. 여기 카트만두도 모내기가 한창이다. 산간 지역이라 고도마다 지역마다 농사달력이 제각각인듯 싶다. 아랫마을께는 벌써 벼가 쑥쑥 자라있었는데 말이다.  











    나마스떼~












































    어이, 총각 일도 안도와줌스로 그냥 가기여?

    언능 신발 벗고 옷씨요, 뭣텨?














    밤새 전기가 안나와 로맨틱한 감정이 솟구치게 하는 촛블을 켠다. 카트만두에서 장봐온 야채들로 간단한 요리를 대접받는다. 기특한 동생들, 강인한 동생들. 더 많이 사주었어야 했는데 네팔은 자기들 '나와바리'라며 손 저어가며 사양했고, 되려 돈다발을 나에게 뿌려 놓고 떠났다. 하나는 네팔에 남아있어 카트만두를 떠나기 전 날 밤 작별인사를 했고, 명화는 같은 숙소에 있다가 새벽 일찍 버스 정류장으로 길을 나섰다. 그렇게 모두 떨어져 나간 뒤 푸른 새벽 빛이 도는 방 안에 혼자 앉아 있으니 솔솔 그리움이 밀려오네. 5월의 네팔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 이들 때문이었을지도.


































    카트만두에 돌아왔다.

    만두가 먹고 싶은데
























    산 중턱에서 만난 토토와 래빗 부부. 토토행님의 호주 유학생활, 여행이야기가 한창 무르익는다. 나도 호주라는 곳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일찍이 호주 이민간 옛친구 생각에 그 녀석 이름을 얼떨결에 말해버렸다. '홍준이여~' '홍준?'하며 토토행님도 알고 있단다. 참네, 그많은 호주 이민자, 유학생 중에 알고 있는 사람이 같다니. 경악스러울 정도다. 토토/래빗 역시 세계일주 중인 부부. 부럽네. http://blog.naver.com/sm_0710











    바지가 계속 속을 썩인다. 

    꼬메고 꼬메고 꼬메고 꼬메고











    그리운 네팔의 5월을 뒤로 하고 왔던 길을 도로 남쪽으로 내려가고 하늘로 올라간다.











    포카라에서 구입한 침낭 한 개가 생겼다. 갑자기 짐이 많아져 어찌할꼬.











    내리막 길을 슝슝 지나쳤던 곳을 다시 올라가니

    그 전에 스쳤을 풍경들, 사람들이 반긴다.






















    아따, 언니는 참말로 인상 좋으셔잉.

    참말로 샥시 삼고 싶은디

    결혼은 혔는가?


    눈 그윽히 마주치기 부끄러웠다. 

    참말로 시약시 삼고 싶었는디.












































    세상에나! 태국에서 시큰둥했던 망고- 망고의 그 수상한 냄새가 진하게 올라와서 시큰둥 했었는데. 여기 네팔에서 만난 망고는 세상 그 어떤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달고 맛있다. 대만에서 먹던 파인애플과 더불어, 남인도에서 먹었던 파파야와 더불어, 세상 가장 맛있는 과일. 탕탕탕!! 더위에 지쳐 잃기 쉽상인 식욕도 망고 하나 뚝딱 조지면 식욕이 금새 돌아온다. 신기하지. 저 노란 망고는 하루에 열 개씩 먹고 있다. 가격은 1kg에 한국돈 1,000원. 보통 3덩어리. 그 옆에 있는 '리치'도 한창 맛있는 철이다.  











    올라간다. 하늘로 올라간다. 











    우기의 분노폭발 오르막질.











    우기의 회개의 오르막질. 잘못혔시요.











    거의 다 올라온듯? 하다. 학교에서 잠을 청한다. 비오는 우기가 시작된 네팔 하늘이었건만, 낮에는 쨍쨍하게 내리쬔다. 허나 저녁이 되면 꼭 한 번 비를 뿌린다. 매정하게. 텐트를 다 폈고, 저녁도 먹었고, 이제 들어가 여유있게 자면 되는데....











    비가 와부렀다. 비록 소낙비였지만 물이 고여 텐트가 젖어버렸다. 우리를 살갑게 맞이해 주었던 한 친구의 아버지가 이 학교 선생님이었고, 비가 내리는 와중에 우산을 들고 우리에게 찾아와 교실에서 자라고 자물쇠로 교실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텐트 말리며 모기장을 쳤다. 여긴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곳인데 반팔만 입고 이불도 없이 잤는데.... 뭔가 수상쩍다. 과연 밑으로 내려가면 얼마나 더울까.











    하룻밤 고맙게 대해준 친구에게 연락처를 남겨주고 떠났다. 네팔은 한국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더 친절히 대해준다. 보답하는 길은 언젠가 한국오면 밥 한 끼 사주는 것. 약속을 하며 헤어지고 그 약속 지킬 날 기다리며 사는 것이 또 재미지지 않나. 여행길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쌓이고 쌓인다.




























    그래, 인자 날 때도 되야제. 40km 내리막을 모두 내려오고 우기를 기다리는데 뒷 타이어가 더위를 먹었는지 맥아리가 없다. 여행 20개월 만에 첫 빵꾸! 타이어 성능이 좋은거냐 아니면 얼마나 안탔으면 이제서야....판단은 여러분이.






















    평지 세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무더위. 왜이래, 나 이래뵈도 말레이시아도 있었고, 한 여름 에어콘 없이 대만에서도 살아 버텼단 말이지. 왜이래 정말. 상상하기 힘든 무더위. 도대체 몇도야? 











    룸비니 한국절의 미숫가루가 그리웠지만 30km를 더 가야해? 왕복 60km. 오, 안댜. 언능 가뿌요!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물에 빠진 생쥐마냥

































    캠핑 장소 물색의 첫 번째 요건은 조용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물!! 물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해가 지고 있는데 여적 땀난다. 도대체 몇도야?











    내 숨은 자전거 찾기









    저녁 준비에 바쁜 나. 마늘을 하릴없이 까고 있다. 텐트를 여유있게 펴고 저녁 준비하는데 내 앞에 서있는 산토가 자기 집에 놀러오란다. 그리고 방 내줄테니 자고 가란다. 워워, 우리 텐트 다 폈으요!!!  괜찮아~ 괜찮아 했지만 먹구름이 몰려오며 다시 텐트를 걷을 수 밖에 없었고 산토네 집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여유로웠는데, 10분 뒤 비바람이 몰아치며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산토네 방은 환기가 전혀 안되는 방이었기에 낮 동안 달구어진 시멘트 벽으로 인해 방 안은 그야말로 사우나였다. 어찌 자야하나, 고민끝에 산토네 오빠가 운영하는 학원 교실에서 모기장을 펴고 잠을 청했다. 허나, 역시 더운 밤. 선풍기 바람에 겨울 기대어 잠들고, 새벽 6시에 일어났는데도 땀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아, 여기 도대체 온도가 어떠하길래 이리 덥노. 왜이래, 나 말레이시아, 대만에도 있었단 말여!? 











    아, 꼬메고 꼬메고 꼬메고 했던 바지가 땀에 젖은채로 있다가 내가 손가락으로 집어 올릴 때 부욱~ 소리를 내며 숨소리를 마침내 끊어버리려는 듯. 수리비 쓰다 새 바지 사겠네. 기능성 옷들이 쌓여있는 포카라를 떠나자마자 이렇다니. 결국 20개월 함께 입었던 바지는 어느 시골 구멍가게 쓰레기 통에 페트병 물통과 함께 묻혀졌다. 잘 가시게. 






















    워메, 애기 오줌싸부렀네.

    소변에 젖은 옷은

    그냥 햇빛에 말리고 다시 입힌다. 












    형, 여기로 와와~ 여기! 산토네 가족에게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또 언젠가 만나는 약속을 쌓고 헤어진다. 






















    그늘에 쉬면서 감자 먹으며 앉아 있는데, 그냥 앉아있는데 내 닭다리같이 살이 뭉글뭉글한 장딴지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여기 도대체 몇도여!? 왜이케 더운겨 시방!? 











    왜이래! 나 말레이시아, 대만에서도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시방 왜케 더운겨










    이런 시방, 40도가 넘었던거네.

    흠.....내가 졌소.


    심지어 내일은 45도까정 올란간다고라?!











    여그는 말레이시아, 대만이 아닌게라. 네팔, 인도랑 가까운 산없는 네팔잉께 시방 더운겨. 우쨔 아낙네들은 땀 한 방울 없이 버틴다요? 나는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데 땀이 주르륵 주르륵 옷 안에서 장대비를 만들고 있다. 아....시방 왜케 더운겨!?











    망고로 역시 없는 식욕을 살아나게 했다. 그래도 땀이 계속 났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우기와 함께 버스를 타기로 했다. 엊그제부터 30시간 넘게, 잠자는 시간에도 땀을 흘려서 몸이 더이상 못 버틸 것 같았다. 오메, 나죽네. 꿋꿋하게 묵묵하게 자전거 타고 싶었는데 오메, 나죽네그려. 항복!!






















    버스표를 예약하고 마을에 들어가 집을 만들었다. 여유있게 샤워도 하고 라면도 끓여 묵고, 망고도 올망졸망 먹고 있는데 어김없이 비바람. 강한 바람때문에 내 모든 짐들이 모래 바람을 맞았다. 알몸 채 드러낸 내 옷들이며, 텐트 속까지 온통 모래천지. 아, 텐트 치고 살기도 참 힘들다. 다행인건? 한 바탕 소란을 피운 비바람 덕분에 숲은 한결 시원해졌다. 오랜만에 시원한 밤을 보내며 깊은 잠을 만났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소희를 쏙 빼닮은 아이.

































    결국, 두 손들어 10시간 버스를 타고 인도 국경에 다다랐다. 비싼 숙소, 하루에 2,000루피(2만원)하는 럭셔리 호텔에 짐을 풀었다. 물론 사진 속 호텔?은 아니고, 호텔방까지 에스코트까지 해주는 곳이다. 방안에서 안나오고 있다. 이리 고생했는데 이정도 쯤이야, 선물이여 하며 호강한다. 역시 망고 가득 사서 퍼먹고 있다. 어쩜 이리 더울까. 밖을 나가지 못하겠다. 얼른 산이 있는 곳으로 달아나야지.


      

    그리워지는 네팔, 언제 또 다시 오려나.

    내가 네팔에 있었나? 그랬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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