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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니아-슬로베니아] 혼자 시작된 자전거여행
    Cycling/europe 2015. 7. 22. 00:37



    다도네 집, 사라예보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다도네 집에서 지영씨를 아침일찍 떠나보낸다. 아침이면 혼자되어 버린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영씨를 택시에 태우고 나니 '아, 이제 정말 혼자인가? 그러네' 하며 두려운 느낌인지, 설레이는 느낌인지, 두근거리는 느낌인지, 무서운 느낌인지 그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마음이 뒤숭숭하다. 나 혼자 자전거 탈 수 있어?


    본더가 문득 혼자 얼마만이야? 하며 물었을 때 자전거 여행 중 혼자였을 적이 언제였을까 곱씹어 보았다. 작년은 반 년 동안 우기와 함께 있었고, 잠시 이란에서 혼자 그러고는 보름이가 놀러왔다. 이집트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있었다. 그러고보면 혼자 여행한 적이 저 멀리 희미한 기억속에 존재한다. 저 옛날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나 혼자 자전거 탈 수 있기는 해?


    그런가? 혼자 탈 수 없을만큼 두려운가? 무서운가? 혼자 있고 싶어했는데 막상 혼자 되니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사라예보를 벗어나며 울컥 샘솟는다.   














    시골길을 만나면 좀 차분해지겠거니.
























































    오랜만에 혼자하는 첫 캠핑. 아, 두근거려. 그런데 해는 왜 안지는겐가!!! 해가 중천인데 더이상 달릴 힘이 없다. 산으로 해가 숨기를 바라면서 기타도 쳐보고, 사진도 찍어보지만 해는 아직도 강하다. 지친다.  














    지친다면 이 쪼꼬바 하나 묵고가렴!






































































    미리 연락된 웜샤워가 한 명 있었다. '반야루카'라는 도심에 사는 그녀는 내가 도착할 때에는 반야루카 근처에 자신이 준비한 환경관련 프로젝트가 있다면서 관심이 있다면 와도 좋다고 한다. 약간 어긋나는 경로이지만 그리 심할 정도로 돌아가는 경로가 아니긴 하다. 산이 좀 있어서 그렇지. 10초간 망설이고, 환경 관련 봉사활동이라면 그래 어디 한 번 오랜만에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서둘러 알려준 목적지로 달려갔다.    














    하~ 나만 이리 쌩고생이구만!!! 흥! 














    오후 여섯시에 호스트에게 전화를 하고 한 시간 후에는 도착할 것 같은데? 이야기 했는데 이거 산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나 좀 멈춰줘!! 중간에 스쿠터를 탄 아저씨가 시간이 늦었다면서 자기 집에서 자고 친구네는 내일 찾아가란다. 흠, 아니에요. 가더라도 끝까지 한 번 가보죠!! 현지인의 초대도 뿌리치고 나는 계속 계속 오르막을 오른다. 유체이탈 중.




























    그러길 두시간 만에 큰 길가를 다시 만났고 호스트가 알려준 지점이 오른쪽 아래 '어딘가'에 찍혀있다. 그런데 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도무지 모르겠다. 이대로 내려갔다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 뻔해 지나쳤던 마을로 유턴 결정. 사실상 호스트 만나기를 포기한 상태. 아, 현지인 초대도 뿌리치고 왔는데. 이틀동안 산길을 무려 230여km 달려왔는데. 포기.  














    숙소에서 쉬지 않으면 몸이 망가질 것 같아. 숙소를 알아봤는데 모두 만실. 결국 학교 건물 사이에 오후 아홉시가 되어서야 집을 만들 수 있었다. 아, 허탈해라. 














    조리도구가 없는 요 며칠은 계속 샐러드 잔치. 














    다시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어제 두시간 걸린 길을 오늘은 40분만에 내려왔다. 아, 서글프고 애처롭다. 이게 뭐야!! 웜샤워 때문에 내 일정을 이렇게 맞춰야 하는 때는 조금 억울할 때도 있고, 내가 웜샤워하려고 여행하는 것 아닌데, 하는 회의감이 든다. 내 여행 속도를 나에게 맞추자. 흐르는 냇물이 뼈마디가 시리도록 차가웁다. 몸 씻고, 빨래하고 여섯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더위 피하며 심신을 다스렸다. 




























    또 나는 외로워지는가.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인지 원.














    아, 또 덥다. 온몸 불살라가며 자전거 타고 웜샤워 호스트를 만나기를 포기하면서 무언가 시작부터 나사가 잘 못끼운듯 맥이 풀렸다. 오늘만 좀 고생하면 하루 푹 쉬자는 마음에 (아니, 어제도 쉬었잖아?!) 반야루카에서는 싼 호스텔에 일찍 들어가 하루 푹 쉬었다. 이제 좀 나아졌니? 
























































    외로운 여정에 가뭄에 단 비 내리듯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말이 잘 안통해도 이것저것 둘러 들고 둘러 이야기하면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다 된다. 거참, 신기하지.














    숙소에서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나왔다. 하루 더 쉴까? 하다가도 흐린 하늘을 보면 이때다 싶어 얼른 아쉬운 마음 접고 밖으로 나와야했다. 또 외로워지나.














    보스니아의 마지막 마을














    그리고 크로아티아!! 




























    여기저기 총격전의 흔적들이 보인다.




























    집 구경을 재미있게 하면서 평지? 아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길을 지난다. 날씨도 흐리겠다. 날이 아조 좋다. 허름한 집만 찍어서 그렇지 사실 꽃단장한 정원을 갖춘 집들이 어마어마하게 늘어져 있다. 










































    자그레브에 도착하기 전 조그마한 시골 마을 쿠피나?에서 웜샤워 초대를 받아 하룻밤. 하룻밤만 빌려 자는 웜샤워는 무언가 굉장히 억수로 극도로 아쉽고 아깝다.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아쉬움 같은 것은 없는데 이 좋은 방 두고 또 밖을 서성거려야 한다는 것이 서러워서 그렇다. 하룻밤만 자고 아침일찍 7시에 부리나케 나왔다. 














    완전이 떠돌이 되부렀네. 외톨이 되부렀네 시방.














    자그레브에서는 모든 웜샤워 연락이 거절되어 (차라리 잘 된듯) 숙소에서 이틀동안 어디 돌아다니지 않고 쉬었다. 혼자 쉬었다. 외톨이마냥. 필요한 물품 슬슬 챙기고 여유있게 시골길로 슬로베니아를 넘어가려는데....근데!!! 근데!!!! 저멀리 슬로베니아 국경에서 들어갈 수 없다며 나를 돌려 세운다! 고속도로로 들어가란다. 그말인즉, 아침나절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 가라는 말. 아.... 원 스트라이크.














    그래, 평지라 봐준다. 싶은 생각으로 속도를 내어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데 어라? 진입로를 지나쳐버렸다.헉. 혹시몰라 조그마한 길로 들어가 슬로베니아를 들어가려 했는데 역시나 보기좋게 거절. 이미 오후 한 시. 투 스트라이크! 














    두시가 되어서야 고속도로로 들어가 슬로베니아를 들어왔다. 아, 서러워. 아침일찍 시원할 때 여유있게 탔던 일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피로감으로 다가와 앉아있다. 허나, 넘어온 슬로베니아의 모든 가게는 문을 꼭꼭 걸어 잠궜다. 일요일. 일요일은 모든 상점이 문조차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까지는 몰랐다. 














    하나 놀란 사실은 소규모 슈퍼마켙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기름쓰는 자동차를 매번 몰고와 넓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원하고 쾌적하게 장을 본 뒤 자동차에 싣어 집에 가는 행위를 하는 그런 대형 마트. 그런 브랜드 몇 개가 마을마다 지어져있다. 이것은 마치 욕심많은 지주가 자작농들 다 몰아내고 다 소작인으로 부려 내쫓는 꼴이랑 비슷할랑가. (아, 아리랑 12권 다 읽음) 우리나라도 몇 년 뒤에는 이런 모습이려나? 저멀리 안동 시내까지 나가 이사람 저사람에게 얻은 한살림 참기름, 들깨가루들을 방 안에 가져와 앉았는데 문득 스친 생각. 한 달 동안 앞 집 슈퍼마켙 할머니를 본 적 없음을 괴로워하던 하늘에 계신 권정생 선생님이 자꾸 생각난다. 














    일요일의 슬로베니아는 사람 한 점 찾을 수 없었다. 














    애들아! 음식 다 디얐는데 어데간겨? 나는 평소대로 밥짓고, 찌개 끓였는데 3인분어치가 되어부렸네. 공교롭게도 왼쪽 밥냄비는 본더아톰 부부가 준 냄비. 가운데 큼지막한 양은냄비는 보름이한테서 온 것. 아니 다들 어디간겨?




















































































    헉! 내가 12%까지는 봤었는데 18%라니!! 알프스가 시작되는 슬로베니아에서는 18% 되지 않는 언덕길에는 언덕길 표시조차 없다.




























    슬로베니아 수도 루블라나에 도착했다. 이미 50여개국을 자전거 여행을 한 로빈 아저씨네 초대를 받았다. 


    채식공동체 싸다나에서 가끔 맛없게 요리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부엌담당 경현누나는 속상해하면서 우리에게 외식을 자주 권했다. 로빈 아저씨도 요거트, 우유, 달걀 마저 먹지 않는 비건(Vegan)인데 요리 맛이 정말 ....비건 음식도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맛없게 요리해서 먹으면 무슨 재미로 사는지 아직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떠나는 날 아침에 오트밀을 맹물에 말아주었을 때는 정말 목에 넘기기 힘든 고역이였다. 




























    무언가 무뚝뚝한 로빈아저씨가 소개해준 친구, 야니스!

    그 덕분에 최근 외로웠던 감정을 잠시나마 뭉게버릴 수 있었다.










































    무얼 먹었는지 알 수 없는 그 맹물에 오트밀을 말아먹은 아침. 떠나야 하느니라! 














    어제 로빈아저씨네서 함께 투숙하고 

    나와 함께 루브라나 시내를 동행해준 폴란드 친구, 마칙!


    다리를 다쳐 심한 운동을 삼가라는 의사의 말을 거역하고

    오르막 길을 피해가며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













































































































    오마이!!!! 이거 알프스????














    이제 알프스가 기다리고 있는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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