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두번째 배낭여행

2015. 4. 20. 05:35Cycling/europe



다합에서 나와 함께 오합지졸 다이빙 마스터 시험을 같이 '졸전'한 민여사와 함께 터키를 넘어왔다. 서로 의지박약 성격인데 서로 의지할 때가 있었는지 꾸역꾸역 다이빙 시험을 하나씩 무찔러?나갔다. 말그대로 졸전. 어디가서 다이버 마스터라고 명함도 못내밀 정도. 민여사는 다합을 떠나기 보름여 전부터 나와 함께 숙소 한 침대에서(물론 아쉽게도 2층침대) 잔 룸메이트로 연을 맺었다. 민여사는 한국으로 가기 직전, 나는 내 자전거 품으로 가기 직전이었다.


이미 터키 한 번 훑고 돌아온 내가 나름대로의 일정을 쥐어 짜내야만 했다. 결국 갔던 곳 또 가게 되고, 들렀던 가게 또 들리게 되었는데. 뭐랄까. 아무 어려움 없이 허둥지둥 거리지 않는 모습을 이성에게 보여주니, 뭐랄까. 조금 능력있어 보이는 그런거 있잖아. 풉! (뭐야, 이 꼴값) 하루는 공항에서 카파도키아 행 셔틀버스 예약을 인터넷으로 해야 했었다. 공항에 아침 8시 도착인데, 전날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허둥지둥 에라 모르겠다 하며 예약했는데, 공항을 나서자 마자 내 영문이름이 눈 앞에 들어오네! 오예! 걱정했던 부분이 떡하니 해결되니, 그것도 이성 앞에서 보여주니 내 어깨가 하늘을 찌른다. 어휴 이 꼴값.     











입장료 없는 블루 모스크 안. 이미 3년 동안 이집트에서 모스크란 모스크, 무슬림 친구들 많이 만난 민여사에게 모스크 따위야. 광장에서 햇빛 쪼이다 왔지.




















다섯달 전, 본더와 아톰, 황여사와 왔던 카파도키아를 또 찾았다. 그 때 당시, 동굴에서 캠핑하고 싶다 노래 불렀는데!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본더의 노란 매트리스와 본더의 따스한 침낭 협찬으로 민여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글을 빌어 본더에게 큰 절! 어익후야! 










아, 반 년 만에 캠핑이야!! 










왼쪽이 우리집. 트랙킹 코스여서 몇몇 무리들이 모르고 우리 텐트를 보러 넘어왔다. 첫날은 우중충 비가 오는 날씨. 










다음날 쨍하니 해떴네. 사실 새벽 5시반즈음 텐트 밖 엄청난 굉음에 잠이 깼다. 아, 도저히 못참겠다. 일어나서 텐트 밖을 나오니 벌룬 수십여개가 널부러져 몸에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코 앞에서 뜰 줄이야. 그러고 보니 매일 바람의 방향에 따라 벌룬 뜨는 위치, 이동방향이 바뀌는 듯하다. 내가 탔었던 때와 다른 경로로 움직이더라. 다음 날 구름 한 점 없었는데 벌룬 모습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아따 구름 예쁘다잉.










치얼쓰!!








































전 날 비에 젖어 불도 못피워 아쉬웠는데, 오늘은 다르다! 민여사 앞에서 불 잘 지피는 남성미 한 껏 뽐냈다. 어흥! 지나가는 식당에서 잘 말려진 나무 두 쪽 얻어와 활활활 불놀이를 시작했다. 옴마 따신것이 몸뚱아리를 조근조근 녹이는게 좋구마잉.










본더 증정 진라면 스프를 처음 개봉한 날. 이 글을 빌어 본더에게 두 번 절. 근데, 스프 양 조절 실패. 엄청 매웠다.  










동굴 달빛










전에 가보지 않았던 곳.

새로운 곳.


이곳은 백터맨 성수의 입김으로 얼핏 들은

조그만 호숫가 마을

에이르디르 (Egirdir)






























설산 보며 노을 보며 호수 보며 지내는 하루.








































셀축으로 왔다!!! 셀축은 꽃천지네. 우리나라 벗꽃길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온천지가 꽃으로 덮혀있다.










셀축 왔으면 엄한 곳 가지 말고 이 아자씨네 케밥은 꼭 묵어야해! 터키 케밥 일등이라 자부하며 민여사에게 매겼는데 육즙이 좋다며 만족해하신다. 또 어깨가 킹크랩 마냥 커졌다.




















아 이거 참. 연극배우 뮤지컬 배우들 옆에 있으니... 거 참. 










셀축은 다합에서 나와 함께 마지막으로 다이빙 했던 동석군과 정어리와 함께 있었다. 관광은 뒷전이고 농구공 들고 해가 좔좔 내리쬐는 농구코트에 나왔다. 여행 나와서 특별한 일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여행와서 내가 일상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이 참 좋다. 한 동안 저녁 약속이란 것 없이 지내다 갑자기 만나 알게 된 친구를 저녁 약속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서거나, 오늘처럼 운동하러 잠깐 동네 운동장 나오는 일. 얼른 집에 가야할 때가 온건지도 모르겠다.  .










소싯적 농구 림 닿았던 증거자료 제출하려다 

이제는 나이가 지긋한지라 은퇴해야겠다.










농구는 폼이 절반이지!








































잘못된 폼. 삐익. 흐느적 거리면 안돼요, 민여사님.






























이스탄불로 돌아왔고 이제 자전거 여행 준비해야지. 이제는 정말 가야지. 제발좀!










진짜 이렇게 또 만날 줄이야. 왼쪽 보름이는 이제 어엿한 장기 자전거여행자 반열에 등극했다. 보름이 블로그 blog.naver.com/bbotory










민여사는 그렇게 유유히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자전거와 꼬질꼬질한 짐, 그리고 얼른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 여행이 어찌어찌 이어지겠지만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나와 있어서 그런것인지, 유럽을 가고 싶긴 한건지도 잘 모르겠다. 마치 처음 자전거 여행 준비 할 때처럼 짐 꾸리고 정리했는데 예전 같이 설레이거나 두려움 따위 없네. 너무 익숙한가. 권태기야?


내일은 정말 자전거 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