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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시] 우이산 옆 황깐산 나들이?
    Cycling/chinataiwan 2012. 11. 6. 02:01



    나들이라고 하기엔 정말 빡씬 일정이었어. 60원(한화 1만원)짜리 고급 여관에 공짜 잠을 재워준 크리링 아저씨와 선동렬 아저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전 날 약속했던 8시에 여관 앞마당에 모든 짐을 완벽히 꾸리고, 우이산 자락의 황깐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전 날 산 하나를 넘어 왔는데, 도로 그 산으로 빠꾸!! 으잉?





    황깐산을 가는 길목, 중국 장시지방의 옛집들이 아직도 많이 늘어서 있다. 나도 물 맑고, 찻 길 먼지 없는 이런 산자락에 집 한 채 있었으면 참 좋겠다. 





    집이 정확히 남향이라 햇빛도 하루종일 비춘다.  




    중국 여행하면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을 처음 보았다, 그것도 무려 3개월만에. 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그대로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피부가 곱다. 얼핏 보면 제주도 사는 선자누나와 비슷해. 


    내가 아는 한국 친구들, 누나들, 형, 직장동료 등등, 그런 지인들과 비슷하게 생긴 중국인들이 참 많아. 그 사람들 얼굴 보면서 '어라! 걔 닮았는데~"하며 생각하게끔 만든다. 희성이 잘 크고 있나 궁금한데.... 





    시골 사람들은 역시 단순, 소박하기 그지없다. 




    홈메이드 차 한 통씩 냉큼 내어주고!!! 왼쪽이 선동렬, 가운데가 키 작은 크리링 아저씨. 약간 살이 찐 흙살림 서 팀장님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물 정말 맑다!! 시원하고! 물안경끼고 들어가고 싶은데 말이야!!! 너무 춥다.





    황깐산을 가는 길목은 대나무가 죽죽 깔려있어. 내 생애 이렇게 크고 굵은 대나무를 보기도 처음이었지. 그나저나 계속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거야. 오늘이 월요일, 크리링 아저씨와 동렬이 아저씨는 저녁에 일터로 간다고 하는데, 왔던 길을 도로 뒷걸음질 해서 돌아간다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정이었다. 대나무만 보며 계속 계속 황깐산으로 간다.











    점심밥을 먹을 식당도 없고, 결국에는 슈퍼마켓 할무니한테 가까스로 볶음밥을 사먹을 수 있게 된다. 아니! 슈퍼에 맥주를 안팔어!





    창고? 내사랑 짜오쯔(만두)를 위자 위에 두고 있다니...




    장시지방의 모든 밥 집, 그리고 가정 집에서 볼 수 있는 밥 통이다. 뚜껑을 열고 역시 먹고 싶은 만큼 왕창 퍼서 먹는다. 





    볶음밥!!!! 장작불 떼워서 볶은거야. 할무니의 조리도구는 부러진 곡괭이!





    부슬부슬 흩어지는 볶음밥을 중국인들은 젓가락으로 잘 긁어 먹는다. 긁으면서 흡입한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다. 흡입하면서 오른손 젓가락질은 더더욱 부지런히 밥알을 입 안으로 전달해주어야 한다. 재빠르게! 후루룩 후루룩! 어! 저 아저씨 진짜 보면 볼수록 선동렬을 닮았다.





    처음에 우리에게 밥 해주는 것을 꺼림직하게 거절하시던 할무니가 냉장고에서 이것 저것 반찬을 날라다 주신다. 역시 푸근한 시골 인심.





    대나무 김치? 짭자름한 소금으로 절인 대나무 절임? 그냥 짠 맛.





    또 꺼네오신다. 중국식 김치! 우리나라 동치미가 대령했다. 시원한 맛은 한국 동치미가 승리. 이 무는 그냥 짠 맛. 시원한 맛이 없다. 






    동치미! 동치미! 근데 항아리에는 한국 동치미처럼 시원한 국물이 없다. 소금에만 절여놓은 듯 하다. 짜! 그냥 짜!







    점심먹고, 또 오른다. 오르막만 있던 것도 아니었고, 중간 중간 내리막이 끼어 있고, 중간 중간 산을 넘기도 했는데, 이 아저씨들 앞만 보고 계속 달린다. 언제 일하러 가시나요?














    아~ 시왕~! (우리말로 '시원하군'이란 뜻) 물놀이~물놀이~ 공격대 내년 여름휴가는 여기로 결정!






    산 전체가 대나무다. 생김새가 꼭 다 자란 고사리 잎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듯하다. 











    역시 풍부한 대나무를 가만히 내버려둘 인간이 아니다. 가는 길목마다 벌목이 한창이다. 










    황깐산 정상에 가려면 자전거를 두고 1시간 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걸어가기 전까지의 도착지점을 5km채 남기지 않고, 자전거 체인이 '툭'소리를 내며 끊어져 버렸다.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안쓰럽지도 않았고, 그냥 덤덤했어. 생각해봉께 '아침8시부터 4시까지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샘이네.' 흠...끊어질만도 했다. 





    체인툴을 이용해 저걸 다시 꾸역 넣으려니, 이미 벌어진 체인 사이 간격 때문에 오히려 더 휘어지고 만다. 결국 왼쪽의 멀쩡한 체인을 풀어서 연결을 하려 했는데, 안쪽면끼리 맞닿는다. 바깥쪽-안쪽-바깥쪽-안쪽- 순서가 정상이라면 바깥쪽을 하나 떼어냈으니 바깥쪽-안쪽- -안쪽-바깥쪽이 되어버린샘. 결국 또 멀쩡한 심을 하나 더 떼어내 이빨을 맞춘다. 


    자전거를 처음 샀을 때 체인링을 하나 고장내어 그 때도 2개핀이 줄었는데, 오늘 2개의 핀이 줄어들면서 페달질이 굉장히 단단해졌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조마조마.




    결국, 황깐산의 정상은 보지도 못하고, 하산을 결정한다. 나는 오던 길을 계속 가게된다면 우이산에 도착할 수 있지만, 날씨도 춥고, 표지판도 없고, 뭐든 산 속에는 없었다. 결국 정말로 왔던 길을 고대로 내려간다. 내려갈 때 즐겁다고? 바큇살 또 무리갈까 조마조마 브레이크 잡으면서 내려오지.  








    선동렬 아저씨에겐 역시 꼼수가 있었다. 신나게 내리막을 내려오고, 오르막이 다시 시작될 찰나 친구의 부름으로 트럭에 실려 일터로 보내어진다. 그려~ 이시각에 산 2개를 넘어 다시 여관으로 가기엔 택도 없지.





    잔뜩 기대했던 황깐산을 뒤로 하고 나는 어제와 같은 숙소로 간다. 이럴줄 알았으면 짐 놓고 올 껄 그랬어.







    여관 앞까지 날 내려다주고는 선동렬 아저씨와 크리링 아저씨는 상라오로 되돌아갔다. 황깐산은 우이산자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한다. 그리고 평지가 대부분인 중국 동남쪽에서 가장 높은 산, 고도가 2,100여m 정도라고? 기억이 잘 안난다. 그리 장엄하지도 않았고, 멋드러진 풍광은 없었지만, 길 가의 소박한 장시 지방 주민들의 삶을 아주 가깝게 볼 수 있는 하루였다. 


    내일은 좀 늑장을 부려볼까. 느지막히 일어나서 느지막히 출발하고, 술렁술렁 우이산시로 향한다. 자전거 보호 차원에서 술렁술렁. 장시 황깐산 자락의 시골 아자씨, 아낙네들의 삶처럼 느릿느릿, 차분하고, 단순한 삶이길....나의 자전거 길 또한 치열하기 보다 그들처럼 느릿느릿, 차분하고, 평온한 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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